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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구 전용 경기장 생기는 게 꿈이죠”

우리 동네 체육 동호회 ① 한빛족구단

20150810일 (월) 11:13 입력 20150810일 (월) 16: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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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시장이 열리는 4지구 학정동은 저녁 시간이 더욱 붐빈다. 더위를 피해 해가 지고 나서야 움직이기도 하거니와 퇴근 후 장을 보러 나선 주민들의 발걸음도 저녁이 돼서야 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주 시장 상인들과 주민들로 북적거리는 이곳에 모이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공 하나로 뭉친 한빛족구단 회원들이다. 새롭게 연재를 시작하는 우리 동네 체육 동호회 코너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는 이들을 지난 29일 수요일 저녁 수요시장이 열리는 4지구 한 공원에서 만나고 왔다.
 

 

한빛족구단은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족구단이다. 97년에 결성했으니 벌써 2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현재 회원만 30명이나 되고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두 차례 모여 공을 차고 있다. 20대부터 50대까지 회원들의 연령도 다양하다.
 

현재 단장을 맡고 있는 배석태(55, 동천동) 씨는 창단할 때부터 활동한 원년 멤버다. 30대에 시작해 50대가 된 지금까지 경력이 18년에 이른다. 족구가 가진 장점을 이야기해달라는 물음에 잠시 망설이지도 않은 칭찬이 이어진다.
 

“우선 함께 공을 차고 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족구는 특히 나이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또한, 같이 운동을 하다 보니 서로 사심 없이 정을 내는 것 같아 더 좋은 것 같다. 다른 운동에 비해 비용도 적게 든다.”
 

한빛족구단은 역사도 길지만,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매년 열리는 연합회장기와 구청장배에서 입상한 전력은 물론이고 2003년에는 150여 개 팀이 참가하는 전국대회에서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족구는 4명이 한 팀을 이루어 경기하는 특성상 회원들 간의 친밀도도 상당히 높다. 자연히 매번 모임 후에는 술과 함께하는 뒤풀이가 이어지게 마련이다. 공도 지금보다 자주 차고 늘 뒷자리가 이어지다 보니 예전에는 가족들도 싫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가족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모임도 주 2회 정도로 안정되고 매년 봄과 가을에 가족체육대회와 야유회도 함께 하면서 가족들도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종목이나 마찬가지지만 체육 동호회 활동에서 가족의 배려 없이는 꾸준한 활동이 어렵기 마련이다.
 

 

현재 북구에는 족구 동호인이 15개 팀에 500여 명이나 된다. 함께 연합회도 구성하고 있고 대회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이들이 활동하고 있음에도 여건은 그리 좋지 않다고 한다.
 

한빛족구단에서 감독을 맡고 있는 김민하(42, 구암동) 씨는 무엇보다 전용경기장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생활체육으로 분류되는 20여 개 종목 중에서도 가장 환경이 열악한 편이다. 무엇보다 족구 전용구장이 없는 것이 문제다. 수백 명의 동호인이 이곳저곳을 전전하고 있다. 다른 구에는 대부분 전용구장이 있는데 북구에만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실내구장 대여도 쉽지 않다. 배드민턴 등 간편한 종목은 섭외가 잘 되는데 족구의 경우 기피하는 곳이 많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두 차례 모이는 요즘도 장소 때문에 안정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한다. 월요일은 구민운동장으로 가는데 경기장은 부족하고 팀은 많아 장소 선점을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수요일에 모이는 4지구 공원도 주변에서 민원이 종종 발생하는 탓에 자주 오기가 어렵다. 대부분 회원이 직장인들이라 퇴근 후에야 모일 수 있는데 정작 경기장 마련은 저녁이 더 어려운 것이다.
 

또한, 족구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도 부담이다. 어엿한 구기 종목 중 하나임에도 동네 골목 족구 정도로 낮게 바라보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이다. 군대 족구로 대표되는 이런 이미지는 사실 현장에서 직접 보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경기 복장은 물론이고 경기 진행과 운영도 체계적으로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다시 한 번 족구가 가진 장점을 설명했다.
“예전에는 사실 운동 경기 중의 하나로 족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복장, 경기 운영, 기술 등 여러 가지로 많이 변했다.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다른 종목에 비해 부상 위험도 적을뿐더러 전통 구기 종목으로서의 역사도 가지고 있다. 최근 들어 다양한 기술도 많아지면서 더 화려해지고 있기도 하다. 또한, 보기보다 운동량도 상당히 많다.”
 

신입회원은 어떻게 들어오는지 물었더니 주로 인터넷 카페를 보고 찾아오거나 지나가다가 경기를 유심히 본 사람들이 직접 하고 싶어서 온다고 한다. 평소 족구를 하고 싶어도 혼자서는 어렵기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족구에 어느 정도 자신감 있는 이들만을 받지는 않는다. 초보이더라도 누구든 함께 할 수 있는데 기본적인 기술 등에 대한 훈련을 별도로 시켜준다. 대게는 6개월 정도면 빠져나오지 못할 만큼 중독이 된다는 설명이다.
 

몇몇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경기는 계속 이어졌다. 몸을 거의 거꾸로 세우며 묘기에 가까운 발놀림이 있나 싶더니 공이 바닥에 힘차게 꽂힌다. 또한, 이를 받아내는 몸놀림도 예사롭지 않았다. 열심히 땀 흘리며 경기하는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참 건강해 보였다.
 

마지막까지 이들은 경기장 문제를 강조했다. 그동안 이들이 직접 지역의 다양한 정치인들에게 수없이 민원을 넣었지만, 숙원사업인 전용경기장은 여전히 요원하다. 오히려 지금 이용 중인 공원에 사비를 들여 보조 조명까지 직접 달고 있는 상황이다. 생활체육을 강조하는 만큼 그에 따른 당국의 좀 더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방문이었지만 족구에 대한 한없는 애정과 자부심, 회원들 간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 이 순간 발이 근질근질한 독자라면 망설이지 말고 수요시장으로 밤마실 삼아 가보길 권해본다.  


강북신문 김지형 기자
earth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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