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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무대에 공연도 올릴 거예요”

마을극단 연극반 모임 탐방

20151230일 (수) 16:3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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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문화생활이라고 하면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공연을 관람하는 정도를 연상하게 된다. 이마저도 바쁜 현대인의 일상에서 쉽지 않은 취미지만 어쨌든 주로 이미 만들어진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다. 물론 직접 악기를 다루는 동아리나 동호회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또한 주로 개인의 기량을 키우는 데 힘을 쏟게 된다.


그런데 보는 문화가 아니라 마을의 평범한 주민들이 직접 연극을 하는 마을극단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겨울답지 않게 포근하다가 갑자기 쌀쌀해진 지난 29일 오전, 모임이 열리는 우리마을학교를 방문했다.

 

 

 


모임 회원들은 마침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 평범한 동네 사랑방 모임 같은 느낌이었다.


올해 마지막 모임이었던 이날의 첫 번째 프로그램은 각자 풍선에 새해 소망이나 인사를 적는 것이었다. 이어서 각자 소망을 적은 풍선을 가지고 둘씩, 혹은 여럿이 짝을 이뤄 손을 맞잡고는 그 풍선을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게 위로 치는 놀이를 했다.


사실 방문하기 전에 연상한 연극반 모임의 풍경은 각자가 대본을 들고 무언가 연기를 하는 모습이었는데 어느 모로 보나 이들의 활동은 놀이에 가까웠다.


매번 모임도 마찬가지로 이들은 우선 30분 정도 몸을 푼다고 한다. 오늘처럼 풍선으로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기도 하고, 무언가를 표현하거나 직접 몸을 움직이기도 하고, 각자의 사연을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는 이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전 활동을 하는데 브레인스토밍이나 그림, 음악을 통해 자신이 가진 것을 꺼내놓고 연극에 바탕이 되는 과정을 가진다. 본격적인 극 활동은 그 뒤에 하는데 역시나 놀이에 가까운 방식으로 진행한다. 주제도 신변잡기에서부터 문학, 사회적 이슈 등 다양하다.


마을극단 강사를 맞고 있는 도도연극과교육연구소 이현순 대표는 “참가자들이 연배도 어느 정도 있고 일상이 바쁠 텐데, 이렇게 매주 모여서 함께 모임을 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특히 직장을 다니는 남자 회원들까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런 것이 마을과 공동체의 힘이 아닐까 싶다.”라며 마을극단에 함께하는 소감을 말했다. 또한, 이 대표는 “마을극단에 있는 분들이 전문 배우가 되고자 하는 것은 아닌 만큼 먼저 스스로 내면을 찾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물론 앞으로 무대에서 공연도 하게 될 것이다.”라며 모임을 소개했다.

 

 


마을극단 모임은 지난 9월 말부터 시작했다. 생활예술동아리 지원사업의 후원을 받아 시작했는데 그 뒤로 매주 화요일 오전마다 국우동에 있는 방과후학교 우리마을학교에 모여 두 시간가량 진행하고 있다. 벌써 4개월 동안 진행했지만, 참가자들은 아직도 재밌고 흥미롭다는 분위기였다. 현재 강사를 포함해 8명이 함께하고 있는데 매주 모임을 하고 있음에도 빠지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마을극단을 함께 하는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연극 활동이 가진 장점으로 다양한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점과 서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점을 들었다.


음악학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노광하(37세, 구암동) 씨는 “음악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데 연극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예술로서의 공통점이 있다. 다양한 삶을 살 수 있어 즐겁다. 특히 동네에서 쉽게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좋고 이 시간이 기다려진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전태순(53세, 동천동) 씨는 “어린 시절부터 연극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정작 접해보는 건 처음이다.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 자체도 좋지만, 이를 통해 상대를 더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것 같다.”라며 연극 활동이 주는 장점을 전했다.


또한, 이들은 극단모임을 하면서 삶이 더 윤택해졌다며 즐거운 취미로서 연극이 힘을 준다고도 이야기했다. 반미희(54세, 매천동) 씨는 “선생님이 연출한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직접 함께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도 좋지만, 앞으로 함께 공연도 하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가족이 추천해서 참여하게 됐다는 김영희(51세, 매천동) 씨는 “대학 시절부터 연극에 관심이 많았는데 기회가 없었다. 남편이 마을극단 모집 홍보 현수막을 보고 추천해줘서 참여하게 됐다. 막상 해보니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놀이처럼 하고 있는데 제대로 하려면 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계속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마을극단에는 아직 정식 이름이 없다. 4개월여에 걸쳐 모임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무대에 연극을 올린 경험이 없어 계기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 새해에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짧은 극이라도 무대에 올렸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이들의 얼굴은 새로운 경험에 대한 설렘과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마을 사람들이 만드는 연극, 놀이처럼 즐겁게 삶이 묻어나는 이들의 무대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강북신문 김지형 기자
earth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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