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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실만 340개, 대구도 문화유적의 도시”

[인터뷰] 문화관광해설사 송은석 씨

20150916일 (수) 17:0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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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있는 주요 관광지나 유적지를 가면 입구에서 문화관광해설이라고 적힌 부스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부스에는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하면서 관광을 온 이들에게 해당 유적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설명해준다.

 

 


지난 화요일 만난 송은석(46, 침산동) 씨도 대구시 문화관광해설사다. 송 씨를 만난 이유는 그가 최근 본지에서 훼손위기의 문화재로 보도한 정효각에 대한 이야기를 제보해준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직접 만난 자리에서 그로부터 문화관광해설사, 우리 문화재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문화관광해설사는 대구시에서 선발해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백여 명이 활동 중이다. 송은석 씨의 경우 2008년부터 시작했다. 당시가 6기였는데 경쟁률이 자그마치 10대 1이었다고 한다. 면접을 거쳐 선발되고 1달간의 교육을 완료하면 해설사로 활동할 수 있는데 대구 전역에 있는 30곳의 문화관광해설 부스 중 한 곳을 배정받아 근무하게 된다.

 

 송 씨의 경우 일주일에 두 번 도동서원과 육신사에 하루씩 근무하고 있다.

“생계가 될 만큼 급여가 나오는 건 아니다. 거의 자원봉사에 가까운 개념으로 보면 된다. 해설사로 활동하시는 분들 상당수는 공무원이나 교사 생활을 하다가 퇴직 후 새로운 소일거리를 찾는 분들이 많다.”


송은석 씨도 문화관광해설사는 예전부터 관심이 있어서 하고 있지만, 직업은 따로 책 도매업을 하고 있다. 또한, 송 씨는 문화관광해설사이기도 하지만 대구 유림단체 중 하나인 성균관 청년유도회 대구본부 사무국장이기도 하다. 성균관 청년유도회는 유교에 대한 연구와 전통 계승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다. 현재 대구에서는 20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림이라고 하면 흔히 노인분들이 떠오르지만 이름에 걸맞게 주로 청년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유교의 도시라고 하면 으레 안동이나 영주를 떠올리지만, 대구 또한 역사적으로 유교가 번성한 곳이다. 1601년 경상감영이 설치된 이래 400년간 영남 전체의 중심도시로 있었지만 일제 강점기에 침략 거점도시로 급속히 도시화되면서 많은 문화재가 유실됐다. 하지만 지금도 대구에만 340개의 문중 재실이 있을 정도로 남은 유교 문화의 흔적들도 많다.”


평소 문중 재실에 관심이 많았다는 송 씨는 이에 대해 매년 다른 주제로 연구하고 이를 자료로 묶어내고 있다. 그러던 중 언젠가 논문을 준비하다가 정효각에 대한 소식도 알게 됐고 이에 대한 자료 조사 후에 여러 곳에 상황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정효각과 같은 상황에 놓인 문화재가 그뿐만 아니라는 것이다.
“가까운 예가 바로 도남동 덕산이씨 창렬각이다. 효부 덕산이씨의 열녀각인데 최근에 가보니 완전히 철거되고 없어졌다. 불과 2년 전에 직접 찾아갔을 때도 꽤 잘 보전되고 있었는데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비석만 다른 곳으로 옮기고 밭을 만들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정효각처럼 관리가 안 돼 조금씩 무너지고 있거나 창렬각처럼 관리문제로 철거되는 문화재가 더는 나오지 않아야 할 테지만 지난 기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문화재로 정식 지정되지 않으면 사실 관리가 상당히 어렵다.


“비지정문화재의 경우 사실 지정되도록 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다. 하지만 주변 주민들이 반대하는 경우도 있고 실제 지정을 받는 과정도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장기적인 보존을 위해서는 문화재 등록을 권하고 있다.”

 

 


이야기를 마친 후 잠시 이날 송 씨의 근무지인 육신사를 잠시 함께 둘러봤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인지 기와로 멋지게 장식된 건물들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다.


정효각의 사례처럼 우리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사이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들은 사라져 갈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조그마한 관심이다.


강북신문 김지형 기자
earth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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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구에서 기업하게 되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