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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인터뷰 공감] 세화정공 권장대 대표

20151101일 (일) 17:13 입력 20151101일 (일) 17: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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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힘들어지면서 대구 경기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황을 타개한다는 구호 아래 많은 회사들이 무리한 인원감축을 시도하고 정규직 직원을 비정규직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또한 생산성 향상에만 열을 올려 산업현장의 재해도 부쩍 늘어난 요즘. 북구 내에서 가장 안전한 사업체로 평가받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세화정공 권장대 대표를 만나 직원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4년 자동차 부품 제조 외길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후 10여 년간 삼보모터스에서 근무했던 권장대 대표. 92년 침산동에 공장을 얻어 7명의 직원과 함께 노력한 결과가 오늘날의 세화정공이 되었다고 한다. 세화정공은 현재 직원 45명에 연간 5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건실한 회사가 되었다.


“다른 사업은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오로지 일만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공고에 진학을 했고 대학도 기계공학을 전공했으니 지금까지 한 길만 걸어왔습니다. 아직도 현장에서 직원들과 소통하며 함께 일할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자동차 소음기와 에어백에 들어가는 파이프가 주 생산품목인 세화정공은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GM, 르노 등 다양한 차종의 부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주력 생산품은 자동차 소음기(머플러) 부품입니다. 현재는 에어백 부품 중 파이프 파트 쪽으로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차량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사가 납품을 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에어백에 들어가는 파이프는 핵심 기술 중 하나이고 국내에서는 저희를 포함한 두 곳의 업체만이 만들고 있습니다.”


세화정공의 생산품을 소개하는 권 대표의 얼굴에는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 공장 기계 대부분에 설치되어 있는 안전센서(노란 막대)와 작업자들의 피로도를 낮추기 위해 완충재를 설치한 모습

 

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세화정공

 

북구에 소재한 공장들은 대부분 영세하고 작업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세화정공의 공장 내부는 놀랄 만큼 깨끗했고 소음도 적었다.


“쾌적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생산하는 제품이 불량률도 적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자가 안전한 공장이야말로 가장 좋은 공장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저는 창업 초기부터 쾌적하고 안전한 공장을 만드는데 가장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공장의 바닥은 충격을 완화해주는 특수도료를 사용했다. 프레스기 등 진동이 많이 발생하는 장비 바닥에는 별도의 완충재를 보강하여 다른 공장에 비해 소음과 진동이 확연히 적었다. 기자와 작업자가 대화를 나누는데도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였다.


“특별히 안전에 대해 많이 강조합니다. 그래서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안전센서들까지 꼼꼼히 달아놓았습니다. 저희 공장 기계 80% 이상에 안전 센서가 장착되었습니다. 위험하지 않은 공정을 제외하고는 모두 센서가 작동되어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노력은 무재해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북구 내에서는 최초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인정한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CLEAN 사업장 인정서를 획득하기도 했다.


“14년 전에 이곳 3공단으로 처음 왔을 때 사고가 났었습니다. 그때 고생한 것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픕니다. 직원이 귀찮다는 이유로 안전센서를 망가뜨리고 작업을 하다가 손을 다친 사건이었는데 그 이후로 직원들에게 안전을 더 강조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많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안전하게 불량 없이 물건을 만들어 달라고 직원들에게 부탁합니다.”


세화정공 45명의 직원은 모두 정직원이다. 보통 단순작업에는 계약직이나 비정규직 사원을 채용하는 회사들과 다르게 근로기준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작업현장에서 만난 한 여사원은 14년째 세화정공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권 대표는 이런 직원들이 세화정공의 핵심 자산이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사진작가 권장대

 

“힘든 시기에 우연히 친구의 권유로 사진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딱히 취미라고 없었던 시기였죠. 한마디로 삶의 탈출구가 없었습니다. 그때 만난 사진은 제 삶의 한줄기 빛이 되었습니다. 렌즈에 자연을 담는 작업이 너무 행복합니다.”


권 대표는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다. 초대전과 개인전도 치러낸 정식 사진작가이다. 지난 8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그의 첫 번째 개인전 <삶의 흔적>은 출품 작품 모두가 판매되기도 했다.

 


▲ 권영대 작 영산일몰(상)과 도삼삼봉(하)


“개인전을 열 때 ‘이번 수익금은 모두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하자.’고 마음먹고 시작했습니다. 작품을 판매하고 1,500만 원 정도의 금액을 산격종합복지관, 다문화지원 등 9개 기관에 모두 기부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이 밀려오더군요. 전업사진작가를 권유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지난번 개인전처럼 내 작품을 아끼는 분들에게 판매를 하고 그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정도까지만 하고 싶습니다.”


한때 권 대표는 전업사진작가의 길을 고민하기도 했다. 중앙대학교 대학원에 합격을 했지만 사업가로서의 삶이 더 보람되고 엔지니어로서 기술개발을 하며 직원들과 함께 하는 것이 행복했기에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사업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진실된 사람으로 살고 싶다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탄탄한 기업을 일궈낸 권 대표. 취미생활을 넘어 전문가의 경지에 오른 사진 실력까지 뭐든지 최선을 다하는 권 대표가 꿈꾸는 삶이란 무엇일까?


“진실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엔지니어이기에 다른 사장님들과 달리 영업을 잘 못 합니다. 게다가 술도 못하니 로비 같은 건 꿈도 못 꾸죠. 그냥 기술력으로 24년 사업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기술력으로 인정받는 세화정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전 지금도 우리 직원들과 함께하는 이 현장이 너무 좋습니다. 직원들에게도 진실된 사람으로 기억에 남고 싶습니다. 함께 땀 흘려서 일궈낸 열매를 같이 나누는 그럼 사람으로 말입니다.”

 

권 대표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기업인들을 인터뷰할 때에는 그가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벌지에 관심을 가졌지 직원들의 안전과 쾌적한 근무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인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갈수록 격화되는 양극화 사회에서 노사 간의 갈등은 접점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져 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직원과의 상생을 꿈꾸는 권장대 대표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가 말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게 되었다.


“힘들 때면 고슴도치를 생각합니다. 추울 때 고슴도치는 서로를 껴안습니다. 물론 피를 흘리죠. 하지만 함께 살아나가야 한다는 상생의 의지가 있다면 그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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