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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으로 희망을 전해요”

[인터뷰 공감] 서양화가 장정희

20151115일 (일) 16:32 입력 20151116일 (월) 11: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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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노란색에 푹 빠진 한 화가가 있다. 매섭고 긴 겨울의 통로를 힘들게 빠져나와 마치 광란의 몸짓으로 꽃망울을 터뜨린 노란 산수유꽃의 빛깔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작가, 봄의 광기를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싶어 안달하는 작가가 있다.”


이것은 김호진 시인이 표현한 서양화가 장정희다.


지난 10일, 장정희 작가의 14번째 개인전이 열렸던 이은갤러리를 찾았다. 이날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모임인 강북예인전의 회장이자 서양화를 그리는 장정희 작가(53)를 만나 그녀의 작품 인생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졌다.

 

 

 

◆ 강북의 여류화가 장정희

 

창원 출생인 장 작가는 결혼을 하면서 대구로 왔다. 장 작가는 태전동에 거주하면서 매천동에 화실을 두고 작업을 하고 있다.


첫 개인전을 1999년에 열고, 20여 년 동안 쉴 틈 없이 그림을 그려온 장 작가가 처음 그림에 빠지게 된 때는 8살이었다. 당시 초등학생 1학년이었던 장 작가는 언니의 담임 교사였던 선생님을 만나면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했다.


“초등학생 1학년 때 학교에 놀러 갔는데, 언니의 선생님이 나를 그려줬었다. 그 때 선생님이 그려준 그림을 보고 그림의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그 전에는 막연히 그림을 그렸었는데, 처음으로 직접 보고 그린 그림이라는 것에 대해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장 작가는 강북예인전 회장 뿐만 아니라 한국미술협회 대구지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14번의 초대개인전 및 개인전을 열었고, 중국·인도 등 해외 교류전에도 참여하면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화가답게 나눔도 그림으로 실천하고 있다. 읍내정보통신학교에 무료로 그림을 걸어준 적도 있고 작년에는 선명학교 재단의 ‘사랑의 전시회’에 작품 2점을 기증했다. 또 작품 판매 수익을 시민 단체에 기부하는 대구시민센터 주관 ‘공익과 예술의 만남전’에도 작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내 그림을 좋은 일에 쓰자고 결심하고 있다. 나는 돈은 없지만, 그림은 가지고 있으니까 누군가 그림을 달라고 한다면 줄 수 있지 않겠느냐. ‘본다’는 것은 표가 남지 않지만 잔상이 남는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이것이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림을 기증한 것이다.”


화가에게도 직업병은 있었다. 온 몸으로 그림을 그려야 하는 만큼, 많은 작가들이 만성적인 몸의 통증을 호소한다고 한다. 장 작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과거 2인 전시회를 준비하던 중, 같이 준비하던 작가가 빠지게 되는 바람에 급하게 개인전을 준비하게 되면서 손목을 무리했던 것. 결국 손목에 인대가 늘어났다.


“화가는 체력적인 소모가 크다. 많은 작가들이 어깨가 만성적으로 아프다고 많이들 말한다. 나이프를 쓰는 것과 붓을 쓸 때 손목의 쓰임이 다른데, 나는 나이프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손목이 안 좋다. 그림을 그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미친 듯이’ 해야 하는데 손목 인대가 늘어난 뒤로는 나도 모르게 조심을 하게 된다.”

 

◆ 노랑, 나무, 그리고 꽃

 

장 작가의 작품으로 보고 있자면 몇 가지 키워드가 떠오른다. 노랑, 나무, 그리고 꽃. 그녀의 작품에는 노란 꽃나무, 즉 산수유나무가 유독 자주 등장한다.


“내 그림의 모티브는 산수유나무이다. 산수유나무를 가지고 10년 넘게 작업을 해오고 있다. 노란색은 생동감을 표현하는 색깔이라고 한다. 노란색은 빛과 닮아서 주변을 밝게 비춘다. 나 또한 산수유나무를 처음 봤을 때 생동감을 느꼈다. 내 눈에는 ‘나무’는 할머니로, 꽃이 핀 나무는 ‘할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노란 산수유나무를 보면 ‘할머니가 다시 살아나는 느낌’을 받는다.”

 

 


그녀의 작품은 입체적이다. 장 작가는 ‘나는 그림을 그릴 때 칼춤을 춘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그녀는 많은 작품을 칼로 그렸다. 꽃잎이 날리는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특히 이번 14번째 개인전의 작품들은 입체감을 더욱 살리기 위해 아크릴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했다.


“나이프로 작업을 많이 한다. 나이프가 주는 힘이 있다. 어떤 분은 ‘붓을 좀 써보라’고 했었다. 붓을 사용하면 다듬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나이프에 자꾸 손이 가는 것 같다.”


장 작가의 14번째 개인전 작품들은 숨은 하트를 찾는 재미가 있다. 나무 그림 구석에 작게 그려진 하트 한 두 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내 눈에는 꽃잎이 하트 모양으로 보였다. 그림을 통해 꿈과 희망을 표현했는데, 이것들은 결과적으로 사랑이 가리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잎이 날리는 것을 보고 ‘사랑, 즉 하트가 날리는 구나’라고 생각하도록 표현했다. 내가 느끼는 것을 남들도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

 

 


지역 화가답게 지역을 배경으로 한 작품도 있다. 노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 ‘북구 동천동 가로수길’, 푸른 연꽃잎 사이로 붉은 수련이 틈틈이 피어 있는 ‘운암지의 수련’ 등이 있다.


“가까이에 있는 것을 좀 더 아름답게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렸다. 바로 옆에 있는 것도 참 아름답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이 많은데, 이것을 그림으로 표현을 하면 한 번 더 눈을 둘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것이 그림이 주는 힘이고 매력이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 12월 ‘선물전’ 선보인다

 

강북예인전은 오는 12월 11일(금)부터 한 달간 어울아트센터 소전시실에서 ‘선물전’을 연다. 이 전시회에는 30명에 가까운 작가들이 참가해 1인당 3점씩 소품을 선보일 예정으로, 총 50점 이상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장 작가는 14번째 개인전에 선보인 시리즈를 출품한다. ‘공익과 예술의 만남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장 작가는 선물전을 기획하게 되었다. 전시회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고, 이를 통한 판매 수익은 기부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입장료는 무료이다.


“이 전시회가 전시에 참여한 작가에게도, 전시장을 찾는 방문객에게도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의미에서 선물전으로 이름을 지었다. 주민들이 작품을 많이 찾아주어야 전시장이 더 좋은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좋은 취지로 기획한 전시인 만큼, 많은 주민들이 찾아주면 좋겠다.”


장 작가의 목표는 계속해서 좋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전했다.


“좋은 그림이라는 것은 마음이 통하는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내 그림을 본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정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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