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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좋은 약빵 만들어 파는 게 꿈이죠”

[인터뷰공감] 베이커리 로브 신수식 대표

20160117일 (일) 16:1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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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밥심으로 산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세 끼 식사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일 테지만 정작 현대인의 식생활을 살펴보면 밥의 위력이 예전 같지 않다. 그중에서도 특히 빵은 이미 익숙한 먹거리로 자리 잡아 밥을 대체하고 있다. 요즘 동네 어딜 가나 쉽게 살 수 있을 정도로 빵은 흔한 먹거리가 됐다.


이렇듯 빵이 익숙해진 반면, 정작 그 많던 동네 빵집들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동네 어귀마다 있던 빵집 자리는 언제부턴가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차지했고 결국 두어 종류의 빵집이 전국을 장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특색 있는 작은 동네빵집을 열어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곳이 있어 찾아갔다. 국우동 그린빌6단지 상가 안쪽에 있는 ‘베이커리 로브’의 주인장인 신수식(42세, 국우동) 씨가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이다.


개업한 지 불과 3개월이지만 사실 벌써부터 여러 곳을 통해 추천을 받은 바 있어 잔뜩 기대하고 가게를 찾아갔다. 그런데 일단 가게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도로에 맞닿은 쪽이 아니라 상가 뒤쪽에 그것도 아주 조그맣게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창업을 해 직접 빵집을 운영하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갑작스레 창업하게 됐다. 인테리어나 집세를 고려해 형편에 맞추다 보니 이렇게 공간도 10평 정도로 좁다. 그래도 당장의 위험부담을 줄이고 경제 규모에 맞춰 작은 규모로 시작해 분수에 맞게 해보자는 생각이 앞섰다.”


이제 작은 빵집 주인장이 됐지만 신 씨는 사실 이쪽 업계에 몸담은 지 18년 차 베테랑이다. 유명 제과점에서 일을 시작해 유명한 고급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카페 총괄, 모 대형 마트 베이커리 코너 대구·경북 총괄 등 경력이 화려하다.


우선 자영업 대란에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의 전성시대인 지금, 작은 동네빵집을 차린 각오와 그만의 전략이 궁금했다.


“사실 요즘 골목상권이 정말 어렵다. 특히 빵집은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라 제품에서부터 차별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면으로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우리 빵집에는 케이크가 없다. 만들더라도 전시공간도 부족할뿐더러 오래 두고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주문 제작은 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가게가 워낙 좁다 보니 빵을 만들어도 전시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10평 공간에서 절반 이상은 빵을 만드는 공간이고 전시할 수 있는 곳은 두어 평 남짓이다. 그런데 이렇게 좁은 공간에 나와 있는 빵들조차 흔히 볼 수 있는 빵집과 너무 달랐다. 우선 다양한 종류의 바게트와 식빵이 3분의 2나 된다. 다른 빵집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화려한 모습의 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이 40가지 종류 정도 되는데 이 중 23가지는 버터, 우유, 달걀, 설탕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만들고 있다. 나머지 제품들도 가게 유지를 위해 판매는 하고 있지만 역시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있다.”


쉽게 말해 입에 단 빵을 만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단맛에 익숙한 빵을 찾는 손님들은 한번 오고 나면 맛이 없다며 찾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우연히 찾아와서 먹어보고는 달지 않고 담백해서 좋다며 단골이 되는 손님도 많다고 한다.


“직장을 다닐 때 늘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빵이나 양과자에 어떤 재료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어떻게 하면 맛이 나는지도 잘 안다. 특히 요즘 빵에 설탕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직접 가게를 차린 후로는 그런 빵은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당장은 모든 빵을 건강빵으로 채우지는 못하고 있지만, 건강에 좋은 빵을 만드는 것이 콘셉트이자 방향이다.”


이렇게 좋은 빵을 만들어 판다는 소문이 나서인지 가게 단골 중에 암 환자도 있다고 한다. 항암에 좋다는 100% 통밀빵을 찾아오신 분인데, 수익성은 낮지만, 별도로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다.

 

 


또한, 신 씨는 빵에 쓰이는 필수 재료인 발효종을 통밀과 물만 이용해 직접 발효시켜 만든 천연발효종을 쓰고 있다. 개업하기 2년 전부터 여러 연구와 시도 끝에 미리 준비해둔 것이라고 한다. 빵의 풍미, 볼륨감에서도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빵이 더 건강해진다. 반면 직접 만들어 쓰기 때문에 매일 관리를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신 씨는 이 때문에 멀리 여행도 못 간다고 한다. 한 달에 두 번 있는 휴일에도 잠시라도 나와 이 발효종을 관리하고 있다.


“바람은 그저 만들고 싶은 빵을 만들어 파는 것이다. 요즘 식탁에 자극적인 음식이 너무 넘친다. 먹는 약이나 이종격투기처럼 사람들이 예전보다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는 것 같다. 빵만이라도 자극적인 재료를 줄이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만들어 팔고 싶다.”


신 대표는 늘 새벽 4시면 출근하고 밤 10시는 돼야 가게 문을 닫는다. 빵을 모두 혼자 만들어야 하고 앞서 이야기한 발효종 관리까지 매일 직접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앞으로 가게가 번창하더라도 프랜차이즈를 하거나 규모를 대형화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범위 이상은 넓히지도 않겠다는 의미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려는데 문득 모자를 쓴 머리에 눈이 갔다. 자세히 보니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더니 삭발을 했다고 했다. 빵을 만들다가 머리카락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서 개업하기 전부터 아예 싹 밀어버렸다고 한다. 좋은 빵을 위한 그의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것 같아 순간 마음이 짠해졌다.


건강한 빵을 만드는 동네빵집, 그의 도전이 꼭 성공하길 기대해 본다.


강북신문 김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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