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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지역주민으로 함께 살고 싶어요”

[인터뷰]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구영희 회장

20160417일 (일) 15:5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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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은 36번째 장애인의 날이다. 1981년 법정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정부 주도로 기념행사가 매년 열리고 있다. 매년 이때쯤이면 지자체나 각종 단체들이 준비하는 행사도 풍성하게 열린다.

그런데 정작 장애인들에게 장애인의 날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 주말 장애인들의 권익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구영희 회장을 만나고 왔다. 장애인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현실과 장애인 가족들이 겪는 아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는 대구에서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모여 2004년 결성한 단체다. 2008년에는 다른 지역 장애인부모단체와 함께 전국장애인부모연대도 만들었다. 이들은 장애인 아이들을 위해 복지부나 지자체, 교육청을 상대로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법률이나 제도를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다. 구영희(54, 매천동) 씨는 2008년부터 부모회에서 활동을 시작해 지금은 회장을 맡고 있다.


“처음엔 장애인에 대한 제도 등에 대해 너무 몰라서 시작했다. 우연히 참석한 세미나에서 부모회를 알게 됐는데 이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많이 배우고 있다. 활동하는 게 쉽지 않지만, 장애인에 관련된 정보도 빨리 접할 수 있고 자라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참여하고 있다.”


구 회장의 막내아들 성하빈(19, 고3) 씨는 장애인이다. 태어난 지 10개월째에 뇌전증의 하나인 영아연축을 앓았다. 당시 의사는 2년 정도 발달이 늦다고만 이야기했는데 이후 초등학교 1학년 때 재발했고 3학년이 되어서는 장애등급을 받게 됐다. 현재 하빈 씨는 지적장애 2급, 뇌전증 3급 등 중복 장애인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장애인의 생활에 대해 전혀 생각해본 적도 없을 정도로 남의 일이었다. 하지만 장애 등급을 받은 이후 생활이 완전히 달라졌다.”


우선, 장애인으로서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받는 지원은 어떻게 되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하빈 씨가 받는 지원은 크게 활동보조 지원과 교육지원으로 나뉜다. 활동보조는 장애 종류나 등급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이동보조, 가사보조, 방문 목욕 등을 활동보조인이 방문해서 지원한다. 현재 하빈 씨는 평일 하루 5시간의 활동보조를 지원받는다. 교육 지원의 경우 고등학교까지 복지부에서 치료바우처로 22만 원이 나오는데 이 또한 소득에 따라 자부담이 있다. 주로 이 비용으로 각종 치료를 받는데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교육청에서는 치료지원비라는 항목으로 학교 교육비를 면제받고 방과 후 자율수강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지원의 한계는 바로 학령기 이후다. 장애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장애수당이나 활동보조 지원은 있지만, 그 외 대부분의 지원이 끊기게 된다. 특히 교육지원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현실적으로 학령기 이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설도 전무하다.


“당장 내년이면 학교를 졸업하는 데 그동안 지원을 받아 하던 각종 치료를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치료뿐만 아니라 학교에 가지 않는 시간 동안 꼬박 아이를 부모가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 장애인을 위한 주간보호센터나 보호작업장 등이 있긴 하지만 턱없이 부족해 들어가기가 어렵다. 더욱이 중증장애인의 경우는 입소가 거의 불가능한 형편이다.”


하빈 씨는 현재 특수학교인 성보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졸업반이다. 내년이면 학생 신분이 없어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성년이 된 장애인들은 부모가 데리고 돌보지 않으면 장애인시설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장애인 수용 시설들이 각종 비리와 인권침해로 심심치 않게 문제가 되고 있어 안심하고 보낼 수도 없는 형편이다. 지난해만 해도 북구 성보재활원, 동구의 청암재단 등이 문제가 됐다.


“시설은 비리나 인권도 문제지만 사회와 격리돼서 생활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부모회에서는 장애인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자립주택을 지원해 줄 것을 시 측에 요구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지방선거 당시 20%를 자립주택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현재 이행이 안 되고 있다.”


장애인 시설의 또 다른 형태로 그룹홈도 있다. 대구에도 많은데 3~4명의 장애인이 함께 지내고 사회복지사가 근무하면서 돌보는 형태다. 하지만 이 또한 어떻게 운영되는지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시설과 마찬가지로 좋은 대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부모회에서는 이를 위해 직접 나서서 전국 최초로 대구에서 발달장애인자립지원사업을 지자체에서 하도록 이끌어 내기도 했다. 1년에 자치구별로 5천만 원 정도의 예산으로 장애인을 위한 복지일자리와 문화여가 생활을 지원하는 제도인데 2018년까지 구별로 확대하는 중이다. 주로 복지관 등에서 위탁받아 진행하는데 수성구는 부모회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중증장애인들도 도시철도공사 등에서 청소 등 일을 하고 있는데 처음엔 받아주지 않던 기관들도 정작 장애인들이 일을 잘해 지금은 반응이 좋다고 한다.


“지적장애 아이들은 자기 욕구 통제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는 마트 같은 곳에서 소란을 피우기도 하는데 참 힘들었다. 지금은 치료도 많이 다니고 훈련이 되면서 많이 나아졌다. 오히려 앞으로가 걱정이다. 졸업 이후도 그렇지만 나중에 부모가 더 나이가 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가 가장 큰 걱정이다.”


그의 말처럼 모든 장애인 가족들의 가장 큰 걱정은 부모와 장애인 당사자가 나이가 많이 든 훗날에 대한 걱정이다. 요즘도 뉴스에서 장애인 가족이 생계나 삶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잊을 만하면 나온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면 참 힘들다고 한다.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가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나 제도 마련에 가장 큰 힘을 쏟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통 아이와 함께 동네에서 다니면 특이한 행동 때문에 주민들이 피하거나 심지어 도망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몇 번 마주치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인사도 잘한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어울려 함께 살 수 있었으면 한다. 똑같은 지역주민으로 대해주면 좋겠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지 올해로 8년째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요구하고 있는 탈시설 대책 마련 등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여전히 너무도 많다. 그런데 정작 장애인들이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 바로 마을에서, 동네에서 주민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장애인의 날에만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닌 평범한 동네 사람으로서 말이다.

 

강북신문 김지형 기자
earth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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