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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추억을 만드는 카페로 만들고 싶어요~

[인터뷰 공감] 엘모 칠곡점 도주현 대표

20160424일 (일) 16:2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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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골목마다 자고 일어나면 가게 간판이 바뀌는 곳이 많다. 새로 문을 연 가게 절반 이상이 2~3년이면 문을 닫는 실정이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누군가 그 자리에 또다시 가게를 연다. 가만있을 수는 없고 다른 대안도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려운 자영업 현실에서도 가장 꾸준히 늘고 있는 업종은 단연 카페다. 우리나라 커피 소비량이 급격히 늘고 있는 현상과 관련이 있긴 하겠지만, 과연 이렇게 많아진 카페들이 모두 제대로 운영이 되는지도 궁금하다.

 

 


이런 가운데 읍내동에 있는 한 카페가 작은 강좌와 DIY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고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지난 토요일 오후 읍내동 엘모 칠곡점에서 특색 있는 카페와 자영업의 현실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도주현 씨는 74년생, 올해 43세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카페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갓 8개월 된 초보 사장님이다. 하지만 주현 씨는 카페를 열기 한참 전인 7~8년 전 이미 바리스타 수업을 시작했을 정도로 원래 커피를 좋아했다고 한다.


“예전부터 카페와 커피를 참 좋아했다. 카페라는 공간이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차와 함께 휴식이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늘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왔다.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에도 바리스타 수업을 듣고 시간제로 카페에서 일하기도 했다.”

 

오랜 꿈이었던 카페, 우연한 기회에 시작

 

당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저녁 시간을 이용해 카페 알바를 하기도 했는데 힘들긴 했지만 재밌었고 그때부터 늘 카페 창업을 꿈꿔 왔다고 한다. 그 몇 년 뒤 직장을 그만두고 쉬면서 어느 단체에서 운영하는 카페를 직접 책임지고 운영을 맡기도 했지만 결국 육아 부담 등 여러 현실적 조건 때문에 창업은 보류해야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우연히 아는 후배가 운영하던 지금의 카페를 방문했다가 마침 개인 사정으로 카페를 그만두려고 하던 후배에게서 덜컥 인수한 것이 카페 운영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갑작스레 카페를 꾸려온 지 8개월, 꿈꾸던 카페 창업이 생각했던 것과 비교해 어떤지 다른 점은 없는지 궁금했다.


“우선 창업을 할 때 주변에서 말리던 분들이 꽤 있었는데 왜 그러는지 당시는 잘 몰랐다. 지금은 너무 이해가 된다.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힘들다.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니 몸도 마음도 과부하 상태인 것 같다. 카페에서 손님을 대하는 기본적인 일은 물론 각종 서류, 알바생 관리, 매장관리, 메뉴 개발까지 어느 것 하나 손이 안 가는 것이 없다. 힘든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역시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마시고 갈 때면 보람도 크다. 단골들이 방문해 가게를 아껴준다고 느낄 때면 특히 힘이 된다.”

 

‘거리’가 있는 카페 만들고 싶어

 

 

 

주현 씨의 카페는 여느 카페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소소한 강의’라고 불리는 작은 강좌 프로그램이다. 이달부터 시작했는데 책 읽기 모임, DIY 강좌, 초등학생 독서교육까지 다양한 강좌를 열고 있다. 다음 달에도 소이플라워캔들, 바느질 소품만들기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카페 콘셉트를 ‘거리가 있는 카페’로 만들고 싶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카페가 그저 시간 때우는 공간이 아니라 무언가 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 특히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떨면서 뭔가 만드는 DIY 핸드메이드에 가장 관심이 많다. 먹거리, 볼거리, 할 거리가 있는 카페를 만드는 게 꿈이다.”


강좌에만 그치지 않고 함께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올해 초부터 카페에서 함께하고 있는 중국어 강좌가 있는데 이 모임에서 오는 6월에 직접 중국 북경으로 여행을 가기로 한 것이다. 참가자 모집도 하고 중국어 강사를 맡으신 분과 함께 4일간 다녀올 계획이다.


주현 씨는 얼마 전 있었던 세월호 참사 2주기에 맞춰 추모 행사에 더치커피를 후원하기도 했다. 늘 세월호 소식에 마음이 쓰였는데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크게 할 수 있는 실천이 없던 차에 2주기 행사소식을 듣고 흔쾌히 꽤 많은 양의 커피를 후원했다고 한다. 이처럼 카페 운영 이외에도 여러 가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늘 찾고 있다.

 

카페 창업 왜 이렇게 많이 할까?

 

최근 불고 있는 폭발적인 카페 창업 분위기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도 들어봤다.


“아무래도 다른 직종보다 진입 장벽이 낮아서가 아닐까 싶다. 일정 정도의 교육만 받으면 되니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거기에 많은 이들이 카페에서 일하면서 생활을 즐기는 나름의 로망이나 환상도 작용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역시 현실은 만만치 않다. 창업을 하자면 인테리어나 장비도 비용이 많이 들고 갈수록 임대료가 올라가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또 무엇보다 알바생들을 모집하고 교육하는 일이 힘들다. 모든 일에 인사가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요즘 카페 창업 시장에도 변화가 보인다. 여전히 카페 창업이 많지만, 최근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주로 생기고 오히려 기존의 소규모 동네 카페는 찾아보기 힘들어 지고 있다. 프랜차이즈의 규모, 홍보, 마케팅을 동네 카페가 쫓아가기 힘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역시 치열한 카페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특색 있고 단골을 잡을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필수다. 주현 씨는 이를 위해 지금도 다른 곳에 가서 수제 쨈 만들기 강좌를 듣는 등 카페에서 시도할 수 있는 다른 여러 가지 것들에 계속 도전하고 있다. 더 나아가 강북지역의 여러 문화단체나 모임 등과 연계해 쿠폰을 발행하는 방식 등도 고민 중이다.


“재밌는 카페, 색다른 경험으로 추억을 만드는 카페로 키워가고 싶어요. 그러자면 자신도 공부를 많이 해야겠죠. 지역의 다양한 풀뿌리 모임들과도 함께 할 수 있는 걸 찾는 중이에요.”

 

앞으로도 경기는 장기 불황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런 가운데 동네 가게 사장님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스스로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들도 많아져야 할 것이다. 마을의 문화센터 같은 역할을 하는 엘모 칠곡점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강북신문 김지형 기자
earth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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