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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연극 시간!

[인터뷰 공감] 연극강사 전태균

20160501일 (일) 16:0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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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오전 10시경, 조야초등학교 3학년 1반 교실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복도까지 울려 퍼졌다. 교실 안의 아이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언뜻 쉬는 시간처럼 보였지만 엄연히 수업 시간이었다. 바로 ‘연극’ 수업이다. 여느 수업 시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런 와중에 아이들 사이로 분주해 보이는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조야초등학교 학생들의 연극 수업을 도맡고 있는 연극강사 전태균 씨(35)다.




◆ 장소부터 대사까지… 아이들이 직접 만드는 연극

전태균 씨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연극을 가르친 것은 올해로 8년째다. 대구문화재단 소속인 전 씨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시행하는 예술강사 지원사업에 따라 학교로 파견 수업을 나오면서부터다. 전 씨는 매년 3~4군데의 초등학교에서 연극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수업하던 전 씨가 처음 초등학생을 가르쳤을 때는 곤혹의 연속이었다. 산만하고 연극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아이들을 상대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원래 성인들과 수업을 하다가 초등학생들과 하니까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다. 이 아이들은 연극배우를 할 아이들이 아닌데 당시에는 아이들을 모두 배우처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수업에서 세세한 부분은 생략하고 최대한 아이들끼리 협동하고 표현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랬더니 지금은 수업이 훨씬 매끄러워졌고 아이들도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이날 조야초 3학년 교실에서 펼쳐진 상황극은 ‘화장실’이었다. 3~4학년이 섞인 아이들 16명은 3개 조로 나뉘어 장소, 인물, 대사 등 이야기를 만들었다. 선생님이 요구하지 않아도 직접 소품을 준비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배가 아픈 사람,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 화장을 고치는 여자, 용변이 급해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남자 등 역할도 다양했다.

이 아이들에게는 모두 역할이 있다. ‘팀장’은 조를 이끄는 사람, ‘에이스’는 연극을 제일 잘하는 사람, ‘도우미’는 잘 못하는 친구를 도와주는 사람, ‘능력자’는 떠드는 친구를 조용히 시키는 사람이다. 모든 아이들에게 제 역할을 주는 것은 수업에서 빠지는 아이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업을 잘 못 따라 오는 친구들을 배려하려고 노력한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아이들에게 역할을 정해주었다. 자기 역할이 있으니까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돕고 협동하게 되더라. 또, 간혹 폭력적인 친구가 있으면 아이들끼리 존댓말을 쓰게 하고, 부끄러움이 심한 친구는 내가 직접 아이의 몸을 잡고 동작을 만들어 주는 등 모든 구성원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친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어울려야 하는 연극 시간 속에서 학교라는 작은 사회가 고스란히 비치는 것이다.

◆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연극 수업




연극은 아이들에게서 다양한 표정을 끌어낸다. 아이들은 연극 수업을 통해 입시 공부 위주의 경직된 교내 분위기에서 벗어나 다양한 상상을 펼치고 감성을 배우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협동심을 배우고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 소극적이었던 아이가 활달한 성격으로 변하기도 한다. 실제로 학교에서 적응을 못했던 한 아이는 연극 수업을 통해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 이렇게 연극 시간은 아이들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고, 학교를 즐거운 곳으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연극을 하면 특히 사회성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예전에 수업했던 학교에 말이 없고 조용한 아이가 한 명 있었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전 쭈구리예요’라고 답했다. 아이들이 자기를 싫어해서 연극에 동참시켜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발표를 할 때 이 친구는 나와 둘이서 발표를 했다. 항상 이 아이는 선생님과 발표를 하니까 어느 순간부터 다른 아이들도 발표를 같이하고 싶어 했다. 서서히 이 아이가 반의 구성원 속으로 들어가고 성격이 활발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예체능 수업은 연극, 무용 등 다양한 분야로 번지는 추세다. 2018년부터는 연극도 음악, 미술처럼 고등학교 기본 교과로, 중학교 선택 교과로 들어가게 된다.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학교 수업에 연극이 필수로 들어간다. 그들은 ‘공부를 얼마나 잘 했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예체능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그런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10년 후에는 연극 혹은 무용 수업을 안 하는 학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야초등학교는 대구시교육청 지정 ‘행복학교’ 중 하나로 ‘뮤지컬 Up-Dream 프로젝트’ 특성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오는 5월 13일에는 전 학년이 번갈아가며 뮤지컬 무대를 선보이는 ‘행복뮤지컬데이’가 개최된다.

정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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