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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소년의 마지막 비상구

보살핌과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 <학생 지도 사례>

20160808일 (월) 16:31 입력 20160808일 (월)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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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B소년원에서였다. 독서 수업을 하기 위해 강당으로 가던 중, 한 낯익은 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말없이 목례를 하며 지나갔는데 낭패스러운 모습이 역력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사회에서 그를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마도 등을 토닥여주며 안부를 묻고 밥이라도 먹었을 것이다. 내 머릿속의 그는 이즈음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을 불사르고 있어야 하는데 무슨 연유로 다시 입원하게 된 걸까.

 

그를 처음 본 건 작년 여름 D소년원에서였다. 내가 진행하는 독서 수업에 두 달간 참여하면서 눈에 띄게 성실한 모습을 보였다. 회장으로서 소소한 심부름도 잘하고 컴퓨터 작동이 서툰 나에게 도움을 주며 정을 냈었다.

 

그 학생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 계기는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수업을 하고 부터였다. 고마운 사람을 떠올리며 샌드위치를 만들고 생각을 나누는 활동이었다. 그 학생은 자신이 만든 샌드위치를 아버지께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가 왜 없는지 소년은 아직도 영문을 모르며 아버지가 다쳐서 일을 못하는 바람에 아침으로 아버지와 김밥 한 줄을 나눠먹은 일이 생각난다고 했다. 마지막 수업에서는 자동차를 디자인 하는 사람이 되어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며 눈자위를 붉히기도 했었다.

 

그랬던 학생이 어찌 된 영문인가? 온갖 상념들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다쳤다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라도 한 걸까. 아직은 보호 받아야 할 나이에 갈 곳이 없어서 범죄의 늪에 다시 빠져들었나. 아니면 사람들의 편견을 이겨낼 자양분이 부족했던 걸까.

 

그들에게 소년원은 마지막 비상구다. 사회에 나가 자립 할 수 있도록 인성교육은 물론 검정 고시반에서 공부도 하고 특기가 있는 학생들은 각종 대회에 나가 수상을 하기도 한다. 직업으로 연계되도록 컴퓨터, 제빵, 바리스타기술까지도 가르치며 그들이 제몫을 하며 살도록 소년원 직원들이 밤낮으로 애쓰는 모습은 가히 부모형제나 진배없다. 그런 분위기가 전이되어 외부 강사들과 자원하여 멘토링을 하는 분들도 진심을 담아 교화에 힘을 보탠다.

 

그럼에도 청소년범죄는 줄어들지 않는다니 웬일인가. 가장 큰 원인은 퇴원 후, 지지기반의 부족일 것이다. 아직은 가치관이 흔들리는 나이라 누군가 잡아주지 않으면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그런데 그들은 8,9할이 부모의 문제로 이미 피해를 본 학생들이다. 소년원에 있으면서 재활교육을 성실하게 받고 사회로 돌아갔을 때 그들에게 우리 모두가 부모나 형, 누나, 언니가 되어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맞이해야 범죄와 손을 끊고 안착할 수 있으리라.

 

그들도 보통의 학생들과 다르지 않았다. 작은 간식과 예쁜 편지지를 받아도 기뻐하고 진심어린 관심에 어리광을 부리기도 했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인해 범죄는 저질렀어도 순진한 아이였다. 더러는 아주 무서운 눈빛의 학생도 있지만 진심으로 대하면 순한 양이 되고 만다. 그들은 사랑과 관심에 목 말라있고 사회에서 버림받은 존재라는 생각에 감정이 쌓여 있다.

 

그들에게 사회가 나를 버리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도록 따뜻한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결국 성인 범죄자로 커갈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당사자만의 불행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불행이 될 것이다. 모두가 행복해지려면 소년원의 재활 교육뿐만이 아니라 시민과 자치단체, 기업이 모두 그들의 앞날에 신경을 써야하겠다.

 

글 대구소년원 독서치료사 엄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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