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대메뉴로 바로가기 서브메뉴로 바로가기

24년 수타 장인의 면발, 살아있네!

읍내동 칠곡향교 건너편 공화춘 수타손짜장

20151021일 (수) 17:14 입력

  • 축소
  • 확대
  • 이메일 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보내기
  • 트위터 보내기


팔공산으로 취재를 가는 길,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읍내동 중국음식점에 들어섰다. 홍합짬뽕 한 그릇을 시키니 주방에서 ‘탕, 탕’거리는 소리가 났다.

 

 


수타 방식으로 면을 만드는 수타면 전문점에 들어섰음을 그때 깨달았다. 면 뽑는 모습이 신기해 사진에 담아도 되겠냐고 묻자 인상 좋은 주방장은 그러라고 한다.


면을 쳐대는 사이 옆에서는 불난리가 났다. 쉽게 먹는 짬뽕 한 그릇에 이런 정성이 들어가는 줄 모르고 빨리 나오는 게 미덕이라 여기며 먹었던 중국음식. 다른 중국음식점보다는 2~3분 늦게 나왔지만, 그 음식을 보니 갑자기 숙연해졌다.

 

 


홍합이 무더기로 쌓여있다. 사실 홍합이 너무 많아서 홍합 껍데기를 벗겨내어 버리는 것이 번거로웠지만, 그 안의 국물맛을 기대하며 하나둘 걷어내다 보니 통통한 수타면과 해물, 식욕을 자극하는 빨간 국물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보통 짬뽕을 먹을 때 국물 맛을 먼저 보지만 수타면이라고 하니 면부터 입에 넣어본다. 탱글탱글하면서 부드럽다는 표현이 이럴 때 쓰이는 걸까? 게다가 면을 뽑을 때 소다사용을 최소화하여 면에 짬뽕 국물이 알맞게 배었다. 순간 ‘이래서 수타면을 찾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빨간 국물은 보이는 것처럼 맵거나 짜지 않았다. 사실 처음 한 숟갈을 먹곤 ‘짬뽕이 싱겁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입안에서 홍합과 해물의 향이 퍼져 먹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물론 짜지 않아서 먹고 난 후에도 더부룩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배달을 전문적으로 하는 중국음식점들은 제면기로 면을 뽑습니다. 그리고 배달 도중 면이 퍼지지 말라고 소다를 많이 넣습니다. 중국음식을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한 느낌은 소다 때문입니다. 우리 집 음식은 인공감미료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면에 소다가 아주 조금만 들어가기 때문에 다른 집과는 달리 먹고 나도 더부룩하지 않으실 겁니다.”


면을 뽑고 나와 땀을 뻘뻘 흘리며 계산을 해주던 주인에게 궁금하여 물어보니 이렇게 답해준다. 팔공산 취재 도중 갑자기 ‘이 집을 취재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점심시간은 바쁘니 오후 5시쯤 다시 오라는 주인장. 다시 찾은 식당 한쪽에서 대표이자 면장을 맡고 있는 장영복 씨와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3 때 동네 중국집에서 배달부터 시작했습니다. 시간 날 때 마다 주방에 들어가 사장님 요리하시는 걸 어깨너머로 보며 배웠습니다. 그때 면을 뽑던 면장이 ‘이리 와서 반죽 좀 치대!’ 이러시길래 그때부터 수타를 했던 것 같네요. 24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장 대표의 수타고집은 대단했다. 한 그릇 한 그릇 손수 뽑는 수타면을 맛있게 먹는 손님들을 보면 한길을 걸어온 것이 뿌듯하다는 장 대표.


“요즘 방송에서 이연복 대가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그분을 좋아하는 건 화려함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어있는 엄청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분처럼 배달부터 시작했고 대가가 되기까지 어떤 고생을 했을지 이해하기 때문에 그분을 존경합니다.”


장 대표는 제대로 된 수타면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전국의 유명한 중국음식점을 다니며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면 좀 뽑는다는 분들하고는 다 인연이 있습니다. 저희 주방장님도 그런 인연으로 지금 함께하고 있고요. 지금 저는 면장으로 면을 만들고 주방장님은 33년의 노하우로 맛있는 요리들을 만들고 계시죠.”

 

 


대화하는 내내 장 대표의 음식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이런 애정이 맛으로 느껴지고 사람들은 흔히 ‘정성 어린 맛’이라고 표현한다.


대화 도중 손님 한 명이 들어오며 짜장면 한 그릇을 주문한다. 갑자기 주방으로 향하는 장 대표. 짜장면 한 그릇이라도 꼭 면을 직접 뽑아야 직성이 풀린다며 자리를 떴다.


김형준 기자

지역 맛있는점심
  • 이전
    이전기사
    (박경희기자의 맛있는 점심)22.스시뷔페 쿠우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