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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전문가 “CMIT/MIT 문제없다”는 재판부에 쓴소리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임직원들 1심 무죄 선고 관련 오류 지적도

20210120일 (수) 10:1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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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2,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가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필러물산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 임직원 13명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관련 전문가들이 재판부를 향해 오류 지적과 함께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들 전문가들은 119일 오전 1030분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1심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의 관련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 1부에서는 환경보건학계 전문가단체인 한국환경보건학회의 성명서 발표와 함께, 2011년 정부역학조사단계부터 지속적으로 동물실험을 맡아 온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의 이규홍 박사의 입장문도 소개됐다.

 

한국환경보건학회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재판부는 <기소와 관련된 피고의 책임소재는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CMIT/MIT와 가습기 피해질환의 인과성 규명에 있다(여기서 피해는 폐섬유화와 천식이다)CMIT/MIT는 동물실험에서 위 질환이 재연되지 않았으며, 가혹한 실험조건에서 편향적 의도를 지낸 연구자가 수행하고 해석했음에도 불구하고, 위 질환과 관련하여 인과론적 관계입증을 할 수 없다위 물질과 위 건강 영향의 인과성은 입증되지 않기에 나머지 쟁점은 살펴볼 필요가 없기에, 공소에 대한 범죄의 증명이 없다>와 같이 삼단 논법 오류로 잘못된 결론을 도출했다“CMIT/MIT의 건강영향에 대한 규명은 과학이 할 일이다. 과학이 해야 할 일과 법이 해야 할 일의 구분이 없어지면 갈릴레오 시대의 판결과 같은 오류가 생산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대신에, CMIT/MIT이 자극성 강한 물질임을 알면서 직접 흡입 가능한 제품에 적용했는가? 제품개발과 상품출시 이후 독성 또는 유해에 대한 불확실성을 인지하였음에도 나중에 문제가 되자 이를 은폐 또는 축소하려 했는가? 이상의 사실에 피고 상호 공모와 책임 회피의 행위를 하였는가? 등과 같이 피고의 범행의도와 행위를 토대로 판결했어야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규홍 박사도 <CMIT/MIT 재판 판결문 내 독성연구결과 부분에 대한 입장문>에서 최근 CMIT/MIT 관련 재판에서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그런데 판결에 서의 연구책임자의 증언이 원래 발언 취지와는 다르게 인용되거나, 여러 가지 연구결과를 선별적으로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이에 증언을 하였던 연구책임자로서 당시 증언의 취지를 분명히 하고, 과학적 사실의 이해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저는 CMIT/MIT를 포함하여 가습기살균제의 독성을 2011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 그 중에는 PHMGPGH처럼 초기부터 인과관계가 분명한 연구결과를 보인 물질도 있었다. 그러나, CMIT/MIT는 초기에는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다소 어려운 물질이었다. 그러나 연구를 거듭하면서 또, 다른 분야의 과학적 연구결과를 같이 검토하면서 점점 CMIT/MIT라는 물질과 사람에게서 나타난 피해 질환들 간의 인과관계의 증거들은 찾아낼 수 있었다. 현재도 지속적으로 연구결과를 쌓아가고 있다. 이상으로 재판의 판결에서 사용된 연구결과들에 대한 연구책임자로서, 과학자로서의 입장을 밝힌다. 아무쪼록 이런 과학적 연구결과들 이 올바르게 받아들여져 사용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한편, 2부에서는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이종현 EH R&C 환경보건안전연구소 소장,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등이 참석해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한 검토 의견을 개진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입장을 간략히 소개한다.

 

백도명 교수 재판부의 위해도 평가, 모델과 가정의 특성상 오류 야기

 

재판에 참여하면서, 사실의 판단과 특히 인과관계라는 개념의 검토에 대해 많이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 재판을 통한 법적 논증 내지는 다툼과 연구를 통한 학술적 검토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 두 가지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번 재판에서 재판부가 종합판단의 근거로 내세운 독성의 확인, 독성물질의 표적장기 도달의 확인, 그리고 도달한 양이 충분한 정도인지의 확인이라는 세 가지 조건의 종합적 확인은 전형적인 위해도 평가의 관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해도 평가는 실제 그 독성물질의 영향이 충분히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경우 사용되는 방법으로서, 그렇게 공식적으로 충분하게 확인되기 이전에는 평가에 사용하는 모델과 가정의 특성상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충분한 양이라는 개념은 실제 상황에서는 속도, 농도, 누적량, 평균농도 등으로 매우 다른 지표로 설명되어야 한다.

학술적으로는 위해성평가의 방식이 아니라 역학조사의 방식이 인과관계 판단의 기본을 이루고 있다. 역학조사에서 어떻게 인과관계를 판단하는지에 대해 일부 새롭게 제기되는 개념들도 있지만, 크게 보면 반증과 종합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즉 학술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에 대한 가설을 놓고 반증되지 않는 사실들을 모아 이들을 종합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이 반증과 종합이라는 방식을 놓고 앞서 재판부가 고민하였던 독성이 확인될 것, 표적장기에의 도달이 확인될 것, 그리고 충분한 양일 것을 검토하는 경우 일부 동물실험에서 표적장기에 변화가 없었다는 것, 동물실험에서 천식의 기전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 등이 실제 폐손상과 천식의 반증이 되지 못하며, 대신 단독사용자들에게서 폐기능검사상 확산능이 저하된 것, 폐손상 사례가 발견되는 것, 그리고 그러한 사례들을 모아 양-반응 관계를 검토하면, 양이 아니라 농도가 용량-반응 관계에서 중요하다는 것 등을 통해 CMIT/MIT라는 독성물질이 폐손상을 야기하는 원인일 것이라는 점을 종합할 수 있다.

 

이종현 소장 “CMIT/MIT 가습기, 사전 안전점검도 빠트린 하자 있는제품

 

가습기살균제처럼 공기중에 지속적으로 방출되는 제품이 아닌 다양한 용도의 액상제품의 보존용으로 사용되는 경우이다. 판결에서 언급되었듯이 보습용 스프레이처럼 에어로졸 제품도 포함되어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들 에어로졸 제품과 가습기살균제 제품은 노출강도 면에서 너무나도 현격한 차이가 있다. 비교대상 제품이 에어로졸 제품이든 표백제, 세정제이든지 가습기살균제가 압도적으로 사용량도 많고, 사용시간도 길고, 사용빈도도 가장 빈번한, 그래서 사용강도가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가장 높은 제품이다. 따라서 유해성과 위해성의 차이를 염두해 둘 때 의약외품에서 안전한 수준에서 사용이 허용되었다 해서, 가습기살균제가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던 CMIT/MIT를 가습기살균제 용도로 사용하면서 제품안전에 대한 점검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사용했다는 것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판결문의 결론과 달리 CMIT/MIT 제품은 사전 안전점검도 이루어진 바 없는 명백히 하자가 있는제품이라는 것이 저의 결론이다. 관련내용은 2차 노출재연실험 결과보고서 부록에 자세한 내용이 기술되어 있고, 의견서로 이미 제출하였다. <중략>

현재까지 하기도까지 도달한다는 사실을 화학분석 등을 통해서 실험적으로 입증하고 있는 결과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특별히 입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몸에 축적되지 않는다고 해서 도달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도달했다고 예상했기 때문에 얼마나 몸에 축적되어 있는지를 조사했던 것이다. 조사 결과는 체내에서 매우 빠르게 분해된다는 점을 확인했던 것이다.

주로 상기도에 침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해서 하기도에 전혀 도달하지 않는다는 근거가 될 수 는 없다. 현재까지 하기도에 도달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다른 종류의 증거들은 얼마든지 제시될 수 있다. 입자상으로 존재할 경우 상기도와 하기도 각각에 어느 정도 침적이 되는지에 대해서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이 존재한다. 그리고 단독사용자의 경우 폐기능 손상이 보고되고 있다는 것은 하기도에 도달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재판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결과라면 추가실험을 통해서 하기도 도달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중략>

극히 낮은 수준에서도 독성영향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기존 흡입독성시험처럼 하루 6시간만 노출되고 18시간 동안 노출이 중단되는 조건에서는 하기도에 도달하더라도 빠르게 배출되어서 하기도에서 독성영향이 누적되어서 질환으로 진전될 가능성이 낮았지만, 낮은 수준의 노출조건에서도 하루 24시간시간, 일주일 내내 수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실제로 20시간 4주간 노출시켰던 흡입독성시험의 경우 예상과 달리 2주 만에 기존 시험 조건에서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던 사망하는 사례가 확인되었다. 이 결과는 너무 독성이 커서 사망하기 전에 질환이 진전될 시간이 모자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예를 들어 장기간 동안 발암시험을 하는데 노출수준이 높은 경우 암이 발생하기도 전에 사망하게 되는 경우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암을 발생시킬 수 있는 조건을 찾기 위한 예비실험을 통해서 발암시험을 수행하는 것은 암발생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과학적인 방법이지, 의도적으로 결과를 얻고자 하는 편파적이고 비과학적인 접근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암발생을 확인한 실험 결과는 비발암 물질이라는 귀무가설을 기각한 반증사례로 해석하지, 의도적으로 암발생을 유도한 편파적인 실험결과라고 해석하지는 않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박동욱 교수 확신하지 못한다는 몇 마디가 무죄의 근거로 사용

 

법원은 CMIT/MIT 독성 평가, 제품을 사용할 때 이들이 공기 중으로 발생하고 피해자 호흡기로 노출된 양 추정, 호흡기로 흡수된 이들화학물질이 표적조직(천식, 폐포)까지 도달해서 질병을 일으키는 기전 등 각각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과학의 크고 작은 불확실성과 한계를 무죄의 증거로 사용했다. 판결문 전체는 불확실성에 대한 공격으로 가득하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집단 건강피해의 원인을 찾아 헤맸던 건강피해 판정 프로토콜, 연구에서 맥락은 사라지고 몇 줄 한계점만이 선택되어 증거 부족으로 둔갑했다. 증인으로 참여한 전문가들의 며칠 증언 중 확신하지 못한다는 몇 마디가 무죄의 근거로 사용됐다. 이번 CMIT/MIT 제품의 건강피해를 증명하는 것은 CCTV, 국과수 지원 없이 범죄 증거를 찾아야 하는 상황보다 더 힘들다.

결정적으로 11명 폐 손상자의 개별 인과는 평가하지 않았다. 기억 편견, 응답 오류, 개인 질환, 전문가 간 판정 불일치, 병리조직 부족 등 뭉뚱그려 11명 개개인 CMIT/MIT와의 관련 전체를 부정해버렸다. 사실도 왜곡했다. 법원은 “11명 대부분이 가습기 살균제 사용기간이 많이 지나 제품명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거나 조사를 거듭하면서 사용한 제품명, 구입처, 구입시기 사용기간이 달라지기도 한다고 했다(119). 모두 2개월에서 11개월 사용하고 폐 손상을 입었다. 기억 오류가 일어날 수 없는 기간이다. 화학물질과 직업 노출이 없었던 아이들의 폐 손상의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제품이 원인이 아닌 증거는 무엇인지? CMIT/MIT 외 다른 원인이 있는지?

재판부는 더 많은 자료와 연구가 쌓여야 한다고 했다. 수많은 국내외 화학물질과 건강피해를 다투는 쟁송 역사에서 기업과 재판부가 늘 요구하는 주장이다. 이번 형사 재판도 똑같다. 역학자 데이비드 마이클스의 저서 청부과학(doubt is their product)에서도 잘 볼 수 있다. 기업과 법원의 일부는 증거 부족과 불확실성을 근거로 더 많이 연구해서 엄격한 인과관계 요건을 채우라고 요구한다. 가습기 살균제 제품은 사라졌고 적극적 피해자가 더 이상 없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요구하는 엄격한 인과관계를 달성하는 방법은 없다. CMIT/MIT 건강피해를 두고 법원은 형사책임을 물을 정도의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형사판결하고, 전문가는 피해를 입증하는 데 손색이 없는 과학적 사실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법원의 가치판단과 과학 판단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에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사법화를 우려한다. 이 걱정이 기우였음을 증명하는 고등법원의 판결을 기대한다.

 

김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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