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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 그리고 ‘두개의 시선’

사회 전분야로 빠르게 확산...뚜렷한 해결책 없이 ‘비방·비난’ 난무

20180320일 (화) 09:10 입력 20180320일 (화) 09: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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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남성들을 향해 가슴 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둔 성폭력의 아픔을 커밍아웃하기 시작했다. , 'Me Too(나도 고발한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아(#MeToo)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를 고백해 그 심각성을 알리는 미투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파급력은 의외로 컸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여론 몰이로 한 연기자가 죽음을 선택했으며, 남성들의 성폭력 피해를 알리는 미투운동도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실체에 대해 좀 더 접근해본다.  -편집자주-

 


미투운동이 우리 사회 곳곳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선 1월 29일 서지현 창원지검 검사가 미디어 매체를 통해 성추행 사실을 알리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한 달 가량 지난 현재 미투운동은 정치, 교육, 예술 등 분야를 막론하고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미투운동에 참여한 여성의 증언이 많아지는 만큼 성폭력을 자행한 당사자로 지목된 남성도 계속해서 속출하고 있다.

 

대통령도 미투운동지지

 

애당초, 미투운동은 여성을 피해자, 남성을 가해자로 단정하면서, 여성과 남성의 성대결로 몰아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까지 전면에 나서, 지지운동을 함으로써 사법당국은 법 잣대로 미투운동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가운데 미투운동 지지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따르면, 이날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 전 분야로 미투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곪을 대로 곪아 언젠가는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던 문제가 이 시기에 터져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등의 발언을 했다.

"미투 운동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피해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미투운동을 적극 지지한다"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특히, 문 대통령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호응해서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설 것도 주문해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고 일부 언론들은 분석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수사에 들어간 미투운동 조사 대상은 지난 17일 기준으로 55건에 이른다.

 

미투운동 갑론을박

 

이처럼, 여성만 피해자고 남성만 가해자라는 사회적 통념이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 일각에선 혹 미투운동이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학생들이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인 연세대 대나무숲에는 미투운동이 불완전한 이유에 대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글을 쓴 학생은 미투운동은 국민정서법으로 1차 심판을 받으며, 무죄추정의 원칙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한 섣부른 낙인은 조사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익명으로 진행되는 점 또한 잘못됐다라는 글을 작성해 논란을 키웠다.

이 글이 올라오자, 또 다른 학생은 익명으로 미투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과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거리낌없는 현실 때문이란 논조의 글로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미투운동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먼저, 자유한국당이 청와대가 미투운동의 근원지가 되고 있다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자,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야당 의원들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과 한나라당이야말로 성추행의 역사를 지닌 당이라고 비꼬았다.

또 일부 언론사는 정인봉 한나라당 공천후보, 성접대’ ‘이경재 국회의원, 동료 의원 성희롱 발언’ ‘정형근 의원, 호텔방 묵주 사건’ ‘최연희 사무총장, 여기자 성추행’ ‘김충환 의원, 유사성매매업은 짙은 안마 발언’ ‘이명박 대선후보, 마사지걸 발언’ ‘윤창중 대변인, 미국 인턴 성추행’ ‘홍준표 대표, 돼지흥분제 발언등 과거 한나라당부터 자유한국당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됐던 성추문 관련 기사를 시대순으로 정리해 소개하기도 했다.

아무튼 미투운동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불기 시작한 성추문핑퐁 게임은 6·13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2차 피해가 더 큰 문제

 

이런 가운데, 미투운동 당사자를 대상으로 한 2차 피해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도 필요해 보인다. UN에서도 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한 피해자들이 무고죄나 명예훼손으로 고소되는 등 2차 피해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에게 성폭행죄 개선과 더불어 미투운동의 대응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중견 탤런트 조민기 씨를 포함해 한국외국어대 교수의 죽음 이후 미투운동이 사람까지 죽인다라는 댓글이 빠르게 확산되는 등 미투운동을 둘러싼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 미투운동 당사자로 지목된 일부 성폭력 가해자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는 이유만으로 한몫을 잡기 위해 미투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억측성 주장까지 내놓고 있어, 미투운동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부 네티즌들도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미투운동 참여 여성에 대한 비하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여자를 더 이상 고용하면 안 된다” “이제 누가 여성과 결혼하겠어” “여성 대신 남성을 뽑자여 직원들과는 회식도 못 하겠어등을 발언을 쏟아내며, 미투운동의 본질은 외면한 채, 성폭력 피해자들을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미투운동 참여 여성들에 대한 2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 곳곳에 벌어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조차 불편해 하는 사람도 나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남성이 자신의 아내를 제외한 다른 미혼의 여성과 단 둘이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는 규칙인 펜스 룰(Pence Rule)’까지 주목을 받기 시작한 상황에서,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은 채, 미투운동을 둘러싼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은 더 커져만 가고 있다.

 

남성도 피해자?

 

최근 한 연극학과 남학생은 지난 9일 본인 페이스북에 성추행을 당했지만 말 할 수 없었다. 나는 남자였기 때문이라며 이젠 말한다. 나 또한 미투'에 동참한다라고 글을 남겼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남성들의 미투운동이 뒤늦게 시작된 것은 미투운동의 전반적인 피해자가 여성이라고 단정한 사회통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기덕 감독과 연출가 이윤택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의 변호를 돕고 있는 김보람 변호사는 지난 15MBC에서 진행된 '아나운서공화국' 프로그램에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문제는 남성 대 여성프레임으로 얘기할 수 없다""여성이 많은 직장에서는 남성들이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직장 내 성폭행을 당했다는 남성들도 전체 15%가 넘는다""본질을 보니 그 집단의 권력을 어디서 주고 있냐는 문제더라"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남성분들이 용기를 못 내도록 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미투운동은 여자와 남자 간 성대결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조금씩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엄예진 수습기자

 

 

<미투운동을 통해 드러난 피해사건>

 

 

2017년

12월

최영미 시인의 시인 ‘고은’ 성추행 폭로

2018년

1.29

서지현 창원지검 검사 성추행피해 사실 폭로

2.5

임은정 서울 북부지검 검사 성추행피해 사실 폭로

2.8

이현주 감독 (12월에 동성애 유사성행위-대법원 징역2년 집행유예3년 확정)

2.20

조민기 성추행 의혹

2.24

김기덕 감독의 성폭력인정및 사과

2.26

극단번작이 대표 조증윤 ‘미성년자 성폭행’

문재인 대통령 ‘미투운동 적극지지 입장’표명

3.4

김기덕 성폭력 의혹

3.5

김지은 정무비서의 ‘안희정 전충남지사 성추행및 폭행사실’ 투고

 

 

미투운동이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Me Too(나도 고발한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아(#MeToo)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를 고백해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이다. 201710월 미국에서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및 성희롱 행위를 비난하기 위해 해시태그(#MeToo)를 다는 행동에서 시작된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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