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유한국당 후보들의 모습들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그것도 ‘보수 텃밭’이나 다름없는 대구지역에서 이런 현상들이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한국당 후보들조차 승리를 자신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것이라는 선거 초반의 확신에 찼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후보들이 홍준표 대표의 지원유세마저 꺼리게 됐다는 게 지역정가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실제로, 홍 대표는 지난 5일 예정됐던 대구지원유세를 돌연 취소했을 뿐 아니라, 이보다 앞선 3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선거 지원유세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홍 대표가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홍준표 대표가 지역에 오는 게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라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5월 16일, 홍 대표가 민생현장 탐방을 목적으로 대구 칠곡시장을 찾았을 때만 해도, 북구 지역의 구청장·시의원·구의원 후보들이 모두 집결해 열렬히 환호할 정도로 분위기는 좋았다.
또, 한국당 대구시당 관계자도 같은 날 통화에서 “필승결의대회 때 대구를 다시 방문해달라는 대구지역 후들의 적극적인 요청에 의해 성사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좋았던 분위기가 불과 20여 일만에 이제는 홍 대표를 꺼리는 분위기로 역전된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대구시당 측은 “답변드릴 수 없다”라고 말을 잘랐지만, 주요 언론들은 ▲홍준표 대표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 ▲지도부의 백의종군을 언급한 정우택 전 원내대표를 향한 개발언 등 홍 대표의 자승자박식 막말 프레임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홍 대표의 지원유세가 취소됐다는 소식에 자유한국당 후보들은 반기는 분위기지만,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조롱에 가까운 논평을 내기도 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지난 5일 <북구을 당협위원장 홍준표 대표! 왜 대구 안오시나>란 제목의 논평에서 “자신을 대구 북구을당협위원장에 셀프 임명한 홍준표 대표! 대구지역 필승을 위해 전략적인 판단을 한 것이라더니 최근 대구 방문일정 계획을 돌연 취소했다”며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 대구 출마자들이 홍준표 대표를 패싱한다는 여론이 분분하다. 박근혜 마케팅이 사라진 이번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들은 이제 민심과 동 떨어지는 언사와 행동을 이어가는 홍준표 대표마저 외면한 채 적폐 가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라를 통째로 팔아넘기시겠습니까’라는 슬로건을 고집하며 선거초반 철지난 색깔론으로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겠다던 야당대표의 오만한 모습은 지금 어디 갔나?”며 “홍준표 대표는 지금이라도 SNS로 여론조사 결과 조작이라는 허위 사실 유포를 당장 중단하고 대구로 내려와 권영진 시장후보의 선거법위반 혐의부터 대구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 발생한 조직적인 착신전화 개설, 동구청장 공천 파동에 대해 대구시민들께 당대표로서 사과하라”라고 비난했다.
홍준표 막말 프레임에...지역 후보들까지 덩달아 막말
더 큰 문제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에 대한 여론이 식기도 전에, 이번엔 한국당 일부 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막말을 쏟아내는 등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구시의원에 출마한 H 후보가 북구에 있는 한 여성 유권자 A아무개씨에게 전화를 걸어 “예산을 줘도 못 쓰는 후보라고 말했나. 가만두지 않겠다”라고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지난 3일에는 <마피아식 협박? 내가 협박을 했나요? 좋습니다. 두 사람이 증언한다고 하니 원하시면 할께요>란 문자까지 보낸 것으로도 확인됐다.
그러나 H 후보는 오늘(7일) 현재까지 자신을 낙선 운동 관련 내용을 제보한 두 명의 증언자와 A씨의 만남을 주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7일 통화에서 “나는 H 후보가 누구인지 얼굴도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그 후보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겠나”며 “그래서 누가 그런 제보를 했는지 증인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더니, 달랑 문자 한통만 보내고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의 또 다른 여성 유권자 박아무개씨는 7일 통화에서 “유권자들이 낙석운동을 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며 “유권자들의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후보가 도리어 유권자에게 전화를 걸어 협박성 발언을 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격분했다.
또 다른 유권자 김아무개씨도 같은 날 통화에서 “그동안 가졌던 H 후보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졌다”며 “H 후보는 정치를 하기 전에 자신부터 먼저 다스릴 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권영진 후보도 헐리우드 액션?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31일 반월당 앞에서 진행된 권영진 후보 선거출정식에서, 권 후보가 한 여성 유권자에 부딪혀 넘어진 것을 두고서,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선 ‘헐리우드 액션’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당시, 권 후보 측은 “넘어지면서 꼬리뼈에 금이 가는 전치 3주의 부상을 당했다”며“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다. 배후 끝까지 찾아서 밝혀야 한다”라고 배후세력 규명과 함께 관련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촉구했다.
그런데, 이 당시 영상을 본 사람들이 최근 본보로 전화를 걸어와 “너무 과하게 넘어진 것 같다” “밀친 여성이 인조인간이냐” “동정표를 얻으려는 술책이다” 등의 입장을 전해왔다.
현재, 권 후보는 병원치료와 선거유세를 병행하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각계각층에서 응원과 함께 지지선언을 보내오고 있다고 권영진 캠프 측은 전했다.
한편, 이 사안은 현장 영상을 확보한 경찰이 범행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