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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공감보다 지배를 좋아한다

함사세요(함께 사는 세상이요 2)=양승태 ‘사법농단’

20180813일 (월) 14:18 입력 20180813일 (월) 14: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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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법정의가 심히 흔들리고 있다.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농단과 관련된 이런저런 의혹들이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고 있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일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불거진 의혹만으로도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상당히 금이 갔다. 하루빨리 무너진 신뢰를 바로 세우고 국민 앞에 당당한 사법부로 거듭나야 한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 대한 사법부의 비협조적 자세가 안타까움을 더한다. 특별재판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으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신뢰가 흔들리고 있다사진은 대법원 청사. <사진출처=대법원 홈페이지>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 짙어

 

사법농단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법치의 근간을 뒤흔들었다는 의혹을 말한다. 이 사건은 지난해 3월 법원행정처에 발령을 받은 이탄희 판사로부터 촉발됐다. 이 판사는 법원행정처가 사법개혁을 강조하는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시키려고 판사들을 뒷조사 한 사실을 알게 되자 사표를 냈던 것. 바로 판사 블랙리스트사건이다.

이후 블랙리스트 논란이 거듭되다가 지난해 12월부터는 사법농단을 강력 의심케 하는 많은 의혹들이 재차 제기됐고, 급기야 지난 6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자택앞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하지만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리는 등 법원 내부에서도 의혹의 실체를 밝혀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현 김명수 대법원장은 자체 진상조사에 나서서 일부 문건을 공개했다. 하지만 사태는 쉬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618일 검찰이 본격수사에 나서게 된다.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은 재판거래.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했는지 여부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은 청와대가 불편해할 사안들, 즉 세월호, 전교조, ktx승무원 등 이런 사안들을 가지고 청와대와 딜을 했을까. 여기에 덧붙여,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판사 뒷조사 문건을 비롯해 부적절한 보고서를 누가 작성지시했는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 등의 판결에 외압이 작용했는지 등도 밝혀져야 한다.

 

전방위로비 문건 공개

 

이런 와중에 지난 731, 여론에 떠밀린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청와대, 국회, 특정언론을 상대로 전방위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의혹과 관련 있다고 의심되는 문건 중 그나마 일부이지만,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국회 법사위 의원들을 지역구 현안으로 회유하거나 압박하는 전략이 나오는가 하면, 변협과 민변은 어떻게 구워삶을지를 논의한 내용도 나온다. 정치권 지형 등 각종 현안을 세세하게 분석한 뒤, 법원의 '재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정황마저 보였다. 특히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하야가능성을 검토하면서는 정치적 이슈는 진보적 판단을, 경제노동 이슈는 보수적 판단을촉구하는 판결지침에 버금갈 내용도 다루었다. 상고법원에 긍정적 여론 조성을 위해 특정 언론과 전문가를 활용하는 방안, 법무부를 움직일 카드로 구속영장 발부율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문건들은 대법원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대응전략 TF 등에서 작성한 것이었다.

 

상고법원이 뮈길래

 

이번 사건의 핵심에는 상고법원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사법제도는 3심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최종심인 대법원에 올라오는 사건이 너무 많아졌다. 대법관 한 명이 한 달 평균 1천여 건의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양승태 대법원장은 대법원 상고 사건 가운데 일반사건을 다루는 상고법원을 따로 만들려 한 것이다.

독일처럼 대법관 숫자를 늘리면 되지, 상고법원을 굳이 만들 필요가 뭐 있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공론화 과정을 정상적으로 거친다면 도입 못할 것도 없으리라.

현 김명수 대법원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718일 국회 법사위에서 대법관 증원을 포함해 상고허가제, 고등법원 상고부 또는 상고심사부, 상고법원 설치, 대법원의 이원적 구성 등 상고 제도 개선을 위한 모든 방안에 대해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고법원에 목 맨 까닭은

 

그런데 양승태 대법원장은 왜 공작에 버금가는 뒷작업을 벌이면서까지 상고법원에 집착했을까. 자신의 임기 내 이를 관철해 사법부의 관료보수성을 공고히 하려는 정치적 욕심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게다가 자신의 기획이나 소신을 과신하는 우월의식 또는 특권의식에서 연유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내가 하겠다는데 니들이 왜 방해야. 이건 좋은 거야. 그대로 믿고 따라와.” 세월호와 기무사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문건에는 일반국민들은 내 사건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 존재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기적이라는 말 앞에 무식하다는 말이 생략된 건 아닐까. ‘국민은 개, 돼지의 점잖은 버전이다.

현 사법부에서 수사를 위한 수색영장들이 기형적으로 기각되고, 꼬리 자르기니, 제 식구 감싸기니 하는 말들이 나도는 것도 이같은 보수성과 우월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사법부는 유일하게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사법부의 판단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자유를 최종적으로 수호한다. 그 권력이 오만과 편견으로 오염되면, 국가사회의 근간이 흔들린다. 불신이 팽배한 사회는 곧 붕괴다. 이제 법관의 양심에만 맡길 수 없게 됐다. 특별재판부를 만들어서라도 무너진 사법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전인철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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