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구름다리 설치사업을 둘러싼 대구시와 시민사회단체가 갈등이 점차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당초, 이 사업은 시작단계에서부터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 대구시가 건립 추진 중이 팔공산 구름다리 조감도. <출처=대구시>
실제로, 대구경실련은 지난해 3월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 관련 투자심사 회의자료와 회의록’ 등과 관련해 대구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시는 투자심사 결과만 공개하고 회의자료와 회의록은 전부 공개하지 않았다. 사실상 대구시가 비공개 결정을 한 것이다.
이에 불복한 대구경실련이 이의신청을 하자, 대구시는 지난해 4월 회의자료 전부와 발언자의 성명을 삭제한 투자심사위원회의 회의록만 공개했다.
이 회의록에 따르면, 대구시는 팔공산 구름다리 기본계획과정에서 몇 번에 걸쳐서 환경시민단체와 토의를 했다고 명시했으며, 그 과정에서 지역의 2개 지역시민단체로부터 자문의견까지 구한 것으로 적시돼 있었다.
그런데, 이 당시 투자심사위원회의 한 위원이 2개 단체의 성격까지 거론하며 대구시를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를 두고, 대구경실련은 대구시가 자문의견 수렴과정에서 이 사업을 반대하거나 반대할만한 시민단체는 아예 배제한 것이라고 주장까지 펼쳤다.
이후,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환경단체로 구성된 ‘앞산·팔공산 막개발 저지 대책위원회(아래 막개발대책위)’는 팔공산 구름다리 사업 관련 전면 재검토 외에도 설치계획폐기까지 요구하면서 대구시를 압박했다.
장기미집행 공원은 “나몰라라”
대구시는 이번 ‘팔공산 구름다리조성’ 사업비 140억원을 포함해, 이 보다 규모가 더 큰 ‘앞산관광명소화사업’에도 49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막개발대책위는 “일반적으로 사업 시행과정에서 사업비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대구시는 환경을 파괴하는 특혜성 예산낭비사업에 최소한 630억 원을 투입하려는 것”이라며 “반면, 대구시의 2018년 장기미집행 공원조성사업 예산은 119억원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시는 도시공원 일몰제가 곧 적용되는데도 불구하고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조성 예산보다 훨씬 많은 돈을 팔공산 훼손에 사용하려는 것”이라며 “폭염 등 기후변화, 대기오염 심화 등에 따라 도시공원이 시민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심각한 수준의 퇴행이 아닐 수 없다”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대구시는 2020년 7월 1일 도시공원에서 해제되는 ‘도심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관내 20개 공원에 대해 사업타당성 평가 용역을 끝마치고 개발우선순위까지 매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개발엔 ‘70% 기부채납, 30% 민간개발’로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민간공원특례사업’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는 설령 민간개발이 되지 않고 자연 해제가 되더라도 기존 건축법·산지관리법·도시개발조례로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자칫 도심공원에 대한 무분별한 난개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결국, 정작 서둘러 개발해야 되는 도심 내 공원은 “나몰라라” 하고, 개발이 전혀 필요치 않은 팔공산만 “파헤치려 한다”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주민설명회 “논란만 키워”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달 29일 동구 시민안전테마파트에서 대구시 주최로 열린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사업’ 주민설명회에 대한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막개발대책위는 지난 3일자 공동성명에서 “대구시는 지난해 5월,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할 때는 물론 용역 수행 과정에서도 환경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구름다리 건설 예산을 편성한 후 (이날 열린)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때까지도 마찬가지였다”며 “이는 주민설명회가 구름다리 건설을 위한 형식적인 통과의례에 불과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구시는 이번 사업의 일차적 피해자나 다름없는 동화사 측과도 전혀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주민설명회에선 “동화사 스님들이 구름다리 건설에 동의했다, 동화사 측에 참석 요청을 공문을 보냈는데, 거부했다”란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키웠다.
이런 소식이 알져지자, 막개발대책위도 이날 성명에서 <한 번도 사업내용을 설명받은 적이 없어 별도 설명회를 요청하기로 했다. 기본적으로는 스님들의 수행환경이나 팔공산 자연환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동화사 관계자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며, 대구시가 팔공산 구름다리 건설 사업을 일방적, 졸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례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는 또한 팔공산 구름다리 건설 반대 입장을 완곡하게 밝힌 것이기도 하다. 이는 팔공산 구름다리 등 팔공산 훼손에 대한 동화사의 일관된 입장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동화사가 구름다리 건설에 동의한다는 말이 유포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허위사실 유포에 그치지 않고 동화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어떠한 경우든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대구시 관계자는 이날 주민설명회에서 “오늘 설명회도 착공 전에 거쳐야 하는 단계이므로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할 뿐이다. 기본설계가 모두 완료됐으니 설계에 참고하게 사업 보완에 대해서 질의해 달라”라고 언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사업은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는 관광객이 감소하여 쇠락하고 있는 팔공산권을 핵심관광지로 조성하고 교통약자들에게 팔공산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케이블카 하차장 ~ 낙타봉을 연결하는 폭 2m, 길이 320m의 구름다리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대구관광종합발전계획(2016년~2021년)의 7개의 핵심전략사업 중 선도사업으로 지정되어 추진하게 되었으며, 현재 기본설계 및 경관심의를 완료하여 구름다리의 형태 및 규모가 결정된 상태이다.
기본설계에 따르면 팔공산 구름다리의 개발면적은 349㎡(주탑기초 및 엥커리지블럭) 정도로 5,000㎡ 이상 개발 시 진행하는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이 아니지만, 일부 시민단체의 환경훼손 우려에 대해 환경영향성검토용역을 시행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대구시는 이번 주민설명회를 통해 지금까지 추진 사항과 향후 추진계획, 사업대상지 주변 환경현황과 개발로 인해 미치는 영향의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주민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실시설계에 반영할 예정이다.
한편, 대구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진련 의원은 지난 9월 18일 열린 제261회 정례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장기적으로 환경훼손이 우려되는 팔공산 구름다리 조성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팔공산의 환경, 역사, 문화를 반영한 관광콘텐츠를 개발을 촉구한 바 있다.
이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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