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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적·보편적’ 복지도 아닌 기상천외한 ‘선착순’ 복지 초래

2020년 생색내기 ‘꼼수’ 예산편성 갈수록 태산...보편적 시행으로 정책 패러다임 전환시켜야

20191120일 (수) 12:00 입력 20191120일 (수) 12: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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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대구시 보건의료 예산 분석 리포트(2)=초등학교 치과주치의 예산’

대구지역의 시민사회와 노동조합, 전문가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 상설 연대조직인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아래 연대회의)가 2020년 대구시 예산안 심의에 앞서 250만 대구시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대구시 보건의료 예산 분석 리포트’를 연재한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그 첫 번째로 <시민건강 수준 향상을 위한 「건강관리실 운영」은 누구를 위한 시설이고 숙취음료와 영양제는 왜 필요한가?> 제하의 대구시 보건의료 분석 리포트를 12일 발표했다. 

이어, 19일에는 비교육적이고 불평등을 심화시킨 것으로 비난받고 있는 「초등학교 치과주치의 제도」를 분석한 <선별적 · 보편적 복지도 아닌 기상천외한 선착순 복지> 제하의 분석 리포트를 발표했다. 권영진 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 공약으로 발표한 「초등학교 치과주치의 제도」를 토대로 지난 3월 ‘초등학교 치과주치의 사업’을 추진했지만, ‘보편복지’를 근거로 추진한 타 시도와 달리 대구시는 ‘선별복지’를 선택함으로써 추진과정에 많은 문제점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번 리포트 역시 그에 따른 문제점과 함께 사업 활성화를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지만, 대구시가 어느 정도 수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번 연대회의에는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대경지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대경지부,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운수노조 대경본부, 의료연대 대구지역지부, 보건의료노조 대경본부, 우리복지시민연합, 행동하는의사회 대구지부 등 8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단체는 이번 자료가 보건예산의 증액과 보건행정·정책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연대회의 ‘대구시 보건의료 예산 분석 리포트’를 연재한다. 

1. 권영진 시장 2018년 지방선거 공약,  2019년 「초등학생 치과주치의」  

선진 각국의 성인대상의 구강보건의료체계는 대상과 치과의료 보장 범위에 큰 차이가 있으나 아동·청소년에 대해서만큼은 모두에게 무상의 치과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왜냐하면, 구강건강불평등은 아동·청소년기에 보다 뚜렷하게 드러나 이들에게 무상의 치과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구강건강불평등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이에, 권영진 대구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 공약으로 ‘초등학교 치과주치의 도입’을 약속했다. 2019년 신규 사업으로 영구치열 확립 전 구강검진과 보건교육 및 예방진료를 통한 아동·청소년(학생)들의 구강 건강 강화와 이를 방치할 경우 발생하는 향후 의료비 부담 감소를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당선 후 민선7기 시장공약 실천계획을 세워 이 사업의 세부계획을 아래와 같이 발표했다. 



2. 대구시 2019년 「초등학생 치과주치의 도입」 내용은

2019년 3월부터 시작된 ‘초등학교 치과주치의’ 사업은 관내 저소득 초등학생 6학년 1,670명을 대상으로 구강검진 및 교육, 불소도포 등 예방진료, 치료 등에 1인당 4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과 관련된 2019년 예산설명서 등을 종합하면 아래와 같다.



3. 「초등학생 치과주치의 도입」 현실과 문제점은

이 사업은 공공성이 대단히 높고 일부 타 지자체에서 시행하여 어느 정도 검증을 받은 사업이다. 후발주자인 대구시는 타 지자체의 ‘초등학생 치과주치의 사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목적과 취지에 맞게 계획했어야 하나 공익성을 달성하기 힘든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대구시의 ‘초등학생 치과주치의 사업’의 드러난 문제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선별적 지원방식으로는 생색만 낼 뿐, 사업의 공공성과 효율성을 달성할 수 없다.
대부분 충치가 발생하는 시기인 초등학생에서의 충치 예방은 소득과 무관하게 제공하여 구강건강불평등을 해소하고 성장기의 치아 건강 뿐 아니라 향후 대구시민의 구강건강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충치 치료 등에 지출되는 의료비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다. 경기 성남시 등 다른 도시 사례에서 그 성과는 일정정도 입증되었다.

2) 학생 이용 저조하자 선착순으로 서비스 제공하는 기상천외한 일을 벌인 대구시의 주먹구구식 행정이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치아관리의 중요성 등 사업 목적과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부족과 교육청과의 협조가 원활히 되지 않다보니 실제 치과 방문은 저조했다. 올해 대상자 목표에 크게 못 미치자(초기 10~20% 정도 추정), 대구시는 올해 사업목표(6학년, 1,670명)를 달성하기 위해 해당 학년 학생 중 신청을 받아 선착순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대상자 수를 채웠다. 근본적으로 선별적 시행의 문제지만, 주먹구구식 대상자 선정과 안일한 시행, 교육청과의 비협조로 인해 정작 받아야 할 대상자가 못 받은 문제를 노출시켰다. 대구시 보건과는 올해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이는 황당한 답변이다.

3) 사업 목적과 내용, 대상 학생과 학부모에게 구체적 이해 없이 시혜적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신규사업인 만큼 초기 이 사업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사업 참가 여부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소득하위 계층을 대상으로 선별하여 제공하면 잘 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이런 시혜적인 사업추진 방식 때문에 설명과 홍보는 소홀해 불소도포, 올바른 양치질 교육 등 충치 예방 서비스를 받고도 정작 사업 참가자들은 치과에서 별로 해주는 것이 없다는 오해로 참가를 기피하는 현상마저 발생했다. 대구시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불소도포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서 발생한 문제라고 해명했지만, 다른 지역 사례로 볼 때 이는 그야말로 변명에 불과하다. 

4) 참여 치과의원 조차 하고자 하는 의욕과 호응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충분하고 세심한 계획과 홍보 없이 시작되다 보니 초기 모집 대상자의 참여 저조로 치과의원 입장에서는 번거롭고 과도한 서류작업과 공익적 활동에 대한 특별한 유인이 사라져 호응도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5) 조례 미지정으로 인해 사업의 연속성과 신뢰성을 추락시키고 있다.
당초 추진계획에는 조례를 제정하여 사업 추진의 근거를 확보하고 정책의 연속성과 행정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지금까지 관련조례는 제정되지 않았고, 대구시의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지금 와서 대구시는 굳이 조례를 제정할 필요가 없다고 변명했다.

4. 사업 대상 학년은 5,6학년으로 확대되었는데...예산은 그대로? 

대구시 계획에 따르면, 2020년에는 5,6학년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2020년 대구시 예산에는 초등학생 5,6학년으로 하되 대상은 1,670명, 예산은 67,000천원으로 올해와 같다. 학년이 5,6학년으로 확대되었는데, 예산은 그대로라는 것은 올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시행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이 사업이 올해 실적부진 등으로 마지못해 하는 천덕꾸러기 사업이 된 것을 의미한다. 타 시도에서 ‘초등학교 치과주치의 제도’를 확대하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5. 타 시도에선 대상과 예산이 확대되고 있지만... 

초등학생 치과주치의제는 2012년 5월 전국에서 가장 먼저 서울시에서 도입했으며 이후 성남에서 활성화되어 올해 인천, 경기도, 경남 밀양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는 초등학교 4학년·아동센터 아동을 대상으로 구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시 학생·아동 치과주치의 사업'이 전국 최초로 사후예방관리까지 서비스를 확대하며 아동별 맞춤형 통합관리를 한다고 밝혔다(2019.10.22. 뉴시스). 이 보도에 의하면 서울시는 민관 협력으로 구축한 '서울시 치과주치의 전산시스템(덴티아이)'을 올해 25개 자치구로 확대하며 전산 인프라 구축을 마쳤고, 초등학교 참여율도 2016년 45.4%, 2017년 48.9%, 지난해 64.3%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 참여율은 70.8%에 달한다.   

경기도는 경기도교육청, 경기도치과의사회와 올해 4월23일 ‘경기도 초등학생 치과주치의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5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부모의 소득이나 재산과 상관없이 초등 4학년 학생에게 제공하는 이 사업은 올해 총 사업비 56억원(검진비 52억원, 운영비 4억원)으로 검진 및 구강치료 등에 드는 비용(수가)은 1인당 4만원으로 책정했다(2019.4.23. 경기신문).

경기 성남시는 5월1일부터 초등 4학년생을 대상으로 하던 ‘초등학생 치과주치의 사업’을 5학년생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사후관리 서비스도 강화해 치과주치의 전문 전산시스템인 모바일 앱 ‘덴티아이 성남’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 부모가 스마트폰에 앱을 깔거나 인터넷을 통해 덴티아이 성남에 접속하면 자녀의 구강 정보, 치료 상태, 다음 검진일을 메시지 등으로 받아볼 수 있다(2019.4.16. 경향신문).

인천시는 지난 8월부터 계양구를 비롯한 자치구 5개에 속한 초등학교 21개, 5학년생을 대상으로 아동 치과주치의 사업을 추진했고, 올해 성과를 토대로 내년 8개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인천시 초등학교 5학년 ‘치과 주치의’ 사업 인기, 2019.11.14. 인천투데이)

올해 들어 초등학생 대상 ‘치과 주치의’ 서비스가 수도권 전체로 확대되고 있고, 경남 밀양시도 올 4월부터 경상남도 최초로 모든 초등학생 4학년에게 치과주치의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 초등학생 4학년을 대상으로 보편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여 대상자 학년을 확대하고 있고 1인당 4만원을 지원한다.

6. 다른 지자체와 달리 대구시는 왜 이 모양인가? 대구시는 「초등학생 치과주치의」 보편적으로 시행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라. 그리고 좀 제대로 하자.

대구시는 무상급식처럼 초등학생 치과주치의 제도를 선별적으로 도입했다. 다른 지역은 보편적으로 시행하고 있음에도 대구시는 6학년 중 한부모가정과 기초생활 수급자 가정 등 빈곤층 학생에게만 시혜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홍보도 부족해 초기 선정된 대상자의 참여율이 매우 저조해 급기야 선착순으로 진행하는 등 주먹구구식이었다. 

이로 인해 목표한 대상자 수는 어느 정도 맞추었을지 모르지만 이 사업은 한마디로 원칙이 없는 기상천외한 사업으로 변질되었다. 빈곤계층의 구강건강을 위해 시작되었지만 취약계층은 소외되어 불평등을 오히려 심화시킨 대표적인 졸속행정이 된 것이다. 초등학생 치과주치의 사업을 펼치는 다른 지역은 성과가 좋아 확대되고 있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참여하는 치과의사도 의욕을 잃고 있다. 대구는 왜 이 모양인가?
 
선별이냐? 보편이냐?도 아닌 선착순 복지를 탄생시킨 대구시. 선별급식을 고집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보편급식으로 돌아선 8년의 무상급식 과오를 되풀이 하지 말고 초등학생 치과주치의 사업을 보편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특정 학년을 설정하더라도 해당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보편적인 치과예방진료가 되도록 해야 행정낭비를 줄이고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를 이끌어내어 충치 예방과 조기 충치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내용을 구체화하여 관련 조례를 조속히 제정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글=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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