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가 만사(萬事)’란 말이 있다. 좋은 인재를 잘 뽑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순리대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사람을 잘못 뽑으면 기존의 조직, 업무, 관계 등 모두가 틀어지고 복잡하게 되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
최근, 홍의락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북구을 지역에서도 이 ‘인사만사’가 전자 보다 후자에 가까운 의미로 사용되고 있어, 홍 의원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러다 내년 총선이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틀어진 것은 바로잡고, 복잡하게 된 것은 대화나 타협으로 풀면 된다. 그러나 원초적으로 적대시하고 의심하게 되면, 상황은 더 꼬이게 되며, 결국엔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이를 막기 위해, 우리사회는 정당·정파를 떠나 상호견제와 대타협을 강조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게 독으로 되돌아와 소시민들의 막연한 희망마저 짓밟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복합스포츠센터 건립부터 시작해, 상대적으로 예산이 들지 않는 시설 이전 및 후적지 개발까지를 포함해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사업 추진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다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국민 행정은 소속 정당과 정치 색깔이 배제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행정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정치인과 행정가는 오로지 국민의 입장에서 이를 조정하고 조율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치인과 행정가의 대화와 타협은 찾아볼 수조차 없게 됐고, “예산을 갖다 줘도 못하는데...” “예산이 확보되기는 한 것이냐” “선거 홍보용이냐” 등의 말싸움만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홍 의원과 배광식 북구청장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지난해부터 하나둘씩 표출되더니, 지난 9월 열린 북구청의 ‘구정 현안사업 설명회’에선 배 구청장이 홍 의원 지역사무실 관계자 면전에다 “구암동 복합스포츠센터 건립에 필요한 국·시비 예산이 확보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마치 다 확보된 것처럼 떠들고 다니느냐”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가진 기자와의 만남에서, “정무(정치)적 판단과 행정(업무)적 판단의 시각차에서 오는 일”이라며 아무렇지도 않은 반응을 보이면서도, “정치인이나 행정가는 지역주민의 공복이란 측면에서 한 배를 탄 사람인데, 배 구청장과 홍 의원 간 소통채널에 혼선이 오는 경우가 최근 들어 빈번해진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홍 의원님, 직원채용 제대로 해주세요”
이런 상황에서, 북구청과의 갈등 원인이 홍 의원이 제 식구 관리를 못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어, ‘인사만사’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을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다는 한 관계자도 27일 통화에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을 왜 사무실 직원으로 채용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하고, “직원 채용은 홍 의원의 고유 권한이지만, 최근 지역사무실의 인원채용을 놓고 본다면, 낙제점이나 다름없다”며 “누가 보더라고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지적하는 사람을 왜 채용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혹평했다.
실제로, 홍 의원은 지난해 서상기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측근이었던 류아무개씨를 4급 보좌관으로 채용한데 이어, 최근에는 개인비리로 북구체육회 사무국장직에서 물러났던 김아무개씨마저 특보로 채용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류 씨는, 6.13지방선거 당시 하병문 시의원(자유한국당) 후보에게 SNS 밴드지기로 지지하겠다고 접근한 뒤 어떤 대가를 요구했다 거절당한 북구의 한 네티즌과도 자주 만남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약 1천5백명의 회원을 거느린 이 네티즌은 하 후보에게 퇴짜를 맞은 이후 곧바로 더불어민주당 김경숙 시의원 후보의 밴드지기로 돌아서 활동했으며, 이 과정에서 류 씨는 선거일을 코앞에 둔 6월 5일 홍 의원 지역사무실에서 4급 보좌관으로 첫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앞서, 류 씨는 2017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구북구협의회 여성위원장을 거쳐 지난해 4월에는 민주당 대구북구을지역위원회 여성위원장을 맡기도 했으며, 그 과정에서 홍 의원에 눈에 띄어 4급 보좌관으로 발탁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내용을 잘 아는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하 후보에게 어떤 대가를 바라고 접근했던 네티즌이, 류 씨와 사전공모를 통해 이 같은 일을 벌였다는 소문도 들리는데, 만약 그렇다면 이미 4월에 민주당적을 가진 상황에서 상대당 후보에게 접근을 시도하게 되는 것”이라며 “만약, 이런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 진실이라면, 류 씨의 정체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각에선 “류 씨가 당적을 바꾼 것이 본인의 정치적 신념보다는 개인적 욕심 때문”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가운데, 류 씨가 그동안 사무실 안팎에서 보여준 언행을 볼 때 행정기관 4급 서기관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구 북구체육회 전 사무국장 김아무개씨를 둘러싼 채용 관련 구설수도 꾸준히 이어지는데, 최근엔 김 씨가 자신이 사퇴하게 된 것이 배 구청장 때문이라는 정치희생양 발언까지 하면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자칫 홍 의원과 배 구청장 간 감정싸움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체육회 관계자는 “김 씨는 사무국장으로 있을 때 체육회 직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부터 시작해 투명하지 못했던 회계처리에 이르기까지 본인이 책임지고 사퇴했지만, 홍 의원실로 자리를 옮긴 이후엔 마치 배 구청장이 정치적으로 자신을 사퇴하게 만들었다는 식으로 발언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렇다보니, 홍 의원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직원채용을 제대로 하라는 쓴 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읍내동의 한 주민은 “내년 총선에서, 홍의락 의원의 당선을 그 어느 누구보다도 지지하는 사람이지만, 유 4급 보좌관과 김 특보는 홍 의원의 재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며 “지금도 늦지 않았지만, 국민의 세금과 후원금으로 급여가 지급되는 두 사람의 채용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한 번 더 점검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구암동의 또 다른 주민도 “과거엔 선거에서 이기면 잘못했던 부분도 용서를 받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홍 의원도 지지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해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홍 의원 지지자들은 “류·김 두 사람을 향해 쏟아지는 여러 구설수와 비난에 대해 무대응으로 맞설 것이 아니라, ‘인사가 만사’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라고 일침을 놨다.
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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