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정가 “예비선거전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의정보고회 시점·횟수 더 엄격히 조정해야”
2020년 01월 20일 (월) 15:42 입력 2020년 01월 20일 (월) 16:44 수정
4월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지역의 예비후보들도 출판기념회나 사무실 개소식 등으로 본격적인 얼굴 알리기에 나섰다. 이처럼,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예비후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예비후보들의 예비선거운동 천태만상을 살펴보았다. -편집자주-
불붙은 SNS 홍보전
예비후보들이 SNS를 통한 선거홍보에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권오성 후보가 1월 20일 현재 1,139명의 ‘권오성과 행복한 동행’ 밴드를, 그리고 김승수 후보가 1,974명의 ‘김승수 대구북구을 국회의원 예비후보’ 밴드를 각각 운영하고 있었다.
서상기 후보는 오랜 정치경력 때문인지 두 개의 밴드가 확인됐는데, ‘역시!서상기’ 이름의 밴드엔 1,059명이, 그리고 ‘서상기의 행복편지’엔 901명의 멤버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반면, ‘이범찬의 새로운 북구!’ 밴드를 운영 중인 이범찬 후보는 지역이 아닌 수도권에서 주로 활동을 해온 탓에 323명의 멤버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
주성용 후보는 정치경험에다 변호사란 직업의 특수성이 맞물려 후보들 중 가장 많은 4개의 밴드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64명의 ‘주윤발(주성영과 윤택한 삶을 위한 발전모임)’ 754명의 ‘그래! 주성형!’ 630명의 ‘맞다☆주성영’ 124명의 ‘주성영아파트법률상담’ 등이 그것들이다.
황영헌 후보는 504명의 ‘기분 좋은 북구 일꾼 황영헌’이란 밴드를 운영하고 있었으며, 이달희 후보는 41명의 ‘◇이달희와 행복한 동행◇’과 ‘165명의 ’대구북구을 국회의원 예비후보 이달희와 함께‘란 밴드를 각각 운영하고 있었다.
이상 자유한국당 예비후보들의 밴드운영 현황을 살펴본 결과, 운영 밴드 수와 참여 멤버 수에서 다소 차이를 보였지만, 경선룰 확정과 함께 경선날짜까지 잡히게 되면 SNS를 활용한 홍보 전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의당 이영재 후보는 292명의 ‘영재야! 국회가자!’란 제목의 밴드를 운영하고 있었으며, 국가혁명배당금당의 박은순 후보는 밴드가 검색되지 않았다.
현역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도 1,049명의 《홍의락 국회의원입니다》 밴드를 운영 중에 있으며, 특이한 점은 홍 의원 지지자들이 크고 작은 밴드 10여개를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이 중에는 한국당 성향의 밴드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비공개로 운영되는 탓에 검색되지는 않았다. 이 밴드에는 홍 의원 지역사무실의 류미란 4급 보좌관을 포함해 약 1,500여명을 웃도는 멤버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출판기념회·북콘서트로 인지도 넓혀
가장 먼저, 황영헌 후보가 지난해 12월 28일 대구 북구 읍내동에 있는 칠곡향교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라는 부제가 붙은 ‘모두의 혁신’이라는 책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북구를 4차 산업혁명의 전초기지로 만들겠다는 황 후보는 1월 20일 ‘칠곡군 동명면의 대구 편입’을 골자로 한 1호 공약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황 후보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동명면의 대구 편입을 통해 북구와 동명면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뿐 아니라 대구, 경북 전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도 막대하기 때문에 지체할 이유가 없다”라고 주장하며 공약실천의 의지를 다졌다. 한국당은 지난 1월 9일 황영헌 후보의 자유한국당 복당을 승인한 바 있다.
김승수 후보도 1월 10일 대구엑스코에서 약 2천여명의 주민들과의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직, 혁식’ 출판기념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김 후보는 약 30년이란 짧지 않은 공직생활을 해오면서 오랫동안 고민했던 ‘성공하는 혁신, 미래를 위한 혁신의 아이디어’들을 이 책에 담았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문희갑 전 대구시, 강병규 전 행전안전부장관, 천영우 전 외교안보 수석, 김상훈 국회의원 축사를 했으며,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권영진 대구광역시장, 배지숙 대구광역시의회 의장, 서길수 영남대학교 총장 등 영상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철우 경상북도지사, 김광림 자유한국당 최고의원 등은 축전으로 이날 행사를 축하했다.
붉은 현수막전도 또 다른 볼거리
한편, 강북지역은 자유한국당의 상징인 붉은 색깔로 넘쳐나고 있다. 팔달교를 지나자마자 ‘3조4천억의 신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란 큼지막한 글자가 새겨진 강북컨벤션센터 벽면에 내걸린 붉은 현수막이 한눈에 들어왔으며, 대구병원 네거리로 접어들면 ‘전)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을 강조한 권오성 후보의 붉은 현수막이, 대각선 맞은편 건물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에게 시위라도 하듯 내걸려 있다.
그리고 강북지역의 현수막 자리로 최고의 명당이라 할 수 있는 태전교 삼거리에는 황영헌 후보와 김승수 후보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지만 가슴속엔 비수를 숨겨둔 채 서로 노려보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격이 맞지 않는 구교찬 기초의원 후보의 큼직한 현수막도 맞은편에서 황·김 두 후보를 쳐다보고 있는데, 미처 이 자리를 선점 못한 예비후보들의 안타까움이 상당히 컸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팔공산맥 네거리로 조금만 내려오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은 이달희 후보의 현수막을 포함해, 바로 인접한 삼성서비스센터 건물에는 ’문재인 정권 심판‘과 ’6년의 봉사 7젼을 준비합니다‘란 캐치프레이즈로 지역 민심에 호소하는 주성영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바로 이 건물에 주성영 변호사 사무실이 있는 탓에, 타 후보들보다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한국당의 마지막 예비후보인 이범찬 후보의 붉은 현수막이 칠곡네거리의 상징인 네오시티프자 전면을 뒤덮고 있었다. 안기부(현 국정원)에서의 공직생활을 유추해볼 수 있는 안보문구가 곳곳에 새겨져 있다.
붉은 빛깔에서 뚝 떨어진 이영재 후보는 ‘함께살자!’란 네 글자가 또렷이 보이는 노란 현수막을 칠곡3지구에 있는 메가박스 한쪽 벽면에 장식했는데, 아주 멀리서도 눈에 띨 정도였다.
홍의락 의원, 의정보고회에 올인
하지만, 홍의락 의원의 공약이 담긴 파란색의 현수막은 20일 현재 강북지역 그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홍 의원의 의정보고회 소식만 들려오고 있다. 특히, 홍 의원은, 예비후보들이 얼굴 알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동안, 1월 6일 구암동을 시작으로 1월 14일까지 모두 열 차례에 걸친 의정보고회를 소화해내느라 발걸음을 재촉했던 것이다.
마치, 예비후보들의 현수막전도, SNS 홍보전도, 출판기념회나 북콘서트도, 이 의정보고회 한방으로 다 날려 보내듯이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1~3회에서 지난해엔 5회에 그쳤던 의정보고회가 유독 올해에 배로 늘어난 것도 다 이 때문은 아닐까.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도 본 선거운동 전부터 공정한 룰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이를 바로 잡는 것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20일 통화에서 “현역의원들이 D-90일이란 선거법에 준해 의정보고회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라고 전제하고 “그렇지만 다른 해와 비교해 의정보고회 횟수를 배로 늘이는 것에 대해선 오늘 첨 들었다”며 “공정한 의정보고회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지역의 한 정치인도 “선거를 앞두고 의정보고회를 집중적으로 횟수르 늘리는 것이나 아주 성대하게 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관행”이라며 “이처럼,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움을 하는데, 과연 누구 유리할까”라고 되물었다.
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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