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 부당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아래 삼바) 분식회계 혐의로 곧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을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엄정한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재벌개혁경제민주화실현을위한네트워크, 국금속노조, 참여연대는 내일(15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6대 범죄 혐의에 대한 엄정한 조사 및 기소 촉구 기자회견’ 을 개최한다.

2015년 9월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자산가치와 영업이익이 제일모직의 무려 3배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0.35:1로 결정됐다. 즉, 삼성물산 주식 한 주의 가치는 제일모직 주식 0.3500995 주의 가치와 같으며, 제일모직 한 주의 가치는 삼성물산 한 주의 가치에 3배가 되는 것이었다.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가 될 수밖에 없는 합병이었다.

이렇듯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오직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이었으며, 이를 위해 각종 뇌물 및 국민연금까지 동원한 국정농단, 삼바 회계사기 등 온갖 불·편법이 자행되었음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의 형량을 낮추기 위한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면서 국민들을 우롱하더니, 5월 6일에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마치 그동안 ‘삼성’이 저지른 범죄를 자신이 대신 사과하는 듯한 유체이탈 화법을 써는 꼼수까지 부렸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위한 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삼바 분식회계는 현재 파기환송심 재판 중인 국정농단 뇌물공여 사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건으로, 공동정범인 이 부회장이 이 사건의 중심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들 단체는 내일 기자회견에서 “검찰 소환 시 추호의 거짓 없이 성실하게 조사에 임할 것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엄중히 요구하는 동시에,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이번 이 부회장 소환의 의미를 준엄하게 받아들여 더 이상 준법감시위원회에 기댄 삼성의 개혁을 운운하지 말고, 법과 양심에 따라 국정농단 사건을 심판할 것”을 거듭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 후 검찰에 그동안 제기되었던 이재용 부회장의 6대 혐의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한 기소로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도 제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엔 기필코 법의 심판받게 해야”

한편,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이번 검찰소환은 참여연대가 2016년 6월 삼성물산 부당합병 관련 배임 및 주가조작 등 혐의로 삼성그룹 총수일가를 고발한지 4년 여 만이며, 2018년 11월 증권선물위원회(아래 증선위)가 2015년 삼바의 삼성바이오에피스(아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판단 변경 등을 ‘고의분식’으로 결론내리고 검찰고발한 뒤 1년 6개월여 만이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5월 14일 논평을 내고 “오직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불공정하게 합병됐고, 이를 위해 각종 뇌물 및 국민연금까지 동원되는 국정농단이 있었으며, 삼바 회계사기까지 온갖 불·편법이 자행되었다”며 “이제 이재용 부회장 승계작업의 민낯이 드러날 진실의 시간이 머지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검찰 소환 시 추호의 거짓 없이 성실하게 조사에 임해야 할 것이며, 검찰은 그동안 제기되었던 이재용 부회장의 각종 혐의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여 기소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검찰 재소환과 상관없이 이미 자신의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를 위해 ▲80억여 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파기환송심 재판 중에 있으며,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삼성물산 부당합병과 ▲삼바 분식회계 혐의 또한 이재용 부회장 승계작업의 핵심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에서 “세 가지 혐의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다”라고 전제하고, “2014년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작업은 급속도로 진행되었으며, 두 회사 합병 전, 그룹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했던 삼성물산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은 전무했다”며 “그러나 2014년 삼성물산의 자산가치와 영업이익이 제일모직의 무려 3배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5월 두 회사 합병 결의 이사회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0.35:1로 결정되었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이재용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16.4%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극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은 제일모직의 자회사 삼바가 91.2% 지분을 가진 에피스 및 에버랜드 신수종 사업 등에 대한 가치 뻥튀기, 에버랜드 공시지기가 조작 등으로 제일모직이 고평가되고, 삼성물산은 1.75조 원 상당 현금성 자산 누락 및 각종 해외사업 수주 미공시 등으로 실제보다 훨씬 저평가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이에 더해 2015년 통합 삼성물산 회계처리 당시, 그동안 미공시되었던 삼바와 미국 바이오젠사와의 에피스에 대한 콜옵션 계약이 드러남으로써 삼바 가치 뻥튀기를 위한 에피스의 고평가가 오히려 삼바의 자본잠식을 불러오게 될 위기에 처하자, 이재용 부회장 측은 합병비율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며 또 다른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라고도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국민연금이라는 국민 노후자금까지 동원하며 무리하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했다는 것은, 이미 2017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항소심에서 드러났을 뿐 아니라, 제일모직 가치 상승을 위해 삼성에버랜드 토지 공시지가 조작에도 관여했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참여연대는 덧붙였다.

증선위, 삼바 ‘고의분식’ 결론냈지만...

특히 삼바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증선위가 ‘고의분식’이라는 결론을 이미 내린 상황이다. 2018년 11월 삼바 고발 당시,증선위는 2012~2014년도 미국 바이오젠사의 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이 실질적 권리였기에 삼바와 바이오젠은 에피스를 공동지배하고 있었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2015년에 에피스 주식을 종속회사에서 계열회사 주식으로 변경하면서 지분법으로 회계처리하고, 4.8조 원이라는 대규모 평가차익도 취소되어야 한다고 증선위는 판단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이 논평에서 “증선위는 ▲2012~2014년 삼바가 콜옵션 공시를 누락하고 에피스를 단독지배하는 것으로 회계처리한 것과, ▲2015년 에피스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회계처리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한 것을 모두 분식회계로 본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본격적 검찰 수사 돌입 후 삼성과 회계법인들이 공모한 구체적인 증거들, 삼바 회계처리 기준 변경에 관여한 증거들이 밝혀지기도 했다. 2019년 12월 재판부는 삼바 회계사기 의혹에 관한 증거인멸 혐의로 관련자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하기도 했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위한 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삼바 분식회계 등은 국정을 농단한 뇌물공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건임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참여연대도 “이 모든 의혹의 정점에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가 있으며, 본인이 이렇게 무수한 범죄행각을 몰랐다거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미국의 경우 2001년 엔론사의 1.5여조 원의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났을 때 창업자는 24년형을 선고받고, 최고경영자는 14년을 복역하는 등 회계분식에 대해 매우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강조하지 않더라도, 무려 4.8조 원이라는 금액을 장부상에서 부풀린 삼바 회계분식에 대해서 엄중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합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지난 5월 6일 이재용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마치 그동안 ‘삼성’이 저지른 범죄를 자신이 대신 사과하는 듯한 유체이탈 화법을 썼다”라고 비난하고, “말뿐인 사과에서조차 국정을 농단하면서 이뤄진 삼성물산 부당합병과 삼바 회계사기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었고, 올해 삼성물산과 삼바 주주총회에서는 부당합병을 승인한 이사들과 회계사기의 공동정범인 김태한 삼바 사장 등을 그대로 연임시키는 등 양두구육의 행태를 보였다”며 “진정 이재용 부회장이 수많은 범죄혐의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면, 시민들을 우롱하는 기만적인 행태를 중단하고 검찰 소환조사에 충실히 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의 이 모든 혐의와 범죄 연관성을 한 톨 남김없이 낱낱이 밝혀내어 기소해야 하며, 이재용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더이상 준법감시위원회에 기댄 삼성의 개혁을 운운하지 말고, 법과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재판에 임해야 한다”며 “다시 강조하지만, 삼성이라는 선도적인 기업과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는 분리되어야 하며, 불법과 탈법에 의한 경영권 승계라는 시대착오적인 범죄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의 심판이야말로 삼성의 발전을 위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