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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저승사자 ‘판스프링’

판스프링 사망사고 매년 나오는데...국토부·교통안전공단은 ‘뒷짐만’

20200814일 (금) 13:2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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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저승사자로 불리는 판스프링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매년 끊이질 않고 있어, 이에 대한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대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판스프링은 덤프트럭, , 버스 등의 상용차에 주로 쓰이는 서스펜션을 활용해 만든 것으로, 화물차 적재함이 벌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는데 주로 사용된다. 그래서 화물차 운전자들 사이에선 결박용 판스프링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실제론 기둥이 되는 물건이란 뜻의 일본말 하시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데, 포털에서 이 단어를 검색하면 화물차 적재함 하시라로 명명된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판스프링으로 검색하면 전혀 상관없는 내용들이 노출되고 있었다.

이처럼, ‘하시라란 단어는 운수업 외에도 인쇄, 건설 등 다양한 업종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여기선 언어순화 차원에서 판스프링으로 통칭해 부르기로 한다.

 


- 화물칸이 벌어지지 않도록 결박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불법 판스프링 관련 사망사고 매년 터져 나오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출처=보배드림>

 

도로 위 흉기’...피해보상은 막막

 

문제는 이 판스프링이 도로에선 흉기로 변한다는 것인데, 실제로 도로에 떨어진 판스프링이 차 앞 유리를 뚫고 들어와 사망사고로 이어진 사례가 언론을 통해 수차례 보도되기도 했다.

2018125일 오후 경기 이천시 호법면 중부고속도로 하행선을 달리던 승용차에 길이 40cm, 7.5cm, 두께 1cm, 무게 2.5kg이나 되는 크기의 철판이 운전석으로 날아들어 운전자의 목숨을 앓아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으로 예비신부, 신부 언니와 함께 안성에 있는 찜질방으로 가다 이 같은 사고를 당한 것이다.

경찰은 이 철판이 화물차에서 주로 사용되는 결박용 판스프링인 것으로 확인하고, 사고 당시 반대편 차선에서 달리던 관광버스가 도로에 떨어져 있던 철판 위로 지나면서, 그 충격으로 인해 승용차를 덮친 것으로 결론을 냈다.

사고 당시, 운전자는 목 부위에 철판이 박히는 큰 충격으로 의식을 잃었고, 뒷좌석에 함께 타고 있던 예비신부 언니가 운전석 쪽으로 몸을 숙여 손으로 브레이크를 눌러 갓길에 가까스로 차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자세한 사고내용은 아래 청와대 청원내용 박스 참조.

결국, 사고 발생 75일 만에 관광버스 운전자가 검거됐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상처리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모 방송사는 이 사고 직후에 관광버스가 철판을 밟고 지나간 것이 아니라, 트럭에 붙어 있던 서스펜션에서 떨어진 것이라는 새로운 주장까지 펼쳐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데 혼란까지 초래했다.

실제로, 관광버스 운전사는 CCTV 분석결과 고의성의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 처벌대상에 제외됐다. 또 한국도로공사 측도 낙하물의 원인제공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 연평균 26만 건이나 되는 낙하물 수거에 최선을 다해왔다는 점 등을 들면서, 이번 사고와 관련해 그 어떤 손해배상책임도 없다며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광광버스 측 보험사도 철판을 떨어트린 트럭을 찾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트럭 운전자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보상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610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고가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인명피해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 당시 수사에 들어갔던 남양주경찰서 관계자도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현장 인근에 CCTV가 없는 점, 피해 차량 블랙박스에 사고 순간이 녹화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가해자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에서 보면 반드시 신고해야 하는 놈들

 

이보다 앞서 2015년에도 갓 태어난 조카를 보러 가던 삼촌이 판스프링에 머리를 맞아 정신연령이 5세가 되었다는 얘기가 커뮤니티 공간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입산10년차보배도사 필명을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71일 보배드림 게시판에 <도로에서 보면 반드시 신고해야 하는 놈들> 제하의 글을 올리면서 이 같이 주장했는데, 실제로 이 게시글에는 판스프링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는 여러 사진도 함께 첨부돼 있었다.

이 네티즌은 첫 글을 <사망사고 발생해도 추적이 어려워 가해자는 없어젰네하고 새로 끼움>이라고 적었는데, 아마도 판스프링이 도로에서 튕겨나가 없어져도 트럭 운전자들이 무의식적으로 또 다른 판스프링을 구해 홈에 끼운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 앞서도 언급했듯이 판스프링을 포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설치해주는 공업사들이 전국 각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현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난한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진동면에서 이 일을 주로 하고 있는 적재함관계자는 813일 통화에서 트럭 운전사 10명 중 2~3명이 판스프링 설치 주문을 할 정도로 화물차 업계에선 이미 일반적인 것이 된 일이라면서도, “판스프링 관련 사고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그런 사고가 있었다면, 정부가 먼저 나서서 단속도 하고 해야 되는데, 판스프링을 설치했다는 이유로 단속된 운전자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관계자는 홈에 끼우는 형태의 판스프링 가격은 화물차 짐칸 옆면 개당 4만원, 뒷면 개당 45천원에 설치가능하다이 보다 더 안전한 볼트식 판스프링은 2~3천원을 추가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홈에 끼우는 것보다 볼트식이 도로에서 더 안전할 것 같은데...”라는 질문에, 그는 볼트식이 결박에 약하다 보니, 운전자들은 홈에 끼우는 판스프링을 더 선호한다라고 답했다.

트럭 운전사나 공업사 관계자들이 판스프링으로 인한 사망사고를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를 그대로 보여준 통화였다.

한편, 이 네티즌은 <2015년에 갓 태어난 조카를 보러 가던 삼촌이 판스프링에 머리맞고 두개골 함몰됨. 다행히 깨어났지만 정신 연령이 5세로 떨어짐. 2018년엔 예비부부 운전하고 가다가 남편이 저거 목에 박혀서 사망. 아내는 조수석에 있었음>이라며 이 글을 마무리지었는데, 2018년 사고는 위에서 언급한 2018125일 사고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5년 사고는 포털에서도 검색이 되지 않아 사건의 진위여부에 대해선 좀 더 확인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교통안전공단에 판스프링 불법여부 질의까지 했지만...

 

특히, 보배드림 게시판에는 71일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약 50개가 넘는 판스프링 고발 관련 글들이 올라왔는데, 네티즌들이 판스프링 문제를 조직적으로 이슈화시킬 심상인 듯 보였다.

, 일부 네티즌은 도로에서 운행을 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판스프링 설치 트럭을 직접 촬영해 경찰에 신고를 했을 뿐 아니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판스프링의 불법 여부를 묻는 질의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보배드림 네티즌들의 대대적이 신고와 달리 범칙금은 고작 2만원에 그쳤으며, 운전자의 소명이 있을 경우엔 범칙금도 면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베리아십장생 필명을 사용하는 네티즌은 <판스프링 꽂고 다니는화물차(후기)> 제하의 글을 통해 후기랄 게 있겠냐 만은 많은 분들이 신고하는 방법을 알려주셔서 어플 활용해서 스마트제보를 했습니다...<중략>...결론은 불법부착물 경고로 해서 범칙금은 2만원 부과했다고 하네요. 그것도 만약에 이의제기를 통한 증빙이나 기타 소명을 한다면 이것마저도 취소될 수 있겠지만이라고 적었다.

문제는 판스프링의 불법 여부를 판단하는 매뉴얼이 없다보니, 사람마다 기관마다 입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마내운동해따 필명을 쓰는 네티즌은 경찰아재 왈 : 해운대검사소에 문의했더니, 적재함이 비틀어짐을 방지하기 위한 지지대로써, 적재함보다 낮은 판스프링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비베놈1 필명을 쓰는 네티즌도 베스트 글에 있는 판스프링 신고를 했는데, 담당 수사관님이 전화와서 구청에 문의해보니 원래 저렇게나오는 차량이고 불법이 아니라고 하는데...어떻게(어떤 게) 맞는 건지 혼란스럽습니다라고 적었다.

심지어 매년 불법 차량변경 관련 단속업무메뉴얼을 만드는 한국교통안전공단마저도 판스프링이 불법인지 아닌지 애매모호한 답을 하고 있어, 판스프링의 단속을 요구해온 운전자들의 원성만 키우고 있다.

실제로, 3톤지게차 필명을 쓰는 네티즌은 88<판스프링에 대한 교통안전공단 답변>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교통안전공단은 귀하께서 첨부하여 주신 사진을 확인한 결과, 해당 부위는 판스프링 등의 금속을 가공하여 제작한 적재함 지지대 및 지지대 꽂이로 확인된다면서도, “적재함 지지대 설치로 인해 자동차의 길이가 13미터 또는 너비가 2.5미터를 초과하지 않는 경우에는 튜닝승인 대상이 아니라고 답했다.

, 법에서 규정된 자동차 제원 범위에선 누구나 판스프링을 맘대로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 교통안전공단의 입장인 셈이다.

그러면서도, 교통안전공단은 진동이나 충격으로 지지대가 이탈 할 경우를 포함해 지지대와 지지대 꽂이가 예리하게 각이 지거나 돌출돼 안전운행에 위험을 줄 경우엔 자동차관리법29조에 따라 안전기준 위반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판스프링의 불법 여부에 대한 교통안전공단의 답변 전문은 박스 참조.

 

지금까지 판스프링 단속한 건도 없어...단속 책임 공방만

 

그럼, 지금까지 불법 판스프링 설치로 단속된 사례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 한 건도 없는 게 맞을 듯싶다. 우선, 교통안전공단이 매년 발간하는 단속업무메뉴얼에는 화물 결박용 판스프링에 대한 내용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통안전공단 튜닝담당자 최근 통화에서 단속업무메뉴얼에는 판스프링 관련 내용이 없는 게 맞다면서도, “단속은 지자체와 경찰 담당이기에, 판스프링 단속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게 없다라고 말했다.

단속업무책자를 펴내면서도 정작 단속에 대해선 모르겠다는 공단 담당자의 말은 우리는 단속규정만 정하지, 단속은 알아서 하세요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그런데 정말 교통안전공단은 지자체와 경찰의 합동단속에 참여하지 않을까.

지자체와 경찰이 단속할 때는 통상적으로 교통안전공단의 전문가들과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 관계자도 813일 통화에서 자동차 불법 변경 단속을 나갈 때는 대게 경찰, 교통안전공단과 합동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속업무메뉴얼이 있더라도 자동차 튜닝이 너무 전문적이 분야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판스프링을 단속한 사례는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같은 날 통화에서 판스프링에 대한 단속 규정이 별도로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 관계는 판스프링으로 인한 사망사고의 경중은 모른 채 모든 차종은 자동차 안전기준에 맞도록 튜닝을 해야 한다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이 관계자는 728일 통화에서 판스프링과 관련해, 교통안전공단과 협의해 법적으로 개선할 사항인지, 아니면 현행법으로도 제어가 가능한지 한 번 살펴보겠다면서도 자세한 사항은 먼저 공단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들어봐야 향후 개선 방향이 나올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개선방향에 대해 공단 관계자로부터 연락이 가도록 하겠다라고도 덧붙였다.

이에, 본지는 교통안전공단 튜닝담당자와 814일 다시 통화했지만,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국토교통부 관계자와 판스프링에 대해 논의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향후 개선방향에 대해 카포스 기자에게 알려주라는 지시도 받은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국토부와 교통안전공단이 판스프링 단속 규정 마련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지금 이 시간에도 운전자들의 목숨을 노리는 판스프링이 도로 곳곳에 나뒹굴고 있다.

공단은 오늘 9월 말에 2020년도 단속업무메뉴얼 책자를 발간한다. 올해가 판스프링 단속 원년이 되길 기대해본다.

 

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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