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대메뉴로 바로가기 서브메뉴로 바로가기

지인호 사회문화평론가의 <이야기 마당>

20200923일 (수) 08:58 입력 20200923일 (수) 09:28 수정

  • 축소
  • 확대
  • 이메일 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보내기
  • 트위터 보내기

1. 재미있는 우리말 - 아닌 밤중에 홍두깨

 

홍두깨는 본래 다듬이질 하는 데 쓰는 도구로서, 나무를 둥글둥글한 모양으로 길고 굵직하게 깎은 것을 말한다.

옛날 여인들은 남편을 잃고 홀로 된 뒤에도 개가하는 것을 금지당했다. 이 때문에 젊어서 남편을 잃고 청상과부가 된 여인들은 어쩔 수 없이 수절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여자들은 밤중에 몰래 남자들이 업어가거나 담을 넘어와 정분을 통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런 일을 겪은 과부들이 남자의 성기를 '홍두깨'에 비유하여 은밀히 말하면서부터 이 말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뜻하지 않았던 일이 갑작스럽게 일어나거나, 느닷없이 어떤 일이나 말을 꺼내는 것을 가리킨다.

 


<사진출처=픽사베이 무료사진>

 

2. 작가의 의도를 거부하고 살아난 주인공

 

미국의 소설가 스티븐 킹은 쇼생크 탈출, 미저리, 샤인 등 여러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이다. 그가 쓴 책 유혹하는 글쓰기를 보면 무척 흥미로운 내용이 나온다. 등장인물들이 자기 방식대로 움직여서 대개 작가가 예상했던 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스티븐 킹이 소설 미저리를 처음 구상했을 때에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남자 주인공이 훨씬 더 영리해서 결국에는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미저리는 작가가 원래 의도했던 것과 다르게 결말을 맺은 작품이 되었다.

 

 

3. 20일 만에 황제 폐하로 변한 살인마

 

정치권력 앞에 신문편집이 굴절된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나폴레옹 시대에 있었던 프랑스 언론의 얘기다.

당시 프랑스 신문 모니퇴르는 혁명 과정에서 나폴레옹을 비판하고 시민들을 옹호하는 편집을 함으로써 최대 일간지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폴레옹이 권력자로 떠오르자 이번에는 적극적인 나폴레옹 지지로 돌아섰다. 그가 민중의 기대를 배신한 채 황제에 오른 뒤에는 더욱 노골적으로 그를 찬양했다. 나폴레옹이 황제 자리에서 쫓겨나 엘바섬으로 유배된 뒤 이 신문의 편집방향은 나폴레옹에 대한 독설로 바뀌었다.

그러나 181531, 나폴레옹은 엘바섬을 탈출하여 20일 후 다시 파리로 돌아온다. 20일간 사태 전개 과정에서 보여진 프랑스 최대 일간지의 표제는 두고두고 화제가 되고 있다.

 

<살인마 소굴에서 탈출>

<코르시카의 아귀 쥐앙만에 상륙>

<괴수 카프에 도착>

<괴물 그레노블에 야영>

<폭군 리용을 통과>

<약탈자 수도 60마일 지점에 출현>

<보나파르트 급속히 전진! 파리 입성은 절대 불가>

<황제 퐁텐블로에 도착하시다>

<어제 황제 폐하께옵서는 충성스런 신하들을 거느리시고 뒤틀리 궁전에 듭시었다>

 

모니퇴르의 이 눈부신 변신은 권력 앞에서 신문 표제가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가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불과 20일 사이에 나폴레옹은 살인마에서 아귀로, 다시 괴수에서 괴물로, 이어 폭군에서 약탈자로 바뀐 뒤 이윽고는 보나파르트를 거쳐 황제, 그리고 황제 폐하로 변하였다.

 

 

4. 풍자와 해학

 

풍자는 부정적인 요소를 비웃으면서 비판하는 것을 의미하며, 해학은 익살스러운 말이나 행동을 의미한다.

김삿갓이 금강산을 여행하다가 지친 몸을 쉬려고 절을 찾았다. 절에서는 그를 귀찮아하며 쫓아내려고 하였다. 그는 중과 말다툼을 하던 끝에 좋은 시를 지으면 절에 묵어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 중은 심술궂게도 라는 어려운 운을 띄웠다. 김삿갓은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말로 시 한 구를 읊었다.

사면 기둥 붉어타.”

중은 다음 운도 를 불렀다. 잠시의 뜸도 들이지 않고 그는 다음 구를 읊었다.

석양 행객 시장타.”

이어서 다음 운도 또 를 부르자 그는 중을 노려보며 쏘아댔다.

네 절 인심 고약타.”

중은 그만 당황하여 안으로 물러났고, 김삿갓은 절에서 유유히 자고 먹을 수 있었다. 김삿갓이 즉흥적으로 지은 시는 중의 고약한 인심을 풍자한 것이다.

방학중이 길을 가는데 담배장수가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방학중이 담배장수에게 담배를 하나 달라고 하자 딱 잘라 못 주겠다고 거절했다. 방학중은 담배장수를 괘씸하게 여겼다. 때마침 논가를 지나가다가 아리따운 여인이 논매는 모습을 보았다. 방학중은 대뜸 그 여인에게 다가가 입맞춤을 한 후 달아났다. 얼떨결에 입맞춤을 당한 여인은 털썩 주저앉아 버렸고, 곁에 있던 남자들이 방학중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망가던 방학중이 뒤따라오는 담배장수를 보고는, “형님 형님! 빨리 오시오. 잡히면 큰일 납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사람들은 담배장수가 방학중의 형제라고 생각하여 그를 붙잡아 흠씬 두들겨 패주었다. 그리고는 담배와 짐을 몽땅 압수해 버렸다.

하루는 방학중이 밤늦도록 술을 마시다가 그만 순라 시간을 넘기게 되었다. 급히 집으로 돌아가는데, 저 멀리서 순라군들이 다가오는 게 아닌가. 다급해진 방학중은 담벼락에 바싹 붙은 후에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방학중을 발견한 순라군이 다가와서 물었다.

이것이 무엇이냐?”

방학중이 대답하기를,

빨래요.”

빨래가 말을 하나?”

입은 채로 빨래 한 거요.”

그 말을 들은 순라군들은 사람인 줄 알면서도 웃으면서 그냥 갔다고 한다.

경상북도 영덕 출신인 방학중의 재치 있고 익살스러운 언행이 해학이다.

 

 

5. 흥미로운 이름 이야기

 

피아니스트 이루마 누나들의 이름은 이루다이루지이다.

이루마라는 이름은 아버지가 지어 주셨어요. 순수한 한글 이름이에요. 12녀 중 막내인데 큰누나 이름은 이루다, 작은누나 이름은 이루지예요.”

이루마의 아버지는 1970년대 서울대에서 열린 한글 이름 짓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래도 어릴 적에는 이름 때문에 놀림을 많이 당했어요. 또 데뷔 초에는 일본인 피아니스트라는 기사가 나기도 했죠.”

이루마의 딸 이름도 순 한글 이름인 이로운이다.

개그맨 전유성의 딸 이름은 제비인데, 전유성이 제비장 모텔에서 아이를 가졌기 때문에 이름을 제비로 지었다고 한다. 전제비는 문화방송(MBC) <기분 좋은 날>에 출연하여 아빠에게 내가 커서 무얼 하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너 하고 싶은 거 해라. 기대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들었다.”그때는 그 말이 섭섭했는데 지금은 참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그게 아빠의 교육관이다. 나도 아이를 낳으면 그렇게 키우겠다.”고 말했다. 전제비는 또 중학교 2학년 때 아빠가 학교를 그만두고 산에 들어가라고 했다. 이 정도 교육이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다고 하셨다. 타짜가 되라고 하시더라.”아빠에게 학교는 마칠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했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소설가 박정석이 이름, 사지선다형에서 찍어라?’에서 들려주는 발리인들의 이름 이야기도 흥미롭다.

세계 최대 이슬람국인 인도네시아에서 발리는 유일하게 힌두교를 믿는 섬이다. 미지의 이 땅에 처음에는 용감한 탐험가들, 이어서 식민지 확장을 꿈꾸는 서방의 군대, 독립한 이후로는 히피와 예술가들, 인류학자들이 차례로 상륙하더니 마침내 각국에서 날아온 관광객들한테 점령당하기에 이르렀다.

아시아 최대의 휴양지인 발리, 국제적인 특급호텔과 팬시레스토랑들의 치열한 각축장이 되어 버린 이 섬에 사는 원주민들의 생활은 수십 년 전과 크게 변한 게 없다. 예나 지금이나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살아간다. 심지어 이름도 네 가지뿐이다.

뭐라고? 정말 그렇다. 발리인들의 이름(정식 이름은 카스트제도의 흔적이 뒤섞여 좀 더 길고 복잡하지만)은 오직 네 가지뿐이다. 서아프리카 가나처럼 태어난 요일별로 이름을 붙이는 나라도 있지만, 작명법의 간결함에서 발리를 따라갈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태어난 순서대로 이름을 붙이되 귀엽게도 넷뿐이다. 첫째는 와얀(Wayan), 둘째는 마데(Made), 셋째는 뇨만(Nyoman), 넷째는 크툿(Ketut). 그러면 다섯째로 태어난 사람은? 고민하지 마시라.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와얀이다!

남녀 구별이 없는, 쉽고 간단하며 매우 민주적인 동시에 일견 동화적으로 보이는 이 이름의 법칙은 실제 생활에 적용되었을 때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일으키기도 한다. 어느 뇨만이 그 뇨만인지, 아침에 만난 마데와 오후에 만난 마데가 누가 누구인지, 그들의 자식인 와얀과 마데는 다시 어떤 누구의 아들딸인지 헛갈리기 일쑤다.”

 

 

6. 미국인 이야기

 

미해군 소속 군함과 캐나다 뉴펀들랜드 해안 관청 사이의 무선 교신 내용

 

미국인 : 충돌의 위험이 있으니 당신의 항로를 북쪽으로 15도 변경하기 바란다.

캐나다인 : 충돌을 피하려면 당신이 항로를 남쪽으로 15도 변경해야 한다.

미국인 : 여기는 미해군 함정의 선장이다. 다시 한 번 말한다. 당신이 항로를 변경하라.

캐나다인 : 안 된다. 다시 한 번 말하겠다. 당신이 항로를 변경하라.

미국인 : 여기는 미합중국 대서양함대에서 두 번째로 큰 군함인 링컨> 항공모함이다. 그러니 당신이 북쪽으로 15도 항로를 변경하라. 그렇지 않으면 항공모함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캐나다인 : 여기는 등대다!



지역 칼럼
  • 이전
    이전기사
    [전인철 칼럼] 이야기 셋, 때로는 느림의 미학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