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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호 사회문화평론가의 <이야기 마당>

20201025일 (일) 09:3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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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우리말 - 을씨년스럽다

 

을씨년은 1905년 을사년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나라의 외교권을 일본에 빼앗긴 을사조약으로 이미 일본의 속국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던 당시, 온 나라가 침통하고 비장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날 이후로 몹시 쓸쓸하고 어수선한 날을 맞으면 그 분위기가 마치 을사년과 같다고 해서 '을사년스럽다'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다.

지금은 남 보기에 매우 쓸쓸한 상황, 혹은 날씨나 마음이 쓸쓸하고 흐린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수영시간도 근무시간인 회사

 


제니퍼소프트는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예술마을에 있다
. 지하 1층을 포함해 총 4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이 사옥인데 사장실은 따로 없다. 지하 1층은 수영장이고 1층은 전체가 카페이다. 일반인에게 개방한 1층 카페는 두 명의 요리사가 일하는 곳이고, 이원형 대표가 작업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파티를 열고 때때로 인문학자를 초청해 오픈 세미나를 연다. 2층은 대외 활동이 많은 부서가, 3층은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사무실이다. 1층부터 3층까지 연결한 계단 가운데에는 길게 책장을 넣어 책을 자유롭게 꺼내볼 수 있게 했고, 옥상에는 텃밭을 만들고 천문관측대를 설치했다. 1층에는 키즈방을 두고 직원 자녀들과 놀아주는 교사를 채용했다. 아이들은 지하 수영장과 옥상 텃밭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이원형 대표가 평소에 구상한 대로 수영장이 있는 회사, 직원이 아이를 데리고 올 수 있는 회사, 문화강좌가 수시로 열리고 늘 좋은 음악이 흐르는 회사를 만든 것이다. 그런 회사가 대한민국에 존재한다는 사실도 신기하지만 제니퍼소프트에는 그보다 더 놀라운 게 많다.

제니퍼소프트의 업무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회사가 처음 생겼을 때는 주 40시간이었다. 그런데 노동법에 따르면 점심시간이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이원형 대표가 주 35시간으로 바꿨다. 점심 식사 1시간을 제외하면 업무 시간은 7시간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 시간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공식적으로 일주일에 35시간을 근무 시간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일반 회사에서 생각하는 근무 시간과 다르다. 혼자 나가 사색하거나 별 생각 없이 쉬는 것도 근무 시간에 포함된다. 수영을 배우거나 즐기는 시간도 근무 시간에 해당한다. 직원들은 일하다가 머리가 답답해지면 지하 수영장으로 내려가 수영을 한다. 오후 2, 3, 4시에 강사한테 무료로 수영을 배울 수 있다. 그 밖의 시간에 자유롭게 수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월요일 출근을 걱정하는 월요병이 없다.

그리고 제니퍼소프트는 직원들이 출퇴근할 때 드는 휘발유값에다 쉬는 시간에 먹는 간식비까지, 즉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퇴근해서 귀가하는 순간까지 모든 비용을 회사에서 댄다.(물론 교통비, 통신비, 도서 구입비, 차량 유류비 등 조금이라도 업무와 관련된 비용은 전액 지원한다.)

제니퍼소프트는 근무 시간은 줄이고 휴가 일수는 계속 늘려왔다. 5년 일하면 2, 10년 일하면 2개월의 안식휴가를 쓸 수 있다. 이때 회사에서 가족 해외여행을 보내준다.

휴가를 쓰기 위해 결재 받는 절차는 없다. 특별한 사유도 필요 없다. 그냥 모든 직원에게 휴가 내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면 된다. 이원형 대표는 제일 기분 좋은 순간 중 하나가 날씨가 좋아서 휴가 내겠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였다고 한다.

만약 휴가 일수가 모자라면 무급휴가로 최대 8주 동안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회사 규모가 크지 않지만 육아휴직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자녀 출산 축하금으로 아이 한 명당 천만 원을 지급하고, 육아휴직을 해도 전혀 눈치 주지 않는다. 회사에서 꼭 지켜야 할 사항 가운데 집에서 아이들이 전화하면 회의 중이니까 나중에 통화하자.’라고 말하지 않기가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섬세하고 사려 깊게 공동체의 구성원들과 그들의 아이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 세종도 아마 감탄할 것이다.

이원형 대표는 직원들에게 복지를 베풀어주면 생산성 향상으로 보답해줄 것이라는 논리를 거부한다. 한 사람이 삶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기본사항이 복지인데 그것을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직원들의 업무 성과를 평가하는 대신 자발적 기여에 기초해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으로 이어졌다.

제니퍼소프트는 물질적 풍요를 제공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필요한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주자.’ 그것이 가장 공정한 분배의 방식이라는 게 이원형 대표의 지론이다.

어떤 직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연봉을 협의할 때 파악한다. 연봉은 대부분 희망 수준에 가깝게 맞춰준다. 다만 왜 그만큼 필요한지 정황을 물어본다. 복지 항목도 각자 사정에 따라 정한다. 이를 테면 지방에서 올라온 직원에게는 월세 주거비를 절반가량 지원해주는 식이다.

이원형 대표는 이러다 망하지 않겠느냐.”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그때마다 그의 대답은 한결같다. “절대로 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잘될 겁니다.”

소프트웨어회사인 제니퍼소프트는 고객사가 600여 곳으로 관련 분야에서 국내시장 점유율 70퍼센트를 유지하고 있다.

이원형 대표는 월간지 기자와 인터뷰할 때 망하지 않을 것이란 근거를 이렇게 설명했다.

“1970~80년대는 산업생산의 시대였어요. 노동시간이 곧 생산으로 이어지던 때였죠. 그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났고 성실과 복종을 중요하게 여겼어요. 그런데 정보화 시대에 와서는 창의와 열정이 중요해졌습니다. 회사는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구성원은 스스로 자기 역량을 끌어올려서 창의적 결과를 이끌어내야 생산성이 담보되는 시대가 온 거죠. 앞으로는 진정성의 시대이며 감성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인간적인 것, 진정성 있는 것에 감동을 받고 몰려가요. 그래서 구성원 개개인의 자아실현과 희망 같은 걸 보장해주는 게 중요한 거예요.”

구성원 개개인의 자아실현과 희망을 보장해주는 직장에 감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의 말처럼 구성원들이 감동받고 스스로 자기 역량을 끌어올려서 창의적 결과를 이끌어내는 회사는 결코 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어서 사람들은 직장에서 자신의 시간을 대부분 사용한다. 근로 시간이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삶이 모두 무너지고 있다. 삶과 일의 균형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돈 버는 목적이 자기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일 텐데, 돈 버는 일에 시간을 전부 갖다 바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삶과 일의 균형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는 그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그런 시대에 이원형 대표는 없던 곳을 밟고 지나감으로써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

제니퍼소프트는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1년 동안 자기계발의 시간을 준다. 어떤 업무도 맡기지 않고 책 읽는 시간을 갖게 하거나 원하는 강연을 마음껏 듣도록 한다. 이 기간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왜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게 하는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독한 동물

 


물곰은 식물의 잎에 고인 얕은 물속에서 조용히 살고 있다
. 연못이나 바다에서도 찾을 수 있다. 덩치가 크거나 눈에 확 띠게 생기지도 않았다. 기껏 커봤자 1밀리미터가 조금 더 되는 정도니까. 작고 동그스름한 몸체는 마디가 있고, 작고 통통한 다리가 네 쌍 있다. 물곰은 느린 동물이라는 뜻으로 완보류라고도 불리는데, 큼직한 눈이나 복슬복슬한 털은 없지만 귀여운 편이긴 하다. 5300만 년도 전에 지구에 나타났던 고대 생물 무리에 속하는 신비한 작은 생물이다.

지구에서 살아온 긴 역사 동안 물곰은 과학자들이 음폐 생활(숨어서 사는 삶이라는 뜻)’이라고 부르는 상태에 들어감으로써 그 어떤 것에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 가뭄이나 갑작스러운 추위 등의 어려움에 닥치면 물곰은 다리를 오므리고 온몸을 접는다. 그리고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서 몸을 포도당으로 채운다. 잼 속에 들어 있는 설탕이 잼이 상하는 것을 막아 주는 원리다. 그러고는 몸속의 수분 가운데 단 1퍼센트만 남기고 모두 밖으로 내보낸다. ‘이라고 부르는 이런 상태로 들어가면 녀석들은 천하무적이 된다. 과학자들은 턴을 150도로 가열해 보았다. 물이 끓는 온도를 50도나 넘어선 온도이다. ‘절대 0라고 불리는 우주에서 가장 낮은 온도인 영하 272.8도로 얼려도 보았다. 바다 밑에서 경험할 수 있는 수압의 6배나 되는 압력으로도 눌러 보았다. 그리고 우주 공간에서처럼 아무런 압력도 없는 진공 상태에도 두어 봤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수준의 천 배나 되는 방사선을 쪼여도 보았다. 독한 화학 물질도 써 봤다. 하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 위기가 지나가고 원래 살던 물속으로 들어가면, 턴에서 다리가 튀어나오고 몸이 퍼지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물곰은 천연덕스럽게 제 할 일을 한다. 이런 음폐 생활 상태로 수백 년, 심지어 수천 년을 살 수 있음을 드러내는 증거들도 있다. 물곰은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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