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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교수 “수학은 마라톤...어렵지만 재밌지요”

20220720일 (수) 10:4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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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사세요
함께사는 세상이요~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지난 5일(현지시간) 필즈상을 받았다. 1936년 제정된 필즈상은 수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고 앞으로도 큰 업적이 기대되는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4년마다 주어지는 수학 분야 최고의 상으로, 아벨상과 함께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이번 허 교수의 수상은 한국계 수학자로서는 최초다. 현재 미국 국적인 허 교수는 캘리포니아 태생으로 두 살 때 아버지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와 어머니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과 명예교수와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다 한다. 이후 국내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자퇴 후 2007년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물리천문학부 학사, 2009년 같은 학교 수리과학부 석사 학위를 받았고, 박사 학위는 2014년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 받았다. 허준이 교수의 연구분야는 조합 대수기하학(combinatorial algebraic geometry)이다. 

대수 기하 해석 조합
현대수학에 까막눈인 필자로서는 조합 대수기하학이란 분야가 어떤 연구를 하는 것인지 잘 알 수 없지만 짧은 공부로 이해한 대략적 설명은 이러한 것 같다. 
수학은 숫자와 도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크게 대수학 기하학 해석학으로 나눠진다. 초기 서양은 기하학이 발전했고, 인도와 이슬람에서는 대수학이 발전했다.   
대수학(代數學)은 숫자 대신 문자를 사용하여 방정식을 풀거나 ‘대수적 구조’를 연구하는 분야다. 대수학의 역사는 방정식을 푸는 계산이론을 연구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대수학은 기호의 도입으로 일반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또는 양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방법이라는 의미로 발전하였고, 19세기에는 군(group), 환(ring), 체(field) 등 대수적 구조를 연구하는 학문으로까지 그 연구영역이 넓어진다(네이버 지식백과). 즉 처음에는 사칙연산을 이용하여 x나 y의 해(解)를 구하는 것, 복잡한 식들을 이항과 약분으로 간단하게 만드는 것, 소인수분해 등을 시작으로, 현대 대수학은 앞서 말한 대수적 구조에 대해 주로 연구한다. 
기하학은 먼 옛날 이집트에서 토지 측량을 위해 도형을 연구하는 데서 기원했으며, 공간의 수리적(數理的) 성질을 연구하는 분야다. 고대 기하학적 지식은 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유클리트 기하학으로 집대성된다. 이를 바탕으로 17세기 데카르트가 좌표 개념을 도입해 만든 해석기하학, 뉴턴 등의 미분기하학을 거쳐 현대의 비유클리트 기하학, 위상수학과 연결시킨 미분위상기하학에 이르기까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직관 논리 계산
이런 대수학과 기하학은 사실 인간의 직관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수와 도형이란 게 뭔지 누구나 직관적으로는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17세기 들어 미적분학이 수립되면서, 인간의 직관만이 아니라 추상적 개념분석으로도 수학적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해석학(解析學. 문자의 의미를 해석하는 解釋學과는 다른 개념)이 탄생되는 계기다. 해석학은 함수의 연속성을 수량화하여 연구하는 분야라고 설명되는데, 비유하여 풀어보자. 여기 공이 하나 공중으로 날아간다고 하자. 그 운동방정식은 분명 연속적이다. 그러나 이를 탐구하기 위해서는 수량화, 즉 불연속적 요소로 환원해 보아야 한다. 인간 인식의 한계다. 그래서 그 방법으로 미분이 나왔다. 극한이라는 추상개념으로 연속성을 쪼개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해석학이란 그 연속성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대상을 무한히 작게 쪼개고 쪼개어 극한까지 파고든다는 의미가 된다. 풀어해쳐서 끝까지, 즉 극한까지 분석한다는 뉘앙스다. 
사실 수학은 고도의 추상성을 전제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어렵다. 나름 설명한다고 애를 써 보았지만, 사실 전공자가 아닌 필자는 스스로도 맞게 설명한 것인지 자신이 없다. 대략적 분위기만이라도 느껴보기 바란다. 필자가 잘못 이해한 부분이나 크게 널뛰기한 부분이 많을 것이지만, 기초학문인 수학에 대한 호기심이 좀 더 생겼으면 다행이겠다. 수학은 어렵지만 재미는 있는 학문이다. 잘 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학문이기도 하고.  

패턴을 찾아서        
그렇다면 조합론이란 무엇일까. 수학에는 대수 기학 해석 외에도 확률과 통계 분야가 있다. 고등학교 때 배우는 경우의 수, 순열, 조합 등이 이에 해당한다. 조합론은 대수 기하 해석 분야와는 완전히 다른 메카니즘을 갖고 있어 대학에서는 이를 이산수학(離散數學)이라고도 부른다. ‘이산가족’ 할 때 이산이다. 연속체가 아니라 뚝뚝 떨어진 대상, 즉 셀 수 있는 대상을 연구한다는 말이다. 이런 대상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배치(배열)에 대해 연구하고, 다양한 패턴으로 나열하는, 즉 조합시키는 방법을 연구하는 분야다. 
원래 자연수를 보면 알 수 있듯, 대수학은 연속체 수학이 아니라 이산수학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실수(實數. 연속체로서의 수)가 발견되고, 또 뉴턴 역학과 미적분학이 태동에 따라 대수학이 해석기하학과 접목되면서 수학이라 하면 연속체 수학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상황은 다시 역전된다. 19-20세기 들어 통계역학(열역학)과 양자역학이 등장하자, 다시 서로 이산되어 있는 양자들을 확률의 형태로 재정의할 필요성이 생기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이산수학의 방법론이 크게 발전하게 된다. 
조합론을 아주 거칠게 비유해보자. 우리는 10이라는 숫자를 안다. 그런데 10은 1을 10개라 볼 수도 있고, 2가 5개, 또는 5가 2개로 볼 수도 있다. 수학은 어떤 측면에서는 숫자라는 추상세계의 패턴 찾기다. 숫자 세계는 어떤 조합을 짓느냐에 따라 한 대상을 여러 관점으로 볼 수 있고, 각 관점에 따라 세상은 달리 보이기도 한다. 수학 세계, 즉 수학적 진리의 세계는 다양한 관점으로 볼 때 그 구조와 특성, 즉 패턴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으리라.  
암튼 허 교수는 이런 대수학과 기하학을 아우르는 대수기하학, 즉 사칙연산을 바탕으로 기하학적 대상을 연구하는 대수기하학의 방법론으로, 네트워크와 같은 대상을 연구하는 조합론의 문제를 해결하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고, 그 업적이 탁월해 필즈상이라는 영예를 안았다고 설명들을 한다. 

11개 난제를 풀다
어렵다. 사실 필자도 잘 모르는 소리다. 그럼에도 뭔가 설명해보려 하는 것은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을 계기로 독자들이 수학에 대한 관심을 좀 가졌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필자는 가끔 수학 관련 책을 읽곤 한다. 특히 수학사가 재미있다. 어려운 수학이론이 아니라, 수학과 관련된 세상이야기인지라 상대적으로 쉽게 읽힌다. 특히 수학적 난제를 풀어낸 이야기를 좋아한다. 수학은 직관과 논리와 계산의 볼레로라 한다. 수학사를 보면 수학자들은 직관에 바탕한 ‘추측’들을 많이 한다. 느낌적으로 이건 이렇게 되고 저건 저렇게 되니, 그렇다면 요놈과 요놈은 이런 관계에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수학적 진리나 수학세계에 대한 ‘추측’이다. 현대수학에는 많은 추측들이 있고, 수학사는 이를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신기하고도 감탄을 자아내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허 교수도 리드 추측(Read's conjecture), 로타 추측(Rota-Heron-Welsh conjecture) 같은 난제들을 포함 무려 11개의 난제들을 증명했다 한다. 수학사에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는 이야기, 리만 가설(아직 증명이 안됐다) 증명에 도전하는 수학자들 이야기,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한 뒤 필즈상 수상도 거부하고 은둔해버린 수학자 이야기 등등 무궁무진 드라마가 펼쳐진다.  

수포자 없는 교육풍토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실용주의 관점에서도 기초학문인 수학은 절대 필수다. 청소년 사이에 수학포기자(수포자)가 만연하는 교육풍토 개선이 절실하다. 허 교수도 학생 때 한때는 수포자였다 한다. 이런 허 교수가 수상 후 가진 몇몇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며 풍토개선의 단초를 짐작해 본다.
“제게 수학은, 개인적으로는 저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 해가는 과정이고, 좀 더 일반적으로는 인간이라는 종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또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일입니다.”(수상 소감)
"한국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초·중·고) 학생들이 가장 소중한 학창시절을 공부하는 데 사용하는 게 아니라, 잘 평가받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입니다...학생들이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수학교육 자체에 있기보다는 항상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사회문화적 배경에 있다고 봅니다."
"평가의 방향과 방식이 유연해져야 합니다. 서로 다른 학생들인데 다 다른 방식으로 잘 평가받을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모든 학생들이 수학을 다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학은 어렵기 때문에 재미가 더 큽니다. 마라톤도 어렵지만 재미가 있어서 뛰는 것과 같습니다. 수학도 어렵고 깊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을 주는 학문입니다. 그렇더라도 스트레스에 압도당하면 수학의 즐거움을 까먹을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친절하면서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쉬어야 할 때는 쉬는 게 좋지요."

전인철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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