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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생 쏠림현상 부추기는 교육청?

전교조 “취지와 맞지 않는 제도 변경” 지적

20151014일 (수) 16:56 입력 20151016일 (금) 10: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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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교육청이 2016학년도 중·고등학교 추첨 배정 방식을 변경한다. 시 교육청은 중·고등학교 진학 시 1단계 정원 비율을 10% 늘리기로 했다.

 


▲ 경운초에서 열린 중학교 배정 방식 변경 학부모 설명회


중학교의 학군은 총 11개로 구·군마다 학군이 다르며 1단계에서도 학군 내에 지원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고등학교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고등학교에서는 1단계에서 학군과 상관없이 희망 학교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의 일반고 추첨은 수성구가 포함된 1학군(중구, 동구, 북구, 수성구, 달성군 가창면)과 그 외 지역인 2학군(서구, 남구, 달서구, 가창면을 제외한 달성군)으로 나눠 세 단계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1단계에서는 학군에 상관없이 원하는 학교에 지망할 수 있도록 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학교별 모집 정원의 40%를 추첨 배정한다. 2, 3단계에서는 학군 별로 나머지 모집 정원을 선발한다.


시 교육청은 1단계 정원을 40%에서 50%로 늘리기로 했다. 대구시교육청은 학군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학생들이 다른 학군에 지원하고 싶은 학교가 있다면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고도 그 학교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중·고등학교 제도 변경은 내년부터 시행되며 현재 초등학교 6학년 혹은 중학교 3학년이 각각 해당된다.


1단계 정원이 늘어나면, 타 학군으로 입학하는 고등학생이 늘어난다. 즉 타 구·군에서 수성구의 고등학교로 진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사람들의 관심은 일명 ‘대구의 강남’인 수성구로 향하고 있다. 수성구는 대학진학률이 높은 명문 사립고등학교가 몰려 있어, 이미 타 구·군에서 수성구로 이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그런데 수성구로 더 쉽게 진학할 수 있게 해주겠다니, 이번 제도 변경은 수성구를 노리는 학부모들이 눈을 번쩍일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

 

수성구로 향하는 아이들…

 

중·고등학생들의 수성구 쏠림현상은 대구 교육계의 가장 큰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6일 조홍철 대구시의원이 ‘2015학년도 중학교 선 지원율 상위 및 하위 학교 현황’(달성군 제외)을 분석한 결과 수성구 A중학교가 신입생 지원율 223%로 대구지역 전체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가장 낮은 지원율을 보인 달서구 B중학교(23%)와 비교하면 지원율 격차가 9.7배에 달했다.


수성구와 타 군·구의 차이는 성적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대구의 한 언론 매체가 ‘2015학년도 수능시험 분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능시험 표준점수 평균을 따졌을 때 상위 20위에 든 일반고는 전 영역에 걸쳐 수성구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성구로의 인재유출 현상은 북구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홍의락 국회의원 사무실에 따르면, 2011년~2013년 3년간 수성구로 전학한 대구 중·고등학생 중 북구 전출생이 287명으로 가장 많았다. 북구에서 자녀를 수성구로 전출시킨 학부모들은 전학 이유의 1순위로 교육 환경 차이를 꼽았다. 북구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태도와 성적에 대해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 A 씨는 “강북 지역 학생들은 공부와 경쟁에 관심이 없고, 일부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졸아도 선생님이 방치한다고 한다”며 현재 북구의 교육 환경을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 B 씨는 “수성구는 좋은 학교와 좋은 학원이 많고, 무엇보다 학교 내 분위기가 북구와는 다른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시 교육청은 이번 제도 변경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하고, 위장전입 사례도 감소시키겠다는 취지이지만,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효과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소지에서 버스 이용 시 30분 이내’라는 학교 추첨 기준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중등강북지회 측은 “이번 제도 변경은 위장전입 문제를 완화시키겠다는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학교 추첨 기준이 주소지에서 버스 이용 시 30분 이내이기 때문에 결국 중요한 것은 주소지이지, 학군이 아니다. 수성구까지 버스 이용 시 30분이 넘는 지역은 학군이 같더라도 추첨 기준에 미달되기 때문이다. 이번 제도 변경은 표면적으로 학부모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 위장전입을 감소시키는 효과 없을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정은빈 기자


교육/문화 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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