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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학교폭력 줄었다… 정말?

“학교가 답변 종용한다” 학생 증언 잇따라

20160414일 (목) 00:48 입력 20160422일 (금) 10: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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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2015년 ‘고등학교 운동부 상습폭력 사건’, 2016년 ‘여고생 집단폭행 사건’. 모두 대구에서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들이다. 도를 넘은 학교 폭력이 세상 밖으로 알려지면서 주요 사회 문제 중 하나로 대두된 가운데, 대구시교육청이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2015년 제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0.3%(전국 평균 0.9%)로 나타났다. 2014년 상반기(0.5%)와 비교하면 0.2%p가 줄었다.


교육부 산하 ‘학교알리미’를 통해 확인한 결과, 강북 지역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지난해 제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피해 응답률은 0.47%로, 대구 평균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학교유형별로 살펴보면 초등학교(25개교) 평균 0.38%, 중학교(14개교) 평균 0.45%, 고등학교(9개교) 평균 0.59%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피해 응답률도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피해 유형은 △폭행·감금 △돈·물건 뺏김 △강제 심부름 △심한 욕설 놀림 및 협박 △집단·반복적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기타 등 7개 유형 중 ‘심한 욕설 놀림, 협박’이 가장 많았다.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매년 1·2차로 두 번에 걸쳐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진다. 교육부가 운영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 사이트(survey.eduro.go.kr)는 2012년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1차 조사는 3~4월, 2차 조사는 9~10월에 이루어진다. 설문 내용은 △피해 유형, △피해 장소, △피해 시간, △피해 신고 경로, △학교폭력 예방 교육 효과 등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이 실태조사 결과가 사실과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상 학교에서 정해진 참여 방식을 무시하고 학생들에게 특정 대답을 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의 실태조사 참여는 집 등 독립된 공간에서 자율로 하게 되어 있지만, 대부분 학교는 학생 단체로 교내 컴퓨터실에서 설문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중학생(남·15세)은 “학교에서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하는데 선생님이 본인이 폭력을 당한 게 아니라면 모든 답변에 ‘아니요’를 선택하라고 했다. 분명 ‘옆에서 다른 친구가 당하는 걸 봤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는데 본인이 당한 게 아니면 ‘아니요’라고 답하라는 것이다. 실태조사를 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또 대학생 전 모 씨(여·21세)는 “내 동생이 학교에서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했는데, 담임교사가 설문지를 나누어 주면서 ‘우리 학교 수치가 안 좋게 나오면 이미지도 안 좋아지고 골치 아파지니까 되도록 좋게 적어라’고 했다고 한다. 물론 나도 학창 시절에 겪었던 일이다. 학교폭력을 근절하려면 교사들이 나서서 고통받는 학생을 찾아보고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역 내 한 중학교 교사(남·40대)도 “교육청에서 신고 접수에 대해 조치를 하라고 학교 측으로 공문이 내려온다. 만약 학교에서 실태조사를 통해 신고가 접수되면 학교 측에서는 일종의 일거리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들이 ‘장난으로 쓰지 마라’, ‘모호한 것은 쓰지 마라’ 식의 말을 많이들 한다.”고 전했다.


대구시교육청이 발표한 수치상으로는 학교폭력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이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교조는 학교폭력의 건수는 그대로인데 참여하는 학생 수가 매년 늘어서 수치가 내려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봉석 전교조 대구지부 교선홍보국장은 “다수의 학교가 친구들끼리 서로 내용을 다 볼 수 있도록 설문조사를 진행하다 보니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사이트에 접속할 때 쓰는 일련번호가 있는데, 이것이 서로 다 알 수 있도록 공개가 되어 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일종의 신고를 하는 제도라서 신고자의 정보가 보호되어야 하는데, 현재 구조는 사실상 ‘누가 날 괴롭혔다’고 솔직하게 적을 수가 없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가장 큰 문제는 교육청이 학교폭력 해결 방안이 아닌 실태조사의 참여율과 피해 응답률 등 수치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실제로 학교폭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은빈 기자


교육/문화 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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