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행복북구문화재단(상임이사 이태현)에서는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금호, 갤러리 명봉에서 2022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 기획 전시 <자태_Attitude to Nature>가 8월 16일(화)부터 9월 8일(목)까지 개최한다.
기획 전시 <자태_Attitude to Nature>는 자연을 모티브로 하여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은 작가들의 작품가치관을 통해 다각적인 시선을 제시한다. 강민영, 김유정, 이지영, 정진경, 진종환 등 다양한 연령층으로 이루워진 작가들의 작품들을 감상 할 수 있다.
회화, 사진, 미디어, 입체, 설치 등 여러 분야의 작품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를 선보인다.
자연이란 일찍부터 인간에 앞서 존재하던 만물들의 제 모습에서부터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숨은 원리나 법칙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관념에 하나의 이상으로 자리 잡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것은 객관적으로 추구되는 실체적 경험적 대상이기도 하다. 우주나 세계 혹은 대자연이라 일컫는 것에서부터 사람의 손길에 의해 구축된 작은 정원과 거기에 깃든 어린 생명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더불어 일체로 살아가는 모든 것에 관한 숙고와 성찰 반성을 오늘날 현대미술의 중요 과제에서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더욱이 전례 없었던 팬데믹 상황을 겪고 있는 동시대 예술가들에서 한층 호소력을 지닌 주제로 다루어지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일로도 볼 수 있다. 이에 행복북구문화재단은 자연을 모티브로 작업하는 다섯 명의 작가를 선정하고 제각각의 방식으로 기술하고 소통하는 전시를 개최하게 되었다.
갤러리 금호에 입구에 들어서면 소리나 향기처럼 자연 속 비가시적인 물질 운동을 페인팅으로 기록하고 그 체험을 추상적인 붓질로 재현하는 진종환 작가의 <sound: forest>대형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진종환 작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내적 ‘본능과 직관’은 페인팅이라는 행위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로 캔버스 위에 드러난다. 이러한 회화적 언어는 철저하게 계산적이거나 논리적이지 않다. 즉 계획되지 않은 즉흥적인 작업인 것이다. 오롯히 작업할때의 감성에 집중하여 페인팅하는 표현주의 작업의 일환이다. 이번전시의 <sound:forest>는 전시장에 유선형의 대형합판의 설치하고 그 작업공간에서 설치기간인 5일 동안 라이브페인팅으로 이루워졌다. 작가는 작업하는동안 그 날의 감성에 맞는 곡을 선택하여 음악을 들으며 자연의 소리와 움직임 등 정형화되지 않은 자유로운 터치와 기법으로 구현하였다. 작가는 조형적인형태, 색의 관계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그들의 균형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조절해나가며 작업하고자한다.
갤러리 금호 오른쪽에는 자연과 관계된 지난 추억과 회상 가운데 등장하는 개인사적인 이야기들을 드로잉과 판화 작업으로 상징하고, 설치 방식에서 입체적인 체험을 제공하려는 정진경 작가의 〈너른 데서 핀(pin) 하다〉를 만날 수 있다. 무수히 많은 점 모양의 추상적 표현을 실크스크린 작업으로 만든 30x30cm 크기의 종이 일천여 장을 전 벽면에 핀으로 고정했다. 또 가운데 공간에는 역시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한 OHP 필름으로 천정으로부터 주렴처럼 드리워 만든 반투명 방을 만들어 실내공간의 체험을 해보도록 유도한다. 사방 잔디밭 무늬 같은 점들이 프린팅된 벽지에 둘러싸여 느끼는 아늑함과 편안한 여유 속에서 녹색으로 물든 너른 벌판을 상상할 수 있을지 모른다. 작가의 사적인 추억, 회상 등의 상징들이 투영된 온갖 재료들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구성은 최대한 단순하게 보이게 한다.
갤러리 금호 안쪽에는 내성적 시선이 느껴지는 사진이나 영상 이미지로 익숙한 자연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보도록 이끄는 이지영 작가의 <자연의 이야기>가 설치되어있다.
15점의 사진들은 한결같이 자연의 여러 풍경을 담고 있는데 조용하면서도 섬세한 시선에서만 포착될 수 있는 장면들 같다. 작고 여린 생명들로 향하는 작가의 세심한 눈길이 느껴지는 수풀이나 돌 틈 사이서 핀 화초, 창공을 향해 가지를 뻗어 오르는 나무들이라든가 또는 넓은 수면과 무심히 내려본 듯한 지면 사진과의 대조 등 자연 대상들에 내성적인 성찰의 시선이 투영되어 있다. 학부에서 서양화과를 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한 작가의 사진에는 사진 매체 자체의 탐구보다는 작가의 조형적 시각이나 예술적 이념을 전달하는 특징이 두드러져 보인다. 작가의 이런 의도를 반영하는 것은 작품의 내용에서뿐만 아니라 물리적 크기나 프레임의 유무 또는 사진 속 시점의 방향과 높낮이 더 나아가 시야의 범위 등등의 요소들이 비교되면서 복합적으로 상징된다. 전시 방식에서도 평범한 듯 촬영된 익숙한 대상들을 관조적이면서 또한 미학적인 장면들로 새롭게 바라보게 고려되었다.
갤러리 금호의 가장 긴 벽의 공간에는 전시 방식과 전개 구조에 변화를 주어 좀 더 깊은 내용의 체험을 유도하려는 강민영 작가의 <Spectrum>이 설치되어있다. 39개의 캔버스가 길다란 선상에 배열되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작가는 최근 공간과 설치를 매개로 디자인과 회화, 이미지의 다원적 표현을 실험하고 있으며 이 작품을 통해 시각적 정보에 매몰되지 않는 다차원적 경험을 통해 풍경화의 전통에서 벗어나 자연에 대한 나만의 미시적 해석을 시도해보고자한다. 작가는 자신의 독특한 분위기의 사실적인 그림들이 사진 효과에 견주어 감상 되는 차원을 넘어서 회화적 확장을 위해 건축적인 공간 설계를 응용하여 융합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또 다른 전시실 갤러리 명봉에는 자연을 생활공간 안으로 불러와 보다 가까이서 그 이미지를 전유하고자 하는 김유정작가의 평면 연작 〈Warmth(온기)〉와 입체작업으로 제작된 〈재생_숨(Recycle_Breath)〉가 설치되어 있다.
평면 작업 〈온기〉 시리즈는 웅장한 스케일의 식물정원 같은 풍경을 흑백의 화면에 특수한 기법으로 재현한 것이다. 온실 내부를 가득 채우는 무성한 식물들의 장면이 거친 필법의 드로잉 작품처럼 느껴지는데 그러나 단순한 환영적 이미지가 아니다. 작가는 프레스코 그림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바탕 면을 준비하고 그 위에 스크레치 기법으로 광경을 묘사해 드러나는 흑백의 극적 효과를 얻는다. 이런 제작 과정이 작가에겐 상처와 치유의 은유로써 추구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작가가 식물의 환영적 이미지를 생활공간으로 불러들이는 또 다른 방법으로 라이트 박스(Light Box)를 제작하기도 한다. 사진을 전시하는 방식으로 고안된 라이트 박스의 장치를 응용해서 실내용 가구를 만들고 그 속에 식물 잎, 벤자민(조화)를 넣어 고정했다. 반투명 창을 투과하는 은은한 빛과 식물의 실루엣은 세련된 가구의 디자인과 함께 안온한 위안과 명상적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갤러리 금호 로비에는 상시전시연계프로그램인 <우리들의 작은 정원>이 진행된다.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에 주목한 전시의 주제와 연계하여 참여 대상에게 자연과의 관계에 대해 사유할 기회 제공한다. 또한 8월 27일과 9월3일에는 이지영 작가, 정진경작가가 진행하는 전시연계워크숍도 만나볼 수 있다. 참가신청은 선착순으로 모집하니 자세한 사항은 행복북구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자연의 움직임과 자연 본연의 속성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자연이 주는 감성에 집중하고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각적인 활동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작가들의 예술적 행위나 다양한 전달 체계를 통해 자연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전시는 기간 중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휴관일은 매주 일요일이다. 자세한 사항은 행복북구문화재단 홈페이지(www.hbcf.or.kr)을 참고하거나, 전화(053-320-5137)로 문의하면 된다.
김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