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EAC 작가 지원 프로젝트’ 네 번째 작가 노비스르프(박준식)
- 고흐 가족의 관계성을 모티브로 불(火)을 이용한 회화의 물성(物性)표현
- 이번 전시를 통해 신작 공개 예정
□ (재)행복북구문화재단(상임이사 이태현) 어울아트센터는 ‘2022 EAC 작가 지원 프로젝트’ 네 번째 작가인 노비스르프 작가의 <역설의 바니타스 : Johanna>을 12월 5일(월)부터 12월 24일(토)까지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명봉에서 개최한다.
□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청년작가들을 지원한 ‘유망작가 릴레이전’에서 보다 폭 넓고 다양한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부터 ‘EAC 작가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작품 공모와 심사를 통해 선정된 3명 작가들의 개인전으로 진행된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지원하여 그들의 작품세계를 통해 현대 시각예술의 경향을 폭 넓게 살펴보고, 동시대 예술의 창조적 발전을 위해 지역 작가의 창작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 노비스르프 작가는 '불 그림'을 시작한지는 20년이 넘었다고 말한다. 캔버스 위의 안료와 물성들이 '불'이라는 매개를 만나 화학적 작용을 통해 새롭게 변이하여 탄생되는 회화 작업이다. 일반적인 회화가 물감이 묻은 붓을 캔버스에 가져다 대면서 드러나는 색과 형상이 어우러져 완성된다면, 작가의 회화는 굉장히 섬세하고 노동집약적인 붓질을 했음에도 드러나지 않는 형상을 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잿빛이 도는 흰색으로 부활시킨다. 불이 묻은 토치로 붓질하면서 과거의 기억과 행적들을 하얗게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불을 통해 형상을 드러내기 이전에 수많은 선들을 그어내는 섬세한 붓질의 시간은 작가의 작품에 바탕이며 필수적이다. 산소가 있어야 불이 존재 하듯, 작가 내면의 이야기들과 노동집약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바탕의 준비단계들이 차곡히 쌓여 '불 그림'의 존재이유가 뚜렷해진다. 작가는 불을 만나 드러난 형상들 위에 다시 붓질을 하여 부분을 덮고 또 다시 토치를 집어들기를 반복적하며 작업한다. 과거의 흔적을 붓으로 그린 후 불로 환생시키고, 그 위에 부분의 기억을 새로이 덮어 또다른 모습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시간과 공을 들인 섬세한 붓질과 차가운 토치에서 비의도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불 사이를 오가는 작가의 작업과정은 개인의 치유이자, 대가를 치루는 의식이자, 삶과 죽음을 떠나 모든 것을 용서하는 포용으로 발전한다. 어딘가에서 읽은 '과거를 교정하고 싶었다'던 작가의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 과거의 사건들은 결코 교정될 수 없지만 현재가 곧 과거가 될 것이고 변화하는 자아에 따라 기억도 달라진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 작가가 서양 미술사 상 가장 위대한 화가로 꼽히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를 형식적으로 차용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아도 고흐는 우선 대중적으로 모두가 아는 화가이고, 드라마틱한 개인의 서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생애가 고흐의 작품이 20세기 현대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작가의 개인적 서사들이 모두 탈각되고 작품을 형상으로만 마주했을때에도 그 힘은 유효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인생과 작품을 가져온 노비스르프의 작업은 형식적 차용이라기 보다 개인적이고 감정적으로 '고흐'라는 캐릭터에 대한 동경을 표상하며 공감과 위로를 구하는 시도로 보여지기도 한다.
□ 불에 달구어진 빛나는 쇳물처럼 어떠한 형상으로도 변화할 수 있는 작가의 작업은 다시 살아나는 회화, 나아가 용서와 치유를 내포한다. 연소시킴으로써 탄생되는 아이러니를 통해 꺼지지 않은 마지막 작은 불씨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생명력을 가진 불로 번져나간다. 불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필수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하기에 빛나는 불꽃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연소의 이유와 과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각자의 서사를 가지고 있지만 개인의 아픔은 모두의 아픔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노비스르프의 작업은 마르지 않는 만인공통의 연료와 충만한 산소공급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수용이 주요한 작동기제로 기능하게 된다.
□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죽었다가 살아나는 듯한 회화의 물성((物性), 과정들 많은 의문들과 나름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찾아보고, 공통의 정동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인화점(Flash point)이 되기를 기대한다.
□ 노비스르프 작가는 2022 대구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청년 작가 초대전> 2016 대구예술발전소에서 Great Artist Parksicksickpark 1982~2016 등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진행했다. 또한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입주작가로 활동하였으며, 2021년에는 포르쉐코리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 전시는 기간 중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휴관일은 매주 일요일 및 공휴일이다. 자세한 사항은 행복북구문화재단 홈페이지(www.hbcf.or.kr)를 참고하거나, 전화(053-320-5137)로 문의하면 된다.
김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