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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상, 캠핑이라도 심플하게

미니멀 캠핑의 세계

20160501일 (일) 16:1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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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황사 때문에 한동안 야외활동이 어려웠다. 하지만 계절의 여왕 5월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무조건 ‘고아웃(Go Out)’해야 한다. 뒤늦게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이젠 대중화되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캠핑.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변화하는 캠핑 문화에 대해 잠시 짚고 넘어가기 위해서다. 처음 캠핑에 입문하는 사람들이라면 참고하기 바란다. 




미니멀 캠핑은 일종의 대안 캠핑

2000년 중반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캠핑 붐은 오토캠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오토캠핑 열기에 힘입어 RV차가 큰 인기를 끌었고, 캠핑을 하기 위해 너도나도 차 바꾸기 대열에 동참했다. 불황도 캠핑 시장만큼은 빗겨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08년 200억 원 내외였던 캠핑시장이 2014년 6,000억 원까지 급성장한 것을 보면 그 광풍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폭주하던 캠핑시장(아웃도어 전체시장 포함)에 변화의 바람이 감지된 것은 이미 그 전부터다. 쉬기 위해 찾아간 캠핑장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자연이 선사하는 한적함과 낭만을 느낄 수 없었고, 교통체증, 사람들의 고성, 지나친 음주로 스트레스만 받고 돌아와야 했다. 이렇게 변질된 캠핑문화에 환멸을 느낀 캠퍼들이 하나둘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바로 미니멀 캠핑(백패킹 포함)이다. 

이젠 대세 캠핑으로 자리매김해

미니멀 캠핑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캠핑을 말한다. 오토캠핑 장비는 덩치가 크고 가족 수에 맞추다 보니 수량도 많았지만 미니멀은 사람도 최소화, 장비도 최소화를 지향한다. 가장 극단적인 형태는 혼자 최소한의 장비만 배낭에 넣고 떠나는 백패킹이다. 그럼 미니멀 캠핑이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천편일률적인 캠팽장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캠핑장은 언제부터인가 주변 풍경은 무시되고 정형화된 선이 그어지면서 좁은 공간에 더 많은 손님들을 밀어 넣었다. ‘닭장 같은 아파트를 벗어나니 닭장 같은 캠핑장에 와 있다’라는 말이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옆 텐트에서 새어 나온 소음, LED 램프가 뿜어내는 빛 공해, 여기에 어처구니없을 만큼 비싼 캠핑 요금도 캠퍼들 발길을 돌리게 한 요인 중 하나다.  

둘째, 자연 깊숙이 들어가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사람들로 넘쳐나는 기존 캠핑장은 더 이상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여유를 주지 못한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재단한 반쪽짜리 자연이 아닌 진짜 자연을 만끽하고 싶은 캠퍼들이 하나둘 본래 목적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깊은 산으로, 외딴 섬으로, 고즈넉한 강가로 달려가 자연의 품에 안기는 것이다.   

셋째,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오토캠핑을 가본 사람들은 짐을 내리고 정리하는데 얼마나 쓸데없이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지 잘 알 것이다. 음식을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는 것도 노동 수준이다. 하지만 혼자 떠나는 미니멀 캠핑의 경우 1~2인용 작은 텐트와 매트리스, 침낭 하면 하루 숙박은 문제없다. 여기에 혼자 먹을 수 있는 최소한의 쿠커세트와 스토브, 랜턴 정도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좀 더 힘이 남아돈다면 미니 의자와 테이블을 갖추면 된다. 음식은 삼시 세끼 기준으로 꼭 먹을 만큼만 준비하면 된다. ‘정리한다’라는 개념이 필요치 않을 만큼 단출하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캠퍼들은 진작부터 이러한 캠핑을 즐겨왔다. 

미니멀 캠핑 장비는 기능성에 신경 써야




미니멀 캠핑 장비는 오토캠핑 장비보다 선택의 폭이 훨씬 넓고 다양하다. 디자인을 중시하는 캠퍼, 무게를 중시하는 캠퍼, 가격을 중시하는 캠퍼 등 유형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은 단연 기능성이다. 기본적인 장비만 몇 가지 추려봤다.  

-배낭 
대중교통을 이용해 캠핑을 간다면 장비를 담을 배낭은 반드시 필요하다. 백패킹용 배낭은 당일치기 등산 배낭보다 부피가 훨씬 크다. 배낭은 보통 리터(L)로 크기를 구분하는데 남녀, 계절, 추구하는 캠핑스타일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어떤 사람의 경우 70리터 배낭이면 충분하지만 또 다른 사람은 90리터 배낭도 모자랄 수 있다. 배낭 크기 선택은 딱히 정답이 없으니 본인 캠핑 스타일을 감안해 선택하도록 한다. 배낭은 여행 컨디션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장비다. 본인 신체에 맞지 않는 것을 고르거나 세팅을 잘못할 경우 목, 어깨, 허리에 무리가 따를 수 있으므로 반드시 매장에 가서 직접 착용해 볼 것을 권한다.   

-텐트
텐트는 야외에서 잠을 자기 위해 필요한 집이다. 미니멀 캠핑에 적당한 알파인 텐트라는 게 본래 최소무게를 지향하는 장비라 작고 가볍게 출시된다. 덩치가 작은 사람은 1인용 텐트도 괜찮지만 표준 체형의 성인 남성의 경우 짐 놓아둘 공간까지 생각해 2인용 텐트를 구매하는 것이 낫다. 꼭 정답은 아니니 오프라인 매장에 들러 사이즈를 가늠해 보고 본인에게 맞는 제품을 고르기 바란다. 원단과 폴 재질, 방수력, 방염 여부, 통풍구와 입구 위치, 무게, 액세서리 구성 등 꼼꼼히 살펴야 한다. 텐트는 캠핑 장비 중 가격대가 가장 비싼 편에 속한다. 그만큼 심사숙고해야 한다.

-침낭/매트리스
침낭과 매트리스는 한 몸으로 취급한다. 꿀맛 같은 잠을 청하기 위해서라도 이 둘은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침낭은 5월부터 늦가을이 오기 전까지 저렴한 합성솜 침낭을 사용하면 된다. 3계절용 거위나 오리털 침낭을 사용해도 되지만 가격도 비싸고 관리도 힘들다. 합성솜 침낭은 10만 원 내외면 괜찮은 제품을 살 수 있고 때가 타면 물빨래해버리면 그만이다. 매트리스는 가볍고 수납성이 뛰어난 에어매트리스를 추천한다. 캠핑 장비는 작고 가벼울수록 가격이 비싼 단점이 있는데 에어매트리스도 그 중 하나다.

-쿠커/스토브/랜턴
미니멀 캠핑용 쿠커는 냄비와 그릇을 겸하는 제품이 많다. 알루미늄 재질이 가격이나 무게 면에서 적당하다. 더 가벼운 것을 원한다면 티타늄 제품이 좋지만 가격이 비싸다. 요즘 몇몇 브랜드에선 쿠커와 스토브가 한 쌍으로 된 제품들을 많이 출시하고 있다. 가격대도 다양해 캠퍼들에게 인기가 높다. 스토브는 화력이 좋으면서 수납성도 뛰어난 원버너형 제품을 고르면 된다. 이소부탄 가스를 원료로 하며 겨울을 제외한 3계절용으로 쓰기에 딱 좋다. 감성 충만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다면 가스 랜턴이 좋지만 심지를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전체를 밝힐 수 있는 걸이용 LED 랜턴과 이동성을 높여주는 헤드랜턴 하나면 불편하지 않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캠핑장비의 세계는 무척이나 복잡하고 오묘하다. 앞서 설명한 장비만 갖춰놓고 캠핑을 즐기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람은 낭만과는 담을 쌓고 사는 캠퍼일 것이다. 캠핑 장비 중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제품들이 꽤나 많다. 없어도 되는데 굳이 그런 제품들을 사 모으는 캠퍼들이 있다. 불필요한 장비를 왜 사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있으면 그만큼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그게 바로 감성이다. 

이재명 기자

교육/문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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