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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조용히 당신의 신장을 망친다

20221101일 (화) 14:1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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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를 주위에서 너무나도 찾기 쉬운 세상이 되었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30세 이상 성인의 13.8%는 당뇨병 환자로 이는 7명 중 1명 꼴인 셈이다. 65세 이상의 성인으로 그 범주를 좁히면 약 10명 중 3(27.6%)은 당뇨병 환자로 그 유병률은 두 배로 증가한다. 이는 진단된 경우만을 의미하기에 정기적인 검진을 받지 않는다거나 의료기관을 자주 찾지 않는 환자들을 포함한다면 실제로는 저 자료보다 더 많은 경우가 당뇨병 환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더 이상 남의 이야기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을 정도로 우리는 당뇨병이 일상에 너무도 가까워져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발병의 원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뇨병 환자 중 대부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2형 당뇨병은 서구화된 생활습관에 기인하는 비중이 크다. 목이 자주 말라 물을 자주 마시고 소변을 많이 보며 체중이 빠지는 등의 고혈당의 증상이 있어서 병원을 찾아 당뇨병으로 진단 받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 당뇨병 환자들은 자각 증상이 없이 건강검진 등을 통해 우연히 당뇨가 발견되어 진단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상이 있어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환자들은 의료진이 시키지 않더라도 더 일찍 병원을 찾아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보니 심지어 진단을 받은 환자들조차도 철저한 혈당조절을 말하는 의료진의 의견이 강 건너 불구경처럼 썩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왜 의사들은 그렇게 혈당이 높으면 위험하다고 야단법석을 떠는 것일까?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당뇨병이 무섭다고 하는 것은 무증상으로 지내다 합병증이 생기면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인데, 당뇨병의 합병증은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장기에서 나타날 수가 있다. 개인에 따라 순서가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경우에서 초기에 나타나면서도 자각증상이 드물고 또한 비교적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합병증으로 콩팥(신장)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인 당뇨병성 콩팥병증(신병증)이 있다.

 

당뇨병성 콩팥병증은 정상적으로는 소변으로 배설되지 않아야 하는 단백질 성분이 소변으로 배설이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비정상적으로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는 소변을 단백뇨라고 하는데, 단백뇨가 소량일 경우에는 소변을 봤을 때 거품이 많이 생기는 거품뇨가 생길 수 있으며 병이 더 진행되어 소변으로 더 많은 단백질이 배출되는 경우에는 다리나 발 등이 붓는 부종까지도 생길 수 있다. 물론 단백뇨가 당뇨병에 의한 콩팥 손상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에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서도 소변에 지나치게 많은 거품이 생기는 경우에는 소변 검사를 시행하여 신장병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소변에 거품이 많이 난다고 해서 반드시 단백뇨가 있다는 것은 아니기에 소변 검사로 병의 유무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단백뇨가 조절되지 않은 상태로 지속되면 콩팥은 점차 본연의 기능을 잃게 된다. 따라서 콩팥병이 진행됨에 따라 노폐물을 소변으로 배설하는 기능뿐 아니라 다른 기능에도 장애가 생겨 부종 외에도 피로감, 호흡곤란,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등으로 대표되는 여러가지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일부 먹는 당뇨약을 복용하는 환자에서는 콩팥기능이 감소함에 따라 그 전에는 발생하지 않던 저혈당 등의 증상도 발생할 수 있기에 이런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우리가 콩팥병에 주의를 기울여 예방과 조기진단을 받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만성 콩팥병의 특징에 있다. 짧게는 수시간에서 수 일에 걸쳐 콩팥 기능이 나빠진 급성 콩팥병과는 다르게 수 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만성 콩팥병은 한 번 발생하면 다시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만성 콩팥병의 가장 흔한 원인은 당뇨병이기에 당뇨병 환자들에게서의 만성 콩팥병에 대한 조기 진단은 그 중요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만성 콩팥병은 한 번 발병하게 되면 정상이 될 수 없다고 해서 치료가 없다거나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철저한 혈압, 혈당 조절과 더불어 콩팥 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는 원인들을 피한다면 콩팥병의 진행을 막거나 늦출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개발되어 처방되고 있는 약제들 중에는 기존의 약제들에 비해 월등히 콩팥 보호 효과가 좋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는 약들도 많기에 전문의와 상담 후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큰 불편함 없이 일상 생활을 누릴 수 있다.

 


- 글 곽경민 칠곡가톨릭병원 내과 과장(신장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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