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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들의 방과후 시간 ① 학원 돌리기

20150330일 (월) 10:47 입력 20151125일 (수) 11: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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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학기가 시작된 지 약 1달이 지났다. 새학기는 자녀를 둔 엄마들의 고민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직장인이거나 육아와 살림살이로 방과 후 자녀와 시간을 함께 보내 주지 못하는 엄마들은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 때문이다. 어떤 아이는 학원을 계속해서 다니는 이른바 ‘학원 돌리기’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또 다른 아이는 가족ㆍ이웃 등 가까운 지인에게 맡겨지기도 한다. 고민의 끝에 ‘학원’으로 돌파구를 찾은 한 엄마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 엄마 “이정도는 기본 아닌가요?” VS 아이 “뛰어 놀고 싶어요”


강북초등학교 4학년인 동원이는 작년 3학년이 되면서 영어, 합기도, 기타로 3가지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4학년이 되면서는 ‘방과후학교’로 컴퓨터 교실과 과학실험에도 참가하고 있다. 학교를 마치고도 총 5가지의 수업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오후 3시, 동원이는 학교의 본 수업과 방과후학교를 마치면 학원 차량을 타고 영어 학원으로 간다. 한 시간 동안 수업을 듣고 5시에는 근처에 위치한 합기도 학원으로 간다. 6시까지 합기도 수업을 들은 뒤, 다음에는 기타 학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오후 7시가 되면 집으로 귀가한다.


동원이의 엄마 이모 씨(30대)는 아이가 친구들에게 뒤쳐질까봐 학원에 보내게 된다고 말한다.

“학원을 보내는 것에 대해서 고민은 없다. 우리 애가 또래보다 학원을 많이 다니는 건 아니고 오히려 적게 보내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학원 돌리기’의 이유는 학부모의 교육열만은 아니었다.

“동원이를 학원에 보내고 나면 나는 둘째를 봐야 한다. 둘째 아이가 유치원을 마치면 학습지를 하고 있어서 같이 봐 주고, 학습지를 안하는 날은 놀이터에서 유치원 친구들이랑 놀게 한다. 또 일주일에 한 번은 교구 수학이라는 수업에 따라 간다. 나머지 시간에는 집안 일을 한다.”

 

■ 8살부터 시작된 방과 후 학원의 일상


동원이의 ‘학원 돌리기’는 어떻게 시작된걸까? 8살이었던 1학년의 동원이는 처음 사교육을 접하게 되었다.

“1학년 여름방학 때쯤 처음 사교육을 시작을 했다. 학교를 입학하고 중간ㆍ기말시험이 생기면서 아무 곳도 보내지 않는 내가 좀 특별한 엄마였다. ‘내가 뭔가를 해줘야 되지 않을까’ 하는 찰나에 내가 직접 문제집을 사서 꼼꼼하게 봐 주기에는 부족한 거 같고 동생도 봐야 하니까,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이 있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듣던 기자는 엄마로서 아이를 학원에 보내게 되면 자연스럽게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아쉽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원이 엄마의 답변은 기자의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작년만 하더라도 엄마가 조금 더 놀아 줘야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요즘 학원을 보내는 추세니까 나도 자연스럽게 학원을 보내야 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아이가 힘들다고 얘기할 때가 간간히 있긴 하지만, 지금 하는 것들은 아이가 잘 따라 하고 있어서 나도 그런 생각은 안 하고 있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학원비는 세상 물정 모르는 기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액수였다. 3가지 학원과 2가지 방과후학교를 다니는 동원이의 한달 사교육비는 50만원.

이에 대해 동원이 엄마는 “보내는 학원 개수가 많은 건 아니니까 금액이 많이 드는 건 아닌 것 같다. 보내고 있는 영어 학원이 20만원인데 비싼 곳은 25만원을 넘는다. 동원이 친구만 하더라도 주 5일을 5개씩 다니는 아이도 있다. 이런 애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런 아이들은 집에 오면 9시다. 우리 아이는 집에오면 7시 정도다.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아직은 많은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동원이 엄마는 아이가 힘들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동원이가 학원을 가기 싫어해서 생기는 마찰은 없었다. 학원 3개를 다 갔다 오면 애가 힘들어하는 게 내 눈에도 보인다. 그래도 나는 적게 보내는 편이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위안을 한다.”


동원이 또래의 자녀를 둔 엄마들은 다들 학원을 보내야 된다고 말한다.

“한번씩 신문에도 나오는데, 요즘에는 학교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체육마저도 과외를 해서 선행학습을 한다고들 한다. 유독 서울ㆍ경기 지역 얘기가 아니라 대구에서도 그렇게 하는 엄마들이 많다. 태권도, 합기도 같은 운동 학원을 보내면 거기서 학교 체육 수업에 맞춰서 교육을 해 준다. 그래서 운동 학원은 안 가면 안 되고, 4학년쯤 되면 국·영·수 학원도 당연히 가야 되고, 악기와 미술도 해야 되는 거라고들 한다. 그러다보니까 꼭 필요한 것만 한다고 줄이고 줄여도 5개는 된다. 다들 이 정도는 한다고 하니까 나도 그렇게 따라가는 것도 있다.”


하지만 4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학원 돌리기’를 12살의 어린 아이가 감당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학원 3개를 가는 날에는 또래 친구들이랑 어울려서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진다. 그러니까 요번 달부터 처음으로 요구를 하더라. 그저께 ‘수업마치고 친구랑 축구를 하고 싶었는데 기타 학원을 가야 하니까 놀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얘기를 하더라.”

 

■ 건강하게만 자라길 바랐던 아이, 지금은?


그렇다면 동원이는 어떻게 생각할까? “학원 다니는 게 재밌지만 힘들기도 하다. 숙제할 때랑 피곤할 때가 제일 힘들다. 예전엔 친구들이랑 축구하고 놀고 싶었지만 이제 마음 접었다.”


동원이가 전하는 친구들의 상황도 비슷했다. “친구들이 제일 많이 가는 학원은 태권도이다. 학원다니는 친구들은 학원 가는 거 싫어한다. 재미없는데 엄마가 억지로 시켰다고 했다.”


학원에 가지 않는다면 뭘 하고 싶냐고 묻자 동원이의 대답은 너무나 아이다웠다. “학원 안가면 친구들이랑 뛰어 놀거다.”


동원이 엄마는 지금도 아이가 잘 자라고 있다고 말하지만 초심은 조금 달랐다.

“처음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고 생각했다. 사실 우리 애는 공부를 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안 했고 아이에게 ‘어디 가서 너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 학교를 보내게 되면서 주위에서 아이가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엄마로서 욕심이 커졌다.”


학원을 보내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학원은 꼭 필요한 것 중에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의 입에서 친구들과 뛰어노는 것을 포기했다는 말을 듣는 것은 너무나 씁쓸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엄마가 ‘학원 돌리기’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건 그것이 최선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소중한 ‘그 시절’을 지켜 주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강북인터넷뉴스 정은빈 기자
kb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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