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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들의 방과후시간 ② 방과후학교 협동조합

20150406일 (월) 14:18 입력 20150407일 (화) 14: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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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를 마친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방과후 시간을 보낸다. 주로 학원 혹은 집이지만, 여기에 다양성을 넓히는 새로운 ‘방과후의 시간’이 있다. 교육을 매개로 하는 협동조합은 아는 사람만 아는 새로운 문화 중 하나로, 자녀와 육아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 중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 끼리 뜻을 함께해서 설립한 것이다. 오늘 소개할 ‘또래마을’도 그 중 하나이다.


 

금요일 오후 3시 30분경, 또래마을을 찾았다. 한창 학교를 마치고 온 아이들이 북적북적한 시간이었다. 기자가 문을 들어서자 아이들은 하나같이 ‘선생님, 누가 왔어요!’라고 외쳐댔다. 아이들의 첫인상이 아주 밝고 명랑했다. 소리치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곳이 학원같은 곳이 아님을 실감하게 했다. 그리고 또래마을의 교사인 박계영 씨(42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아이와 부모가 함께 행복한 교육
박 씨는 또래마을을 이렇게 소개했다.
“또래마을은 마을기업으로 운영하고 있는 협동조합이다. 설립한 지 5년 정도 되었고 첫 아이들이 들어와서 5학년이 되었다. 교육에 대해서는 부모님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 처음 시작은 북구시민연대나 북구여성회 회원들의 자녀를 중심으로 시작했다. 요즘 주로 경쟁과 입시 위주로 교육이 진행되는데 ‘우리는 그렇게 키우지말자. 자연 속에서 생태교육을 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우게 하자.’는 취지에 동의한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행복한 교육 협동조합 또래마을’이 기본 틀이다.”


또래마을은 관계 중심이다. 아이들이 ‘여기 오면 친구들이랑 놀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기는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이니까 학원을 계속 다니는 애들 보다 애들이 밝다. 교육 내용은 뭐든지 놀이 활동으로 풀자고 해서 미술놀이, 책놀이 등 체험 위주 활동을 펼친다. 아이들의 인성이 바탕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 활동을 하기 위해 외부로 가서 6개월과정으로 목공활동과 텃밭활동, 미술을 하고 있다. 특히 나들이를 중시해서 가까운 인근으로 자주 나가는데 요즘은 황사 때문에 자제하고 있다.”


또래마을에는 ‘자유놀이’라는 수업이 있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수업이다.
“자유놀이는 그냥 아이들끼리 노는 것이다. 초반에는 요일별로 촘촘하게 교사의 욕심대로 프로그램을 짰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4~5시간을 가만히 앉아 있다가 마치고 여기 오면 마음대로 놀고 싶어 한다. 저학년때는 교사의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좀 크니까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서 하는게 더 중요한 활동이 되었다. 지금처럼 놀이터에서 막 놀다가 ‘콩주머니 던지기 하자’하는 식이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은 전학년 20명 정도이다.
“초등학생만 참여할 수 있고 1학년부터 5학년까지 있다. 학년마다 오는 시간은 다른데 학교 마치는 시간에 맞추어 차량 운행을 하고 있다. 저학년들은 1시에서 1시 30분 정도에 도착을 해서 약 6시까지 있고, 맞벌이 가정은 6시 30분에서 7시 사이에 아이를 데려간다.”

 

 

 

 

 

■ 엄마들“아이들은 놀아야 된다”
이곳에 아이를 맡기는 사람들도 학원 등 다른 곳에 아이를 맡기는 사람들과 환경은 비슷했다. 직장 등의 문제로 아이와 시간을 보내 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아이 교육에 대한 가치관이 같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 이런 형태의 방과후학교 협동조합이다.
“반 정도는 맞벌이 가정으로, 일하면서 아이를 믿고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곳을 찾는 분들이다.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 공부와 학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곳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은 나가 놀아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모른다. 엄마가 아이를 옆에 끼고 있는 것은 아이의 대인 관계가 입체적이지 못하게 되어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박 씨는 교사인 동시에 현재 초등 1학년인 딸아이를 또래마을에 보내고 있는 엄마이다.
“부모의 입장이 되어 보니까 아쉬운 점도 있다. 이곳의 연령 통합활동은 장점도 있지만 학년별로 인원이 충분하지가 않아서 동갑인 아이들은 2~3명밖에 안 된다. 우리 딸의 경우는 아기자기하고 여성스러운 놀이를 좋아하는데 여기 애들은 거의 뛰어노는 걸 좋아한다. 그런 부분에서 놀이가 충분하지가 않다. 그래서 동네에 놀 친구들이 많은 걸 바라지만 동네에는 다 학원가고 놀 아이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이곳에 여러 아이가 많이 와서 다양성이 풍부해졌으면 좋겠다.”


북구에는 또래마을 외에도 ‘우리마을학교’, ‘평화로운 방과후’라는 방과후 협동조합이 있다.
“그 조합들은 10년 가까이 되었고 운영과 교육 내용은 이곳과 비슷하다. 평화로운 방과후는 저학년이 많이 있다. 또 우리마을학교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교육비를 적게 받으면서 하고 있고 후원자들이 있는 곳이다. 다른 시설들은 남자애들이 많고 여기는 여자애들이 많아서 적당히 섞이면 좋기 때문에 통합활동도 하고 있다. 작년부터 세 조합의 통합을 진행하고 있는데 일단 올해는 지켜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이 외에도 대구에는 여러 방과후학교 협동조합이 있다. 성서 ‘와룡학교’, 동구 반야월 ‘둥지’가 그렇다.


기자가 박 씨와 한창 이야기를 하고 있자, 아이들이 다가왔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입학하자마자 또래마을을 다니기 시작한 12살 김단아와 10살 김결아 남매였다. 이 남매는 또래마을을 아주 좋아하고 있었다.
“이곳에 오면 재밌다. 공부도 하긴 하지만 자유롭게 노니까 좋다. 자유놀이가 제일 재밌다. 싫은 점은 없다.”


다른 하고 싶은 것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이들의 대답은 단호했다.
“여기 오는 게 제일 재밌다. 엄마가 이곳을 그만두고 학원에 가라고 하면 기분이 나쁠 것 같다. 다른 친구들은 학원에 가거나 학교의 방과후교실에 가고 아니면 집에서 논다. 학원가는 친구들 보면 불쌍하다. 학원가는 것보다 여기에 오는 것이 좋다.”


기자가 또래마을을 찾은 시간부터 자리를 일어서는 4시 30분까지 아이들은 땀을 흘리면서도 쉴 틈 없이 뛰어놀고 웃었다. 이곳 교육의 뿌리는 자유였다. 모든 활동과 교육은 자유로움에서 출발한 것이다. 가정마다 아이 교육에 가치관 차이가 있을뿐, 잘못된 것은 없다. 그러나 이곳은 그 모든 것이 무엇을 기본으로 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강북인터넷뉴스 정은빈 기자 

교육/문화 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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