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학교 현장 파악 못한 일방적 행정” 반발
2016년 03월 30일 (수) 15:33 입력 2016년 04월 22일 (금) 10:31 수정
일선 학교에 교체 설치된 투명 유리창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학교 현장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대구시교육청의 일방적인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대구시교육청은 3년 전부터 ‘교육환경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학교 교실에 투명 유리창을 교체 설치하고 있다. 대구 시내에 지금까지 투명 유리창을 설치한 학교는 24개교. 투명 유리창을 설치하면 학교폭력 예방 등 학생지도의 효율성이 높고 사제 간 소통활발, 수업집중, 규칙준수 등 생활개선이 용이하다는 것이 대구시교육청의 설명이다.
그러나 학교 측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투명 유리를 설치하면 교육환경이 개선되기는커녕 불편함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체육 시간 전후로 주로 교실 안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은 전혀 고려가 되지 않았다. 교사들은 수업 분위기가 산만해진다고 불편함을 호소한다. 특히 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의 경우, 갑자기 투명 유리로 교체하면 창문이 열려 있는 것으로 착각을 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학교폭력 예방 효과에 대해서도 학교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 때문에 대구시교육청의 이번 사업이 학교 현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사업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태전동의 한 중학교는 지난해 노후시설 정비를 위해 교육청에 지원을 요청했고, 지난 겨울방학 교실문과 창문, 천장, 형광등 등을 교체했다. 이때 교실문과 창문의 유리창이 투명으로 바뀌어 설치되었는데, 학교 측에서 요구한 사항이 아니었다. 결국 학교에서는 전체 교실의 유리창에 시트지를 붙였다.
이 학교 관계자는 “노후 시설 정비 때문에 공사를 해서 문을 교체했는데, 투명 유리창으로 설치가 되어 있었다. 학교에서도 우려가 되어 개학 전에 시트지를 다 붙였다. 수업 중 산만함 등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무엇보다 안전 사고가 발생할까봐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또 학교 폭력 예방의 실효성에 대해서 “실제로 학교 폭력의 상당수가 교실 밖에서 이루어지고, 만약 교실 내에서 학교 폭력이 일어나도 창문이 투명하고 밖에서 볼 수 있다고 해서 폭력이 저지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불투명 유리로 교체할 경우 관련 예산을 학교에 지원할 것을 요청하는 등 다른 시·도의 사례를 파악해 대구시교육청에 대응하기로 했다. 김봉석 전교조 대구지부 교선홍보국장은 “교육청은 투명 유리창이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저 아이들을 감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이며, 결국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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