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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키우는 생협, 생협을 키우는 사람

[인터뷰 공감] 대구참누리아이쿱생협 윤순명 이사장

20151004일 (일) 16:5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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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이 부쩍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자본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현대사회에서 사람의 힘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사회적경제에도 여러 가지 영역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 바로 생협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여러 생협이 있지만 아이쿱생협이 가장 규모가 크다. 조합원만 20만을 훌쩍 넘는다. 아이쿱생협은 지역별 생협이 전국 연합체를 이루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우리 지역은 대구참누리아이쿱생협이 활동하고 있다. 지역민들에게는 3지구 동천동에 있는 자연드림 매장으로 더 익숙하다.

 

 


지난 금요일 오후 3지구 자연드림 매장 2층에 있는 생협 사무실을 찾았다. 바로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이자 대구참누리아이쿱생협을 이끄는 윤순명 이사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올해로 41세인 윤 이사장은 경남 합천 출신이다. 24살이 되던 해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 대구로 왔다고 한다. 당시 달성공단의 한 무역회사에서 수출입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강북지역에는 98년에 결혼을 하면서 처음 오게 됐다.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들을 키우며 살고 있다가 같은 아파트에서 친하게 된 언니를 통해 처음 생협을 알게 됐어요. 2005년 조합원으로 가입하면서 활동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벌써 11년 차가 됐네요.”


처음 가입하던 당시 참누리생협은 지역생협 준비위원회 상태였다. 그리고는 다음 해 정식으로 대구참누리아이쿱생협이 창립했다. 창립할 때부터 줄 곳 이사를 맡아온 윤 이사장은 2011년 법인 출발 당시 상임이사를 맡았고 올해부터는 이사장을 맡고 있다. 말 그대로 참누리 생협 터줏대감인 셈이다. 그사이 참누리생협은 조합원만 3,200명에 이르는 대형 생협으로 성장했다.


이사장은 공식적으로 비상근직이다. 출퇴근이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윤 이사장은 아침에 출근해 저녁까지 생협 업무로 무척 바쁘다. 지역 연합회의 각종 회의에서부터 전국 모임도 참석해야 하고 매장운영이나 조합원 대상 사업도 많다.


그사이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때 초등학생이던 아이들이 이제는 고등학생이 됐다. 가정주부로서, 엄마로서 이런 바쁜 활동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아이들 점심 도시락을 싸다니면서 활동을 할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사실 돈 버는 일도 아니고 보니 남편은 사실 생협 활동에 대해 반대하는 편이었어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지지하는 입장은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당당하게 활동하려면 집안 살림도 소홀함이 없어야 해요.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청소 등 집안일을 철저하게 해놓고 나옵니다.”


이렇게 힘든 와중에도 10년 이상 생협활동을 꾸준히 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가 생각하는 생협활동의 매력은 무엇일까.


“직장 다니던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늘 누구누구 엄마로 불렸어요. 생협활동이 내 이름을 찾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세상을 다시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생산지 활동, 물품 개발 등을 하면서 내 힘으로 생협을 꾸려간다는 보람도 있어요. 무엇보다 이런 활동을 통해 내가 스스로 커가는구나. 성장하고 있구나 싶어요.”


더불어 그동안 활동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물었더니 역시 동천동에 매장을 개점하던 날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동천동에 첫 번째 매장을 개점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2010년이었는데 당시 이사들과 함께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만큼 보람도 컸죠. 그런데 정작 오픈하던 날은 집안 사정으로 참석을 못 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네요.”


참누리생협은 2010년에 동천동 자연드림매장을 조합원 출자 5억을 모아 문을 열었다. 그 뒤 침산동에도 매장을 내 현재 두 곳을 운영 중이다.

 


▲ 식품완전표시제 캠페인 중인 윤순명 이사장과 생협활동가들


이렇게 생협도 스스로도 성장해온 시간이었지만 어떤 일이든 늘 좋을 수만은 없는 법이다. 지금까지 생협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언제였을까.


“모든 일이 그렇듯 일보다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만드는 게 가장 힘들어요. 예전 직장경험도 있고 해서 사실 일은 그리 힘들지 않아요. 활동가들 간에 소통이 잘 안 될 때가 가장 힘들어요. 여러 회의를 통해 이런저런 결정들을 하게 되는데 활동가들도 많고 조합원도 많다 보니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요. 직접 대면해서 이야기해보면 다 풀리는 문제들인데 그렇지 않으면 힘든 일이 되죠.”


현재 참누리생협에는 10명의 이사에서부터 각급 위원장, 마을지기, 동아리지기까지 일선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만 40명이 넘는다. 여기에 활동에 참여하는 조합원까지 하면 식구가 무척 많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이런저런 문제로 서로 오해를 하는 경우도 생기고 그럴 때면 이사장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요즘 윤 이사장은 오는 17일 두류공원에서 예정된 ‘아낌없이 표시하자 아이쿱 카트 축제’ 준비로 정신이 없다. 서울, 대구, 광주에서 동시 개최되는 식품완전표시제 관련 행사인데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우선은 당장 행사를 잘 치르는 게 중요하겠지만, 앞으로 생협에서 계획 중인 사업은 없는지 물어봤다.


“최근에 침산동 두 번째 매장이 흑자를 내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꽤 오래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제는 본격적으로 세 번째 매장 준비를 하게 될 것 같아요. 동구에 문을 열 계획입니다.”

 

참누리생협은 현재 북구와 동구를 관할하고 있는데 동구에 조합원이 늘어나면서 매장을 열 계획인 것이다.


생협에 보람과 긍지를 가진 사람이 늘어나 길게 가는 생협을 만들고 싶다는 윤 이사장은 임기가 끝나더라도 어떻게든 생협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이런 끝없는 생협 사랑이 지금의 성장을 만들어낸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생각했다.


사회적경제가 새로운 사회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역시 이에 앞서 이런 희망을 가진 사람이 먼저일 것이다. 앞으로도 마을에서 더욱더 성장하는 생협과 그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강북신문 김지형 기자
earth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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