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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요”

[인터뷰 공감] 선린종합사회복지관 유정순 관장

20151220일 (일) 16:1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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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고령화되고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갈수록 사회복지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 예산에서도 복지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은 것 또한 현실이다.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하는 가족이야기, 홀몸 어르신들의 고독사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지역별로 이렇게 국가나 지자체에서 세세하게 감당하지 못하는 사회복지에 관한 활동을 전문으로 하는 종합사회복지관이 있다. 강북지역에도 선린종합사회복지관이 있다. 지난 금요일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이자 지역 사회복지의 일선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유정순 관장을 만나기 위해 관음동에 있는 복지관을 찾았다.

 

 

 


58년생이면서 올해 58세인 유 관장은 18년째 선린복지관 관장직을 맡고 있다. 사회복지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우선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근처에 있는 지천면이 고향이에요. 딸 일곱에 아들 하나 있는 딸 부잣집에서 태어났어요. 게다가 바로 위에 집안에서 금이야 옥이야 하던 오빠를 뒀어요. 어릴 때부터 집안일 농사일은 모두 딸들 몫이었죠.”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딸로 태어나 설움도 많았지만 나름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고 지금도 한 기관의 장을 맡고 있어 유 관장은 누구 봐도 큰 어려움 없이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이사장을 맡고 있는 남편도 한때 알루미늄 가공 공장을 꽤 크게 해 상당한 재력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20여 년 전 남편이 큰 부도를 맞으면서 한순간에 넉넉하던 살림이 주저앉았다. 순식간에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고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월세에 살았을 정도로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복지관 관장이라고 하면 다들 사는 게 넉넉하고 여유 있는 줄 알아요. 특히 어려운 분들을 많이 만나니 그런 선입견을 품고 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는 먼저 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어렵고 힘들었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를 드러내면 훨씬 사람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어요.”


어린 시절 엄하기만 한 아버지와 끝없는 농사일, 딸로서 받은 설움, 결혼과 부도까지 그야말로 파란만장하고 힘든 시절을 보냈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한 번도 우울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만큼 매사에 긍정적인 시각이 몸에 밴 것 같았다. 여기에는 깊은 신앙심도 한 몫하고 있었다.


“힘든 시간들도 많았지만, 오히려 사회복지를 위해 좋은 경험을 한 시간이었던 같아요. 직접 경험한 것들이 활동을 위해 좋은 공부가 됐어요. 어릴 때부터 목사 사모님이 꿈이었어요. 어쩌다 지금의 신랑을 만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신앙의 힘이 이렇게 지난 시간을 긍정적으로 보게 한 것 같습니다.”


딸 둘, 아들 하나에 남편까지 모두 다섯 식구인 유 관장 가족은 독특하게도 모두가 사회복지사다. 복지관에서 일하는 남편과 본인은 당연하겠지만, 자녀들까지 사회복지를 전공하도록 권했고 그 결과 온 가족이 사회복지 종사자가 된 것이다. 이러다 보니 가족들이 모이면 사회복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늘 주제가 된다. 특히 선린복지관에 대한 외부의 견해를 듣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본 평가는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가족들에 대한 자랑도 잠시, 유 관장은 이내 복지관 식구들에 대한 자랑을 이어 갔다.


“대구에 26개 복지관이 있는데 그중 가장 행복한 복지관이라고 자신합니다. 모든 직원은 복지관에서 관장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소중한 존재들이에요. 사실상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또 다른 가족입니다. 다른 곳에서 못하는 남편과 싸운 이야기도 나눌 정도로 서로 친근하게 지내고 있어요.”


마침 이날 오후에 직원들이 모두 모여 뽑기를 할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 관장이 외부 행사에서 경품으로 받은 자전거를 직원들에게 내놓은 것이다. 어찌 보면 작은 이벤트지만 복지관 내부 분위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퇴직 후 꿈을 물어봤더니 다시 자원봉사자로 돌아가겠다는 대답을 했다. 18년 전 관장을 맡기 전까지 그는 선린복지관에서 반찬 나눔 봉사를 했다. 그전까지도 평생 주부로 살다가 갑작스레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관장이 됐고 지금까지 복지관을 꾸려왔지만, 다시 자원봉사로 복지관의 식구로 남겠다는 것이다.


“지난 인생을 돌아보면 다시 돌아가더라도 더 잘 살 자신이 없다는 생각을 해요.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사실 너무 힘든 시간이 많았어요. 그래서인지 늘 오늘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시 태어나도 사회복지사를 하고 싶어요.”


날씨가 추워지면서 어려운 이웃들은 더욱 힘든 계절이다. 누구 할 것 없이 살림살이가 팍팍한 요즘 자연히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온정의 손길도 예전 같지 않다. 이럴수록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힘은 더욱더 절실해진다. 사회가 구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지만 당장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이 많기 때문이다.


선린이라는 이름의 한자 뜻을 풀면 ‘좋은 이웃’이다. 선린종합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사들 모두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좋은 이웃으로 든든히 마을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강북신문 김지형 기자
earth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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