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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재료와 맛은 기본, 디자인도 중요해요”

[인터뷰 공감] 리미스 쿠킹 스튜디오 한예림 대표

20160403일 (일) 16:2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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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두 번 첫째, 셋째 토요일이면 3지구 부영1단지 앞 거리에는 직접 손으로 만든 것만 파는 토요반짝예술시장이 열린다. 도자기에서부터 액세서리, 인형, 장식용 소품까지 정성이 담긴 갖가지 물건들이 지나는 이들을 유혹한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독특하고 예쁜 디자인으로 무장한 귀여운 먹거리들이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작은 새 모양의 빵, 하트모양의 쿠키, 형형색색의 마카롱까지 모두가 한입에 먹어 버리기에 너무 앙증맞다.


지난 목요일 오후, 이 귀여운 주인공들이 만들어지는 곳을 찾아가 주인장을 만났다. 바로 함지공원 옆 상가에 있는 ‘리미스 쿠킹 스튜디오’의 주인장 한예림(32, 구암동) 씨다.

 

 

 


한 씨는 서울 출신이다. 더욱이 지금 하는 베이킹과 어울리지 않게 미술학도 출신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한 씨는 한때 미술학원에서 강사도 하고 문화재 복원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직장을 그만둔 뒤 한동안 육아에만 신경 쓰며 살았다. 남편을 따라 대구에 내려와서는 더욱 그랬다. 그런데 정말 이러다 경력단절이 되겠구나 생각하던 차에 우연히 플라워케이크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시작하게 됐다. 베이킹에도 디자인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미술을 전공한 덕에 컬러링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


한 씨가 가게를 처음 연 건 2013년 10월이다. 문을 열기 전 6개월 동안은 밤을 새워가며 공부도 하고 실습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주변에 소문이 나고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면서 작년 9월 아파트 상가 2층에 있던 좁은 가게를 지금의 자리로 조금 확장해 이전했다.

 

 


7살, 4살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의 남편도 대학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한 미술학도 출신이다. 지금 운영 중인 가게도 처음엔 한 씨 혼자 시작했지만, 지금은 부부가 함께하고 있다. 미술 전공자 두 사람이 쿠킹 스튜디오를 창업한 셈이다. 각자 분야는 좀 다르다. 남편은 주로 떡을 연구하고 한 씨는 마카롱, 빵 등 베이킹이 전문이다.


“거의 온종일 같이 시간을 보낸다. 서로 성격도 좀 다르고 맛에 대한 이견으로 부딪히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대화도 많이 하고 서로 미술을 전공한 공통점이 있어 도움도 많이 된다. 함께 일하는 게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


리미스 스튜디오는 주로 원데이 쿠킹 클래스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보다 만드는 방법을 교육하는 일이 중심인 것이다. 하루에 한 가지를 선택해 만드는 전 과정을 배우는 방식이다. 취미반, 창업반, 자격증반으로 나누어 미리 신청을 받아 교육하고 있다.

 

 

 


물론 제품 판매도 하는 데 모두 예약 주문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 주력 제품은 케이크, 롤케이크, 마카롱 등인데 특히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만드는 마카롱이 인기 품목이다. 그중에서도 커피 맛 마카롱은 커피 엑기스를 쓰는 일반적인 제품과 달리 직접 원두를 갈아 만든 재료를 써서 가장 인기가 높다.


“특별히 따로 홍보는 하지 않고 있다.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나 SNS 위주로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요즘엔 여성창업 아이템으로 유망하다고 알려지면서 멀리서도 수업을 들으러 온다. 거제도에서 오는 수강생도 있다.”


리미스 스튜디오를 찾는 이들 중에는 다른 곳에서 수강해본 이들이 색다른 디자인과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다. 미술 전공자의 장점이 작용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늘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데 그보다 우선 좋은 재료로 맛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가격을 맞추려고 재료를 바꾸면 맛이 달라진다. 마진이 적더라도 좋은 재료를 쓰고 많이 팔자는 게 운영 방침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게를 꾸려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위해 남편이 육아에 상당한 분담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 씨는 밤을 새우더라도 일은 마치는 스타일이라 늦는 날이 많은데 그럴 때면 남편이 아이들을 맡아 돌보는 것이다.


인터뷰하는 내내 옆에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느라 집중하고 있는 한 씨의 남편은 무뚝뚝해 보였지만 속 깊은 스타일이겠다 싶었다.


“한때는 전업 작가가 꿈이었다. 전시회도 열고 교수도 하고 싶어 대학원에도 들어갔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이 길까지 오게 됐다. 힘들긴 하지만 재밌고 잘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계속했으면 좋겠다.”


한예림 씨는 지금의 스튜디오를 키워 언젠가 카페와 쿠킹 클래스를 함께 여는 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라면 꿈이라고 한다. 작가의 꿈을 한구석에 접어 둔 아쉬움은 있지만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재밌어 더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마카롱을 몇 개 사서 집에 들고 갔다. 시중에 파는 달기만 한 마카롱과 달리 쫀득한 식감과 맛이 일품이었다. 자신의 장점을 살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부부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에너지가 전해져왔다.


다음번엔 딸아이와 함께 가서 마카롱을 직접 만들어 봐야겠다.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 문의: 리미스 쿠킹 스튜디오 rimiscake.com

 

강북신문 김지형 기자
earth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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