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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철 칼럼] 차이를 관용으로 안으면 세상이 편안할텐데

20210129일 (금) 09:3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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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정초가 되면 우리네 정서는 재미 삼아서라도 올해의 운세 따위를 한 번 찾아보곤 한다. 예전에는 토정비결을 주로 봤다면 요새는 토정비결은 물론 사주카페나 서양점 타로 등도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것 같다. 그런데 며칠 전 신문을 읽다보니 근자에는 심리학에서 성격유형을 나누는 방법 중 하나인 MBTI검사가 꽤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 MBTI는 운세점과는 성격을 달리 하지만, 나 자신이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를 알면, 미래의 삶에 보다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점에서는 운세점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없지 않다. 게다가 이게 심리학자가 만든 검사법이라 하니 미신보다는 더 과학적(?)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한몫 거든다.

MBTI는 신통한가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마이어스와 브릭스라는 심리학자가 1976년 융(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성격 유형 검사법이다. MBTI는 시행이 쉽고 간편하여 학교, 직장, 군대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MBTI에 대한 필자의 이해를 바탕으로 쉽게 설명해보자. MBTI는 우선 사람의 성격을 네 측면에서 들여다본다. 첫째, 기본적으로 한 사람의 생각의 방향이 주로 바깥으로 향하는가, 아니면 내면으로 향하는가에 따라 외향성 성격과 내향적 성격으로 구분한다. 우리 주변을 보면 어떤 친구는 바깥일에 관심이 많고 또 다른 친구는 자신의 내면성찰에 더 몰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바로 그런 얘기다. 남과 자주 어울리나, 혼자 시간 보내기를 좋아하나 하는 식으로 나눈 것이다. 물론 사람이 딱 한 쪽으로만 규정되는 건 어니다. 누구든 외향성과 내향성을 다 갖고 있다. 하지만 크게 봐서는 그런 성향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어떤 사람이 세상사 삼라만상을 알아차릴 때 주로 현실적 실용적 측면을 중시하는지, 아니면 창의적 상상적 측면에 더 치중하는지로 성격을 나눠본다. 흔히 저 친구는 현실적이고 저 친구는 이상을 많이 추구한다 등으로 얘기하는 경우다. 셋째는 이렇게 알아차린 정보를 토대로 어떤 판단을 내릴 때, 논리나 분석을 더 중시하는지, 아니면 정서나 감정을 더 중시하는지로 나누는 경우다. 쉽게 얘기하면 옳냐 그르냐를 더 따지느냐, 아니면 좋나 안좋나를 더 따지느냐 하는 차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이 차이를 서로가 이해 못해 언쟁을 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지 않는가. 특히 정치인이나 연예인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이런 성향이 잘 드러난다. 저 정치인이 옳은 것같아 마음에 드는 경우와, 왠지 맘에 들어 옳게 보이는 경우는 종종 첨예하게 대립한다. 
마지막 네 번째로는 이런 판단을 근거로 실제 행동을 할 때, 보다 용의주도하고 계획적인가, 아니면 일단 저지르는 식의 임기응변적인가 하는 구분이다. 학창시절을 한 번 떠올려 보자. 방학이 되면 하루 일과표부터 짜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놀러갈 곳부터 찾는 친구가 있지 않는가. 서로가 상대를 답답해 하지만 암튼 MBTI는 사람의 성격을 그렇게도 구분한다. 

이런 성격 저런 관점

MBTI는 이 4가지 선호 지표를 각각 하나씩 뽑아 이를 조합해 사람의 성격 유형을 16가지로 나눈다. 그리하여 한 사람의 성격적 특징과 그 행동의 관계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여기 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생각을 할 때면 기본적으로 정신 에너지가 외부 세계로 향한다. 주체보다는 객체에 관심을 두고 외부의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한다. 외향적 성격이다(MBTI에서는 이를 E형이라 한다. I형과 대립된다.) 또 외향적인 이 사람은 세상을 파악하려 할 경우에는 나무보다는 숲을 먼저 보려한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보다는 그 뒤에 있음직한 것을 파악해내려고 애를 쓴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그게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성격의 사람이다. (이를 N형이라 한다. S형과 대립된다.) 이어서, 이렇게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어떤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릴 때면 그는 원리원칙보다는 인간관계나 주변상황을 더 고려한다. 그는 꼭 옳고 그르냐 하는 걸 따지기 보다는 그렇게 하는 게 결과적으로 좋을까 나쁠까를 먼저 생각한다. (F형이다. T형과 대립된다.) 마지막으로, 판단을 그리 한 그가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길 때면, 그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를 늘 염두에 두고,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행동하려 한다. (이를 J형이라 한다. P형과 대립된다.) 즉 MBTI 분류에 따르면 그는 ENFJ형 성격을 지닌 사람이다. ENFJ형은 “사교적이며 타인의 의견을 존중한다. 하지만 비판을 받을 때면 예민하게 반응한다.”이렇게 나온다. 그래서 내 성격이 어떤지도 한 번 검사해보고, 그럴 듯하면 와 이거 신기한데, 한다. 암튼 이에 대립되는 성격유형은 자동적으로 ISTP형이 된다. 이 유형은 “과묵하고 분석적이며 적응력이 강하다.”고 나온다.

나와는 다른 너

필자의 지인 가운데 사주풀이를 업으로 하는 이가 있다. 그는 자신은 고객의 성격사주를 중심으로 인생컨설팅을 한다고 말한다. 미래가 딱 정해져 있다기 보다는 ‘당신은 이런 성격이니, 이런 일이 닥치면 이렇게 판단 결정할 가능성이 더  큰데, 이런 경우엔 이를 조심하고, 이럴 경우엔 이걸 믿고 과감히 추진하라’는 식이다. 물론 지인은 MBTI처럼 16가지로 성격을 유형화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주도 생년월시를 기준으로 판단을 하니 16가지든 160가지든 몇 가지든 숫자적으로는 하나의 특성이 결정될 것이다. MBTI든 성격사주든 사람의 성격을 완벽히 규정할 순 없을 것이다. 어떻게 70억 명이 16가지로 다 분류될 것이며, 태어난 때가 같으면 성격이 같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 건 자명하다. MBTI도 성격사주도 절대진리를 주장하는 건 아니다. MBTI는 당신은 이 16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니 그리 알고 살아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MBTI도 16가지 유형 각각에도 주기능, 부기능, 열등기능, 3차 기능 등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 내가 16가지 유형 가운데 어는 하나에만 해당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생각하는 건 오해 소지가 다분하다. MBTI가 맞다 틀리다를 너무 골똘히 따지는 건 MBTI 취지에도 어긋난다. 다만 MBTI든 성격사주든 하나의 틀로만 이해하면 되겠다. 세상 여러 틀 가운데 MBTI가 상당히 각광을 받고 있나 보다. 그러니까 이 검사법이 적합도와 설득력에서 점수를 많이 따고 있는 듯하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좋으리라. 

열린 생각 유연한 사고

필자가 전문가도 아니면서 굳이 MBTI를 들먹이는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우리가 사람을, 상대를 판단할 때 좀 더 아량을 가지고 바라보자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삶이란 일견 끝없는 인간관계의 연속이다. 가족부터 친구, 직장동료, 동호회원, 사돈에 팔촌까지 사람과 만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갈등은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갈등의 상당 부분은 또한 오해나 이해부족에서 생긴다. 저 친구는 무슨 일을 이 따위로 진행하나. 어휴 마누라 하는 꼴이라니. 저 인간 안보이는 세상은 어디 없나 등등. 부도덕하거나 지나치게 편향된 경우가 아니라면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좀 더 관용할 수 있으면 그만큼 내가 편해지는 법이다. S형은 N형이 이상하게 보이고, T형은 F형이 하는 게 상당히 못마땅하다.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지 않으나 내적 신념이 강한 INFP형은 속이 검은 음흉한 크레믈린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외적 상황만 조금 변하더라도, 또 누가 평가하느냐에 따라, 또는 평가자의 이익에 부합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 장점이 순식간에 단점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순발력이 뛰어난 것은 경솔해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것과 틀린 것은 잘 구분해야 한다. 내 맘에 안 든다고 다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이런 착각을 한다. 그리고 갈등한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그 착각이 낳는 갈등과 불편함은 때로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기도 한다. 저 친구는 원래 저런 성격이니 내가 덩달아 흥분할 필요는 없어,라는 소극적 이해부터, 나와는 생각이 다르지만 저런 성격이 이때는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해,라는 적극적 이해까지, 관용은 고래도 춤추게 할지도 모른다. 자신에 대해서나 상대에 대해서나 세상에 대해서 좀 더 열린 생각,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으면 당장 나에게 좋다. 어려워도 현명한 길이다. 누구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지만, 내가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사실을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천지차이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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