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대메뉴로 바로가기 서브메뉴로 바로가기

[전인철 칼럼] 밥으로 살지만 뜻도 소중하다

20200531일 (일) 15:50 입력

  • 축소
  • 확대
  • 이메일 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보내기
  • 트위터 보내기

함사세요, 함께 사는 세상이요~”

 

사람은 저마다의 소망을 지닌 채 살아간다. 자신의 소망이 있는 곳에 그이가 생각하는 최고의 가치가 있다. 이를 뚜렷이 의식하든 안하든 그러하다. 어떤 이에게는 그게 돈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이에게는 가족사랑일 수도 있다.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는 생명이 최고의 가치가 아닌가 싶다. 생명이 이 세상 모든 것 가운데 가장 소중하다는 말이다. 이리 생각하는 근거는 우리 인간이 생명이기 때문이고, 우리가 태어난 이상 사는 일은 절체절명의 일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돈보다, 명예나 지위보다, 그 어떤 재물보다도 생명이 더 소중하다는 얘기다. 사실 이 모든 게 잘 살기 위한 게 아니겠는가.

물론 우리 주변을 보면 간혹 돈 때문에 목숨을 버리기도 하고, 명예를 위해 목숨을 바치기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런 모습들도 한 발 더 들어가 살펴보면, 이렇게 구차하게 사느니 차라리 참생명을 도모하리라는 생각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생명은 단순히 목숨을 부지한다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보다 더 잘 살려고애를 쓴다. 사실 우리의 근심 걱정 고민 갈등 싸움은 물론 희망 의지 욕망 계획 등이 모두 여기서, 즉 잘 살려는 데서 기인하지 않는가. 잘 살아야 사는 게다.

 

밥 뜻 짝, 세 영역

 

삶은 세 영역에서 꾸려진다. 잘 먹고 잘 살자는 구호에서도 비치듯, 가장 우선은 밥이다. 그리고 사람이 밥만 먹고 사냐는 말이 있듯, 삶에는 뜻이 더해져야 한다. 게다가, 사랑밖엔 난 몰라, 라는 유행가 가사를 읊조리듯, 우리는 사랑, 즉 짝을 갈구한다. , , 짝 이 세 영역으로 우리네 삶은 영위된다. 그리고 이 세 영역이 서로 잘 이끌고 받치고 하며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잘 살게 되는 것이다.

오늘은 이 가운데 뜻에 대해 좀 이야기하고자 한다. 21세기 대한민국 현실이 밥 뜻 짝 가운데 뜻의 건강성을 가장 소홀히 한다고 여겨지는 탓이다. 뜻이라 하면, 한 개인이 나는 이렇게 살겠다는 생각부터, 한 사회가 우리는 이렇게 살자는 생각까지 삶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나 구상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기에 그 스펙트럼은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그 가운데 그 뜻대로 살았을 때 가장 의미있고 보람된 생각이 보다 좋은 뜻이라 하겠다. 한 사회가 건강하려면, 그 사회의 전체 뜻과 그 구성원 각각의 뜻이 보다 좋은 뜻에 많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그런 세상이 살맛나는 세상이다.

그런데 좋은 뜻이란 결국 가장 높은 가치인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뜻을 말하는 것이리라. 생명을 살리는 세상. 사람을 살리든, 집안살림이든 나라살림이든 살림살이를 잘하는 세상. 이런 세상이 살맛나는 세상이다. 그러니 밥은 정말 소중하지만, 뜻도 마냥 저버릴 순 없는 것이다. 사설이 길었다. 살면서 들은 이런저런 얘기 몇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제까지의 이야기를 갈음하자.

 

콜드 플레이의 투어 중단

 

지난해 연말 영국의 세계적 록밴드 콜드 플레이는 환경보호 차원에서 새 앨범 에브리데이, 라이프의 월드투어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월드 투어를 한 번 할 때마다, 많은 스텝들과 장비가 함께 움직여야 하고 또 관객들도 대거 몰리기에 차량 항공기 이동 등에 따른 환경오염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전 세계를 돌며 250회 정도 공연을 가졌는데, 사실 큰 공장 하나에서 매일 나오는 이상화탄소에 비하자면 그 오염도가 미미할지 몰라도, 그들의 결단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는 만만찮다. 팬들도 투어 중단 소식에 한때 실망했지만, 그 이유를 알고는 진정한 아티스트라며 박수를 보냈다. 투어를 중단하면서 콜드 플레이가 기회비용으로 잃은 돈은 몇 천억원에 이른다 하니, 박수 받을 만한 일은 맞다 하겠다.

팀의 리더인 크리스 마틴은 지난 3월에도 코로나 19로 발이 묶인 팬들을 위해 인스타그램 생중계를 통해 30분간 공연을 내보냈다. 그는 이날 공연에 앞서 원래는 밴드와 함께 하려고 했지만 각자 다른 나라에 발이 묶여 있어서 혼자 하게 됐다내가 여러분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집에서 연주하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전 세계 팬들은 공연을 함께 즐기며 박수를 보냈다. 그의 온라인 투어는 많은 동료 가수들이 이어받았다.

 

재벌 아들 조나단 레빈

 

2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새삼 생각이 나서 적는다. 뉴욕 빈민가에 있는 브롱스 태프트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조나단 레빈이라는 청년교사가 흑인 강도에게 피살됐다. 그는 미국의 언론 재벌인 타임위너사의 회장 아들이었다. 그는 가난한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들과 함께 하고 싶어 이 학교에 자원해 왔다.

한 고귀한 영혼을 앗아간 강도사건은 미국 전역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의 장례식에서 학생들은 선생님은 아무도 관심 가져주니 않은 우리들을 진실로 아끼고 사랑해 주셨다고 울먹이며 존경과 애도를 표했다. “아이들에게 꿈과 사랑을 심어주는 일을 자신의 소명으로 삼은 그는 친구들이 왜 그렇게 바보처럼 사는가고 물으면 나는 내 꿈이 있고 아버지의 돈은 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다.

 

쓴맛이 사는 맛채현국 이사장

 

우리나라의 교육자 한 분도 소개한다. 이미 꽤 알려진 분이지만 다시 되새기는 차원에서다. 경남 양산의 효암학원 채현국 이사장이 그다.

올해 여든 넷인 최 이사장은 대구 출신이다. 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그는 중앙방송’(KBS의 전신) 연출직으로 입사했다가 곧 그만둔 뒤, 1960~70년대 부친과 함께 삼척 도계에서 흥국탄광 등 20여개 기업을 운영한다. 한때 우리나라 개인 소득세 납부순위 10위 안에 들 정도로 많을 돈을 벌었다. 그러는 한편으로 그는 70년대 유신독재 시절 쫓기고 핍박받던 사람들을 감싸주고 도와줬다.

1973년 회사를 정리하고 직원인 광부들에게 이를 모두 분배했다.

재산은 세상의 것인데 내가 잠시 맡아서 잘한 것뿐이다애초부터 내 것이 아닌데 더 잘 쓰는 사람한테 그냥 주면 된다.”

그는 이후 남은 재산도 교육사업에 투척해 1988년부터 경남 양산의 효암학원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평소에도 작업복 차림으로 학교 정원 일을 하는 그가 이사장님인 줄 학생들은 잘 모른다고 한다. “쓴맛이 사는 맛이라는 그의 삶의 철학이 결코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다.

 

사족-나는 좋은 사람?

 

사실 이런 훌륭한 삶들은 동서고금 많이들 있을 것이다. 또 그다지 훌륭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소소한 선을 실천하는 소박한 삶들도 우리 주변에 심심찮게 발견된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많을까, 그래도 좋은 사람이 더 많을까. 한 사회가 아직 건강하다면 분명 좋은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또 비록 당장은 나쁜 놈처럼 보이는 사람도 그 사람을 나쁘게 만든 건 반은 세상 탓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나는 좋은 사람일까. 어떤 때는 착한 것같고, 또 어떤 때는 내가 생각해도 좀 못된것 같고. 또 친구한테는 착한 것 같고, 부모님한테는 못되게 군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나는 좋은 사람인지를 스스로 물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좋은 사람일 것이다. 아니라면, 최소한 나쁜 사람이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 건 분명하리라. 그렇다면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 전인철 편집주간

 



지역 칼럼
  • 이전
    이전기사
    [전인철 칼럼] 우리는 이제 진정 선진국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