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대메뉴로 바로가기 서브메뉴로 바로가기

2022 동시대미술 기획전 <남겨진 것들>

20221205일 (월) 13:56 입력

  • 축소
  • 확대
  • 이메일 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보내기
  • 트위터 보내기
- 1970년대부터 현대미술에 참여해 온 김영세. 김정태 2인의 참여 작가
-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미술의 동시대적 흐름 속 잊혀지거나 남겨지는 것들
- 남겨지는 것들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창작물들 만들어내길 기대 



(재)행복북구문화재단(상임이사 이태현)에서는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금호에서 2022 동시대미술 기획전시 <남겨진 것들>이 12월 5일(월)부터 12월 31일(토)까지 개최한다.

기획 전시 <남겨진 것들>는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미술의 동시대적 흐름 속에서 잊혀져 가는 수많은 것들과 남겨지는 것들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1970년대부터 현대미술을 운동에 참여한 김영세, 김정태 작가의 작품들을 감상 할 수 있다.

갤러리 금호에 입구에 들어서면 김정태 작가의 「시간-흔적(time-trace)」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김정태는 영남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수료했다.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대구화단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광폭의 활동력을 보이며 열정적인 작품 활동을 전개해왔다. 교단에서 은퇴한 후에도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그룹들과 연대하며 세대를 뛰어넘는 작품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그의 작품 스타일은 초기, 페인팅 화가의 감수성이 탁월하게 발휘되는 평면 회화나 드로잉 작품에서 출발해 미니멀아트의 지적인 추상적 화면을 거쳐 뒤에는 개념미술가의 창작적 기질이 특징인 액티브한 퍼포먼스 활동까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개해 왔다. 특히 개념미술가의 재치와 예지가 작품마다 전시기에 관류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는 다양한 거의 모든 매체에서 자신의 주제를 표현하는 능력을 보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모더니스트에서 시작하여 포스트모더니즘 예술가의 특징까지 정체하지 않는 작가적 기질이 그의 전 작품에서 발현되고 있다고 여겨지는 작가다.

2008년 대구시민회관에서 개최된 개인전 당시, 「형식의 스펙트럼」 전이라는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현대미술의 전 영역에 걸쳐 모든 실험적 양식들을 섭렵하며 개성 있는 자기 작품을 만들어 온 그의 작품 세계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는 흔히 현대미술가들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것에 오로지 새것만을 시도해야 한다는 강박 콤플렉스를 떨치고 자신의 내용을 표현에 담는 데 각각의 양식을 활용해 온 듯했다. 드로잉은 그 자체로써 표현 양식이 되고 판화나 포토 콜라주, 특히 사진의 활용 범위를 폭넓게 이용한 작품 전개 그리고 퍼포먼스를 통한 개념미술의 기록적 차원에까지 패러디와 오마주 형식으로 차용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김정태 작가의 개인적 유머와 회화적 취향과 기질과 관심을 구현하는 점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뒤로 작가는 2016년 칠곡 갤러리 쿤스트와 2017년 대안공간 대구 아트클럽 삼덕에서 개인전을 그리고 그 밖에 각종 단체전에서는 입체와 설치 작업으로 확장된 자신의 작품 세계를 계속해 발표해 왔다. 단편적인 그의 작품 활동의 모습은 현대미술가들의 여러 단체전을 통해서도 자주 목격되는데 매번 전시회마다 적극적인 참여로 주제나 매체에 언제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는 듯해 여전히 기대와 함께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김정태 작가는 인물의 뒷모습같이 두상을 실루엣으로 나타낸 일련의 작품을 시리즈로 만들어 제시한다. 그림자 같이 처리한 두상의 내부는 반도체의 메모리 칩을 연상하게도 하고 집적된 데이터가 빼곡하게 들어찬 모습으로 보여준다. 거기에 숫자나 문자로 된 기호들이 암호처럼 떠다니는데 화가의 붓과 손으로 구사되어 디테일이 있다. 제목에서 암시한 것처럼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개념미술가의 재치 있는 표현 방식으로 나타냈는데 상징과 은유를 동원해 읽게 한다. 한편으로 그의 표현은 원숙한 조형 예술가답게 언제나 이미지를 재현하는 미적 기술을 가지고서, 다시 말하면 회화적 기법이나 조각 매체의 기술 등에 깊은 조예를 느끼게 하는 차원에서 삶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현실을 논하고 있어 우리를 더욱 공감하게 만든다. 이번에 출품된 여섯 점의 동일 주제의 작품들 역시 일련의 회화적 시리즈로 시각적 표현 속에 녹음된 작가의 독백을 듣는듯해 절절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갤러리 금호 안쪽에는 김영세 작가의 「무용지용(無用之用)」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김영세 작가는 평소 대형 캔버스에 스케일 큰 제스처로 추상적 이미지를 잘 그리는 화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빠른 붓질에 반응한 물감의 흔적을 남긴 단색조의 화면이 매력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유동성 성질의 물감을 즐겨 사용하는 탓에 우연성이 개입한 효과가 더해진 비구상적 이미지의 형상이 감각적인 색채와 함께 매우 세련되고 지적인 인상을 주는 화면 구성으로 주목받는다. 평면 회화 분야에서 감각적인 추상표현주의적 페인팅을 오랫동안 탐구해왔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좀 색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내놓아 큰 변화를 감지하게 되었다. 

캔버스 대신 종이 위에 아크릭 물감을 채택하여 전면 균질적인(all over) 색면회화를 추구한 것 같아서 첫인상에 색면추상회화(color field painting) 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화면 아래 긁히고 찢긴 흔적들이 드러나며 마치 노역에 시달린 세월 혹은 세파에 노출되어 입은 상처들을 감추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알아채게 되었다. 바로 말하자면 헌 폐지 위에 그린 그림, 아니, 채색 화면인 셈이다. 마침 작가가 쓴 출품의 변이 있어서 보았더니 “골판지의 골판지에 의한 골판지를 위한 작품에 집중”하였다고 밝힌다. 

무용지용(無用之用)이라는 작품명은 아마도 바탕 매체를 캔버스가 아닌 사용 후 버려지는 박스용 종이를 재료로 재사용하는 데서 붙여진 이름 같다. 용도를 다한 폐지인 골판지를 펼쳐 그 위를 전면 균질적인 방법으로 ‘올오버 페인팅’ 한 것이다. 강렬한 발색과 미니멀한 채색 방법 외에는 화가의 다른 표현을 찾을 수 없는 순수한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종이 바탕의 재질에 남은 희미한 자취들이 마치 과거에 겪은 사건들처럼, 사물로서 많은 은유를 품고 있다. 이를테면 상자 표면에서 뜯겨나간 자리에 드러난 골판지 특유의 무늬는 아물지 않은 큰 상처처럼 느껴진다. 여러 가지 형태로 눌린 자국들은 작은 생채기 같이 물감 아래서 그 흔적을 다 감추지 못한 채 사연들을 드러낸다. 애초 상자를 접었던 자리에 생겨난 골은 화면을 가로 세로로 구획 짓는 형식으로 기하학적 분할 선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비대상 추상 양식 특유의 형식과 방법에 채택한 이질적인 매체의 효과가 울림 있는 메시지가 되어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현실과 별개인 순수한 미적 지각과 모더니즘의 조형적인 방법적 논리로 구현되던 추상미술의 형식을 삶의 생생한 리얼리티가 있는 형식으로 바꾸어 놓으려는 것은 분명 새로운 작품 세계로의 확장 의지로 보인다.

선택과 필요에 의해 남기고 버려지는 것들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창작물들을 작품을 통해 전시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남겨진 것들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재탄생한 창작물들을 통해 동시대적 현대미술의 발전성을 기대해본다. 

전시는 기간 중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휴관일은 매주 일요일이다. 자세한 사항은 행복북구문화재단 홈페이지(www.hbcf.or.kr)을 참고하거나, 전화(053-320-5137)로 문의하면 된다. 

김은수 기자



교육/문화 문화/예술
  • 이전
    이전기사
    행복북구문화재단, 지역민과 함께한 생활문화 공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