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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초딩 락밴드 ‘없어요’를 소개합니다~

초등학생 6명으로 구성, 매주 연습

20150223일 (월) 10:5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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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악기 하나쯤 필수라고 쉽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꾸준히 악기를 배우고 취미로 삼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학생들은 입시중심의 교육환경에서 언감생심이다. 그나마 어린 시절 배우던 악기마저도 중학생만 되면 손을 놓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좋아하더라도 전공으로 삼아 음대진학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악기를 만지는 건 배부른 일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악기 하나가 아니라 아예 함께 모여 밴드를 하고 있는 초등학생들이 있다. 이른바 초딩 락밴드다. 지난 16일, 이들이 매주 모여서 연습을 하는 구암동의 한 음악학원을 찾아갔다.

연습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준비에 한창이었다. 초등학생 밴드라고 해서 어설픈 학예회 발표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까지 제대로 갖추고 표정들도 진지했다. 미리 부탁을 한 덕에 곧바로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곡목은 산울림의 ‘너의 의미’, 지난해 아이유가 리메이크 하면서 다시금 화제가 된 곡이다. 잔잔한 멜로디가 흐르고 아이들은 연주와 노래에 집중했다. 화려함은 없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멋진 공연이었다.


그런데 공연이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들은 돌변했다. 진지했던 표정은 어디가고 동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깔깔깔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초딩들이었다. 여러 가지 질문으로 대화를 시도했지만 솔직히 잘 되지 않았다.

 



밴드의 구성원은 여섯 명으로 모두가 초등학생들이다. 기타를 담당하는 조연재(학남초 5학년), 송재현(학남초 4학년), 베이스는 권민성(강북초 5학년), 키보드는 김민성(학남초 5학년), 드럼은 황수빈(강북초 5학년), 보컬은 송수정(학남초 5학년)으로 각자 역할이 나누어져 있다.


혹시나 해서 아이들에게 밴드 이름이 있냐고 물었더니 “없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곧바로 설명이 이어졌다. 이름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밴드 이름이 ‘없어요’라는 이야기였다. 사연인즉 이름을 지으려고 고민하던 차에 선생님의 밴드이름이 뭐냐는 물음에 “없어요”라고 했는데 이것이 굳어져서 밴드이름이 됐다는 것이다. 어째 좀 싱겁긴 했는데 아이들은 나름 맘에 드는 모양이었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설명하는 내내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초등학생 6인조 락밴드 ‘없어요’는 작년 10월부터 시작했다. 이제 겨우 5개월 정도 된 셈이다. 처음에는 초등방과후협동조합인 우리마을학교의 고학년 단기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아이들이 함께 힘을 모아 할 수 있는 체험으로 괜찮겠다는 고민에서 마련됐다. 3개월간 맛이나 보는 셈치고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3개월의 연습을 마치고 지난 12월말에는 열린 미니 공연에서 대박이 났다. 부모님들까지 참석한 이 자리에서 총 두 곡을 했는데 아이들의 진지하고 평소 같지 않은 모습과 기대를 넘어선 기량에 모두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 이후로 부모님들이 계속해서 지원하기로 결정을 했고 아이들은 매주 밴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밴드를 가르치고 있는 노광하(37) 선생님은 “생초보들을 대상으로 하는 밴드 수업은 처음이다. 게다가 초등학생들이라 시작할 때는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몇 개월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성장하고 변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음악으로만 따지자면 개인차도 크고 아직 초보수준이지만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연주하는 모습이 너무 좋은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없어요’ 밴드는 매주 월요일 2시간을 연습한다. 밴드라는 특성상 집에서 따로 연습을 하기는 쉽지 않다. 악기도 현재 학원에서 대여해서 연습시간에만 사용하고 있다. 제대로 하자면 연습이 더 필요하겠지만 오히려 이런 방식의 운영이 아이들이 실증내지 않고 재밌어 하는 이유인 것 같기도 했다.
보컬을 맡고 있는 수정이는 “처음에 시작할 때는 사실 좀 막막했다. 보컬을 하는 것도 사실 좀 부담스럽고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서로 하나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여러 악기도 배우고 싶다.”라며 그 동안의 소감을 밝혔다.


우리마을학교에서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는 황은주 씨는 “취미생활로도 좋겠다 싶었지만 애초에 아이들의 협동심과 서로간의 소통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이다. 아이들이 집중하면서 분위기도 잘 만들어지고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 모습을 보면 소통도 잘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최대한 지원해서 이어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없어요’밴드는 매주 연습을 제외하면 앞으로의 구체적 계획이 없다. 아이들에게 물어봐도 진지한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발표회나 공연 계획도 없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겁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연주와 노래가 흐르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했다.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밴드를 하면서 꼭 무언가를 느끼고 무언가 꿈이 생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함께 만들어가는 하나의 작품 자체로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큰 의미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바람은 하나 생겼다. 이제 곧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간다.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6학년이 된다. 또한 올해가 지나면 이 아이들은 중학교에 진학을 하게 된다. 내년 이맘때 아이들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아이들이 실증내서 그만 두지만 않는다면 우리 동네의 초등밴드가 중등밴드가 되는 모습을 동네에서 계속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북신문 김지형 기자
earth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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