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이 '공소시효'를 핑계로 SK케미칼·애경에 또 다시 면죄부를 준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은 “공정위와 검찰이 피해자들의 가슴에 또 다시 대못을 박는 결정을 내렸다”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와 관련,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아래 피해네트워크)는 3일 논평을 내고 “공정위와 검찰은 처음부터 SK케미칼·애경에 형사 책임을 물을 의지를 갖고 있었는가. 대체 대한민국은 국가로서 제대로 존재하고 있는가, 피해자들은 또 다시 묻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앞서, 공정위는 두 업체가 만들어 판 '가습기 메이트' 등 가습기 살균제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한 소매점에서 2013년 4월 2일까지 문제의 제품들이 판매됐다는 기록을 찾아냈으며, 공소시효 역시 연장될 것이란 판단에 따라, 지난 2월 말 검찰에 두 업체를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소매점 문제일 뿐 SK케미칼·애경까지 판매에 관여한 것은 아니라며, 2016년 9월에 공소시효 5년이 끝났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에, 피해네트워크는 제품을 회수해야 할 책임이 있는 SK케미칼·애경에 있다는 점에서 당시 회수되지 않은 제품들이 더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따라서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검찰의 논리는 두 업체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피해네트워크는 “검찰이 두 업체에 대한 수사 의지를 갖고 있기는 한지 의문”이라며 “두 업체의 불법행위를 제대로 수사했는가. 그럼에도 공소시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기소 처분했는가.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검찰은 피해자들의 이 물음에 답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표시광고법 외에 CMIT와 MIT의 유해성과 관련한 이들 회사의 위법 행위에 대한 수사도 계속되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SK케미칼·애경의 위법행위는 정부의 진상규명에 의해 이미 수 년 전부터 명백하게 드러난 바 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재임 당시인 2016년 7월, 공정위 조사관들이 작성한 심사보고서에서도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 SK케미칼·애경에 각각 250억 원과 8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공정위는 한 달 뒤인 8월에 두 업체 제품들에 들어간 CMIT·MIT 성분의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심의절차 종료' 즉 사실상 무혐의로 결론을 내려 시민사회단체의 원성을 샀다.
이를 두고, 그 당시 피해자들과 언론들은 외압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하고서도 공정위의 소극적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피해네트워크 측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피해네트워크는 “이런 저런 이유로 재조사가 늦추다가 지난 2월 7일에야 겨우 1억 3,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며 “이마저도 피고발 법인이 SK케미칼에서 SK디스커버리로 바뀐 것도 몰라 같은 달 28일에 전원회의를 다시 여는 촌극까지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라고 비난했다.
한편, 피해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 3월 10일 현재 정부와 가습기넷을 통해 접수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수가 6,002명이고, 그 가운데 사망자만 1,312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많은 피해자들이 SK케미칼·애경이 만들어 판 가습기 살균제 제품들을 썼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이에, 피해네트워크는 “공정위와 검찰이 사건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도저히 이럴 순 없다”며 “그렇지 않다면, 지난 이명박근혜 정부 때의 공정위와 검찰처럼 아직도 SK케미칼·애경에 면죄부를 쥐어주려 애쓰고 있는가”라고 거듭 성토했다.
이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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